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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MLE study 일지_09

훈련의 힘

by Claire mindfulness


유코에 올라온 후기들을 보면 정말 대단한 분들이 많다.

아직 임상질환을 한 번도 배우지도 않은 본과 2학년 학생들도 몇 개월 만에 step1을 통과하고 전공의들은 1-2달 공부하고 붙기도 하는 것을 보며 경탄한다. 진화된 DNA를 가진 세대인 것 같다.


그에 비해 나는 단지 문제를 읽는 것에 익숙해지는 데에만 3-4개월 걸린 것 같다.

졸업 후 계속 의학계에 몸을 담고 수도 없이 많은 article을 닥치는 대로 읽어온 세월이 십수 년이지만 usmle 문제를 처음 접했을 때 참 막막하기만 했다. 한 시간 내에 40문제를 읽는다는 게 가능해질까 싶었다.


하지만 난 훈련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훈련, training이라는 단어가 나는 좋다.

우리는 누구나 완성된 사람이 아니지만 반복된 노력을 통해 누구나 완성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다.

훈련은 나 자신에게 믿음을 주고 타인에게도 믿음을 준다.


오래 걸렸지만 점차 문제를 읽는 것이 익숙해졌고 너무 높게 느껴졌던 실전 280문제의 벽을 넘게 되었다.




step2 공부를 시작한 지 2개월 차,

원래는 step1 이후에 한두 달은 휴식을 하며 집안도 챙기고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매일 유월드를 끼고 살았던 1년여의 루틴이 익숙해져서인지 다른 것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pass를 확인하고 바로 step2를 슬렁슬렁 보기 시작했다. 중간에 몸이 좋지 않아 공부를 스킵한 날도 많고 10문제 정도만 보는 날도 많다.


step2는 devine, amboss 등 유월드 이외의 자료를 많이들 병행하는데, 단순한 것을 선호하는 나는 일단 무지성으로 오직 유월드 문제만 클리어하는 중이다.

매일매일 훈련하는 마음으로, 더 익숙해지자 하는 마음으로 자투리 시간이 생길 때마다 문제를 읽는다.

가끔 너무 지겹다 싶으면 천천히 vignette 읊조리며 읽기도 한다. 이 또한 clinical presentation 훈련이 되는 것 같다.




에너지가 고갈되었던 때, 연봉이 적어도 좋으니 나에게 익숙한 일만 평생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인형 눈깔 붙이기 같은). 자꾸 새로운 능력을 요구하는 사회가 버거웠다.


그런데 배움과 훈련은 끝이 없는 것 같다.

하고 싶은 일과 별로 하기 싫은 일이 있을지언정.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쉼 없이 새로 배우고 훈련하는 것이 살아가는 기쁨이고, 살아있는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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