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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ry go round Dec 02. 2020

말을 할까 말까 생각이 들면
그냥 하지 말자

배워가는 것들, 그 첫 번 째


난 참 종알종알 말이 많은 사람이다. 

떠드는걸 참 좋아하는 수다쟁이이다. 


어딜가나 처음 보는 사람과도 대화를 쉽게 나누고

한 줄 짜리 글을 열 줄로 늘리는 건 나에게 일도 아니다. 

머릿속에 있는 내 세포들은 종일 떠드느라 매일 바쁘고

그로 인해 내 머릿속도 시끄럽게 느껴질 정도이다. 


그런 내가 요즘은 생각이 좀 많이 바뀌었다. 

말이 많은 나는 어딜가나 분위기메이커를 자처했지만

그로 인해 하지 않아도 될 말로 실수한 적도 많기 때문이다.


생각을 좀 더 하고 말을 해야하는데

필터링을 거치기도 전에 말이 이미 먼저 입 밖으로 뛰쳐나온다. 


그로 인해 올 한해 정말 지옥같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참 아둔하고 멍청하게만 느껴졌다. 

왜 이리도 한 순간 입을 가만히 다물고 있지를 못하는건지 _


그래서 배워가는 것 첫 번째로 

가장 먼저 "말"의 대한 다짐을 쓰고 싶었다. 


말을 할까 말까 생각이 들땐, 그냥 하지 말자. 

안하는게 최선이더라.

때로는 침묵이 상대방에게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거더라.


나는,

사실 가장 싫어하는 한 사람을 꼽으라면

정말 불효스럽게도 아빠인데,

아빠는 말과 행동이 자꾸 먼저 나가는 바람에

지금껏 실수를 정말 많이 하셨다. 

가족이니까 보듬어주고 안아줄 수도 있는 문제라지만

그럼에도 아빠는, 다른 가족들을 참 힘들게 했다.

말로 상처를 주고, 행동으로도 상처를 줬다. 

그런 아빠가 너무 싫어서

아빠를 절대 닮지 않겠다고, 

엄마와 동생과 나에게 상처를 주는 

아빠의 저런 행동을 절대 닮지 않겠다고 하면서

그럼에도 나도 아빠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었던 것 같다.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던 사람들을 잃고 나니

그리고 그 끝에 들었던 말이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혀 남아있는데

그게 바로 그 말이었다. 

너라고 네가 그렇게나 닮기 싫다는 너의 아버지와 뭐가 다르냐는 말.


아빠는 참 마음이 따스한 사람이고

사람들을 챙기기 좋아하는 분이다. 

늘 요리도 넉넉하게 해서 주변에 나눠주고

맛있게 먹는걸 보면 그걸 가장 큰 행복으로 여기시는 분이다. 


하지만, 그런 행동이 전부 무색해지게

말로 행동으로 내 바로 곁에 있는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도리어 본인이 더 아프다며 성을 내시던 분이었다. 

지금은 나이가 드셔서 예전만하진 않으시지만

꽤 오랜시간동안 남은 우리 가족들을 많이 아팠다.

마음 깊이 상처투성이가 된 것이다. 

그런 아빠를 고쳐보려 모두가 노력해봤지만

그건 아빠 스스로 잘못된 걸 인지하고

스스로 고치시려 노력하시게 되면서 고쳐졌다. 

주변이 아무리 애써도, 당사자가 고치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으면

절대 바뀔 수 없는 것이었다. 


지금의 내가 아빠와 똑 닮았단 생각이 든다. 

요리를 해서 사람들에게 주고, 

그걸 보며 기쁨을 얻는 나.

하지만 때론 생각을 깊게 하지 못하고 하는 말들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아프게 하는 말과 행동들.


난 아빠와는 전혀 다르다 외치면서도

사실 아빠와 똑 닮았던 거 아닐까.


온전히 내 스스로 받아들이고 인지했으니.

이젠 나에게 아빠의 좋은 모습만을 남겨두고 싶다. 

변해간 아빠처럼,

내 자신도 변하고 싶다. 

사람은 고쳐쓰는거 아니라지만

그건 타인이 노력할 때의 일이고,


스스로 변하려 노력한다면,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내 자신을 그렇게 믿어주고 싶다. 

누가 날 고치려 애쓰게끔 생각하지 않도록

스스로 고장난 나를 고쳐나가고 싶다. 


말, 

참 칼날없는 무기이다.

말 한 마디로도 상처를 줄 수도

기쁨을 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기왕에 그 좋아하는 떠들기로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때만 말을 사용하자.

아픔이 될 수도 있는 말은 한 번 두 번 세 번 더 생각하고

그냥 하지 말자. 

내가 말하지 않아도 이미 상대방이 느끼고 있을테니.


사람을 죽을때까지 실수하고 또 배운다더니

아직도 멀었나보다 

그래 인생 겨우 꼴랑 삼십년 조금 더 살아놓고

뭐 이걸로 인생 다 깨달은 냥 굴었던 걸까.


말 을 아 끼 자.



... 근데 , 

쓰고 보니 오늘의 글도 세상 길다. 

입이 다무니 손가락이 빨라지나보다. 

고치려면 시간 깨나 들겠군 .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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