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 무궁무진과 유종의 미 사이에
될성부른 나무의 계절
어느새 계절은 우리 곁에서 옷을 갈아입습니다. 특히 가을이 오면 언제나 풍성한 결실을 기대합니다. 그 수확은 봄의 씨앗과 여름의 땀방울이 준 선물입니다. 인생훈련도 신앙훈련도 유사한 길을 걷습니다. 가을의 열매가 시간과 인내를 요구하듯, 완성된 인격과 완숙한 믿음은 습관으로 자라납니다.
미국 신학자 스탠리 하우어워스(Stanley Hauerwas)는 훈련을 ‘벽돌 쌓기’에 비유합니다. 한 장 한 장 쌓은 벽돌이 단단하고 멋진 집을 이루듯, 말의 습관, 용서의 연습, 환대의 실천이 삶을 일궈간다고 말합니다. 작은 수고와 노력 그리고 꾸준한 실천이 거름 되어 열매를 안겨줍니다. 속성으로 얻은 과실은 겉은 좋아 보여도 깊은 맛을 내지는 못합니다.
나에게 훈련은 언제나 쉽지 않습니다. 결심 뒤에는 ‘반복’과 ‘인내’라는 단어가 따라붙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내 안의 작은 변화들은 하루하루 쌓인 습관의 결과물입니다. 기도의 시간, 말의 절제, 타인을 배려하는 작은 실천, 사소하다 여길 수 있는 것들이 벽돌처럼 포개져 지금의 나를 형성해 갑니다. 지적 미덕도 도덕적 미덕도 우리 안에서 저절로 생겨나지는 않습니다. 반복된 행위가 몸에 배어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곧 인격을 형성합니다.
사계절의 빛깔이 변화하듯 우리의 안팎 모습도 훈련으로 색을 덧입습니다. 때론 훈련 과정에 고단함이 있지만 결국은 삶을 단단하게 빚어냅니다. ‘훈련’은 타인을 향한 언어도 누구를 강제하는 말도 아닙니다. 훈련의 주체이며 대상은 '나' 자신이며, 나를 형성하는 길에 내가 스스로 들어서는 일입니다.
도끼를 갈아 바늘이 되어 가는 삶
해마다 새해가 되면 이런저런 계획을 세웁니다. 다이어트를 생각하고, 외국어 교재를 뒤적이며, 도서 목록을 작성하기도 합니다. 특히 그리스도인이라면 성경 1독, 특별새벽기도회, 전도, 가정예배 등 신앙 실천사항을 계획합니다.
만약 새해 다짐이 작심삼일로 끝났다 해도 괜찮습니다.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그러나 후회의 반복은 의지의 상실로 이어지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봄,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면 마음이 조금 분주해지며 마음의 고삐를 살짝 쪼이기도 합니다. 이제 연초의 계획을 끄집어내서 연말 전에 한 가지라도 완수해보려 합니다.
그런데 어쩌죠! 다른 한 해가 되었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하고 싶은 일이 내게 남아 있는 게 행복입니다.
초등학교 조카가 선물해 준 캘리그래피 달력의 글귀가 눈에 들어옵니다. “앞으로 다가올 하루하루가 너무나 기대돼.”라고 적혀있습니다. 배움은 혹한의 계절에도 열정으로 불태울 삶으로 초대합니다. 이 계절은 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결실은 기다림 속에 감춰져 있고, 열매는 훈련 속에 머물러 있다고. 나는 지금도 배우고 훈련합니다. 반복과 인내로 지칠 때도 있지만, 계절이 알려주는 비밀을 되새겨봅니다. 한 장 한 장 벽돌을 쌓듯, 오늘의 작은 습관이 나를 든든히 세워 갈 것이라고 말해줍니다. 나의 좋은 습관, 필요한 배움을 통해 변화할 모습을 그려봅니다.
여러분은 오늘, 무슨 열매를 바라며 어떤 훈련, 어떤 배움을 채워가고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