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는 불안하다.
취업하고 나면 더 불안하다.
해외취업도 별 다를 건 없다.
결국은 취업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랬다.
취업 전에는 마냥 무언가가 되고 싶었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빨리 돈을 벌고 싶었다.
내 돈으로 자유자재로 뭔가를 사고 싶었고, 더 이상 부모님의 신세를 지기 싫었다.
부모님 신세는 등록금으로 충분했다.
학교 다닐 때 주변에 돌아보면 금수저 친구들이 있었다.
(실제로 우리 학교는 재학생 부모님의 평균 자산이 높은 학교로 언젠가 뽑히기도 했다.)
내 주변에도 몇몇이 있었는데, 그들의 부모님이 정확히 어떤 직업을 가지셨는지는 모르지만 씀씀이나 가족 이야기를 할 때 대충 눈치채곤 했었다.
한 번은 그중 한 명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XX아, 너는 나중에 남자 집안에 돈이 한 50억 있는 집에 시집갈 거야?
아니면, 남자 집안은 찢어지게 가난한데 남자가 자수성가해서 번 돈이 30 억인 집에 갈 거야?
정확히 우리가 23살 때인가 22살 때 그 친구는 이 질문을 나에게 했었다. 장소도 어딘지, 어떤 얼굴로 이 질문을 했었는지 생생히 기억이 날 정도다.
질문이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그냥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질문이라서 더 생생히 기억이 난다.
그때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나는 후자라고 대답했고, 남자 집안의 돈은 부모님의 돈이지 내 남편의 돈이 아니잖아.라고 하니 그 친구 왈,
야 바보야~ 아니지 그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그 돈이 다 너께 되는 거지!!! 그러니 당연히 전자를 택해야지!
라고 했던 그 친구,
지금은 집안에 돈이 50억있는 남자를 만났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그 친구는 지금 각종 미인대회에 출마하며 열심히 부잣집에 팔려가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한다.
문득 몇 년이 지나고 그 친구의 이러한 근황을 듣고 이 질문을 곱씹어 보았다.
그 친구는 언제부터 결혼의 기준이 돈이 되었을까?
사람들은 흔히 돈=안정감이라고 생각한다. 이 친구도 그러한 맥락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불안한 상황들 (예를 들면 졸업하면 뭘 해 먹고살지, 앞으로 정서적 안정감은 누구로부터 찾아야 할지 등등... )을 남편이라는 언젠가는 만날 그 대상에 '안정감'이라는 옷을 입힌 느낌이랄까...
다시 말하면 자신이 내적, 외적으로 불안정하니 그 안정감을 남자로 찾으려고 했던 것 같다.
왜? 그 남자는 내가 없는 돈도 있고, 내게 사랑을 주며 내가 힘들 때마다 기댈 수 있을 테니.
그러나 결국 이 또한 외적요소에서 안정감을 찾는 것이다.
취업하면 안정적여질 것이라는 생각. 그것 또한 외적에서 오는 요소다.
물론 어느 정도는 안정적 여진 다고 생각이 들겠지만, 잠시다.
결국은 내면에서 스스로 안정을 찾는 것이 진정한 안정감을 찾는 길이다.
나는 아이러니 하지만, 직장 다닐 때처럼 또박또박 똑같은 월급 나올 때보다 프리랜서로 매달 수입이 다른 지금이 더 내적으로 안정적이고 더 확신 있는 길을 걷고 있다.
대표적인 이유는, 일단 이 일을 정말 좋아하고, 회사를 위한 '일'이 아니라 '세상'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다 보니 돈에 크게 연연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큰 대 목표가 있으니 내가 멈추지 않는 이상은 계속 조금씩이나마 세상을 발전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그만한 보상이 없다.
그런데 회사 다닐 때는 내가 이 정도 노력을 하는데 이거밖에 안 줘? 그럼 나도 이만큼만 일할래 하면서 이해타산적으로 계산하고 있는 내 모습이 싫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돈을 벌면 안정적일 거라고 기대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돈은 상대적인 것이라서 벌면 더 많은 것들이 보이고, 그러면 더 벌고 싶어 지고, 벌어도 벌어도 나보다 부자는 항상 있으니 끝이 없다.
그런데 나를 표현하면서 세상에 발전되는 일을 하면 그런 금전적 보상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내적으로 굉장히 큰 충만감을 느끼게 된다.
대표적 예로, 나는 브런치를 2년째 하고있지만 아무런 금전적 보상을 얻지 않는다.
유투브도 1년째지만 아무런 금전적 보상을 얻지 못한다. 그러나 둘다 꾸준히 하고 있다.
이런것들이 바로 진짜 내적 안정감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