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밖 33개국 배움터
지구본을 휙 돌리며 한 바퀴 돌아봅니다. 세상 구경 참 잘했습니다.
과연 이 지구상의 세계 나라는 몇 개일까요?
‘나라’ 또는 ‘국가’를 어떤 기준으로 적용하는지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유엔 가입국 193개국, 옵서버 2개국으로 총 195개로 제시하기도 합니다. 33개국을 방문했는데, 약 200여 개 세계국가를 고려할 때 그리 호들갑을 떨 숫자는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1989년 해외여행이 전면 자유화가 되었고, 당시 출국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요즈음 유행 추세를 보면 지난 몇 년 사이 기내 수화물 규정이 강화되었고, 입국 심사가 까다로워졌으며, 높은 환율로 해외여행이 다소 주춤하는 듯합니다.
첫 해외여행은 1994년 영국, 프랑스, 스위스로 시작했어요. 직장 해외연수 대상자로 발탁되었고, 26세 청춘에게 과분한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그 당시 해외여행 정보를 얻기 위해 『Lonely Planet』, 『Just Go』를 즐겨 보았으며, 한 권의 책이 보여주는 세상은 역사, 유물, 인물, 사건 등 흥미로운 걸로 가득했습니다.
여행은 준비하는 시간부터 여정이 시작됩니다. 여행자는 언어, 기후, 통화, 역사, 음식, 전통, 예절 등 간단하게나마 공부합니다. 나는 양국 기독교 간 국제관계를 담당하고 있어 특히 역사이해와 사회적 종교적 현안을 공부하는 게 우선이었습니다. 국제회의 주제들을 되짚어보면, 제주의 강정마을과 일본 오키나와 헤노코 미국 해군기지를 둘러싼 동북아 평화문제, 태국 국경과 접경 국가에서 발생하는 성매매와 인신매매 등 인권문제, 서아시아 종교 갈등문제, 유럽의 기후변화와 지속 가능한 환경과 경제 문제, 한반도 평화적 통일을 위한 북미 관계 등 다양한 의제들이었습니다. 혹자는 일상과는 다소 동떨어진 주제로 여길 수 있고 불편하게 느낄 수 있지만 치열하게 토론하고 협력방안을 모색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세상은 분쟁, 가난, 전쟁 중이고 크게 변하지 않은 듯합니다.
요즘처럼 여행이 일상화된 적이 있었을까요! 아마도 SNS 덕분입니다. 어찌나 ‘뾰족한’ 제목으로 한 나라의 구석구석 방방곡곡을 세세히 소개하는지 놀랍기만 합니다. 해외 여행지 소개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 불고 있는 K-열풍이 전 세계와 전국을 휩쓸고 있습니다. K-푸드, K-드라마, K-뷰티 등 한국의 역사와 정취가 묻어있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이웃 나라들의 모습을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소비적으로 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세계시민 운운하면서 사회 구성원들의 개인적 관심, 취향, 기호를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문화평론가는 아니기에 구체적인 예시는 접어두겠습니다.
어린 시절,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면서 부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 비행기에는 누가 탔을까... 20대에 시작한 해외여행은 30년 동안 33개국을 다녀왔습니다. 오대양 육대주의 사람 사는 세상이 그리 다르지 않았습니다. 가족으로 인해 웃고 울고, 빈곤으로 인해 낙담하며, 일상을 앗아가는 재난과 재해로 절망하며, 내전과 국제분쟁으로 참혹한 일상을 살며, 불안정한 국가체제와 부패한 권력으로 인해 두려움에 싸여 살아갑니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삶의 연대가 필요합니다. 동서남북, 남반구와 북반구, 동양과 서양 그 구분이 어찌하든지 '이웃'에 관심하는 일입니다. 대단한 봉사와 지원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언론을 통해 국제뉴스를 들을 때면 지금 그곳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잠시 묵상했으면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방식으로 기여를 하면 더욱 좋겠습니다.
비록 각자의 여행 목적은 다르지만 여행지에 발을 내딛는 순간 그 땅의 일원으로 잠시나마 살아갑니다. 여행지에서의 경험은 다채롭습니다. 과밀한 도시풍경, 불안정한 수도공급과 전깃불, 교통체증, 비위생적인 거리 음식, 무표정하고 불친절한 사람들 등 다소 어둡고 불편한 면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정반대로 경이로운 자연, 신비로운 건축물, 유쾌한 사람들, 천하진미가 선물처럼 가슴에 와 안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또 떠납니다.
국경선을 넘나들다 보면 모든 낯선 땅은 어느새 교실 밖 배웅터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