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배 이야기

내면소통명상과정 6

by Claire mindfulness


나의 경험을 남들에게 전하기 위한 스토리로 만들기 위해

우리의 의식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의 패턴과 방식이 기억자아, ego의 성격을 결정한다.

똑같은 경험을 가지고도 완전히 다른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인생을 살면서 무언가로 괴롭다면, 사실 그것은 모두 내 안에서 만들어낸 것이다.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은 밖이 아니라 내 안이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사람은 경험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최악의 가능성을 생각해 부정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빈 배 이야기가 있다.






잔잔한 호수에 배를 띄워놓고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시며 시 한 구절을 읽고 있다.

눈을 감고 고요함을 만끽하는 순간

갑자기 쿵, 하고 뒤에서 어떤 배가 돌진해 와 내 배를 세게 받았다.

차는 쏟아져 책이 젖었고 평화가 깨짐에 화가 올라온다.

분노에 휩싸여 "도대체 어느 놈이야, 배를 거지같이 어떻게 몬 거야?" 뒤를 돌아본다.

나의 분노를 전달할 대상을 찾는 날이 선 눈길 끝에,


빈 배가 있었다.


그 순간 분노의 불길이 타오를 동력을 잃고 스르르 꺼진다.


배에 받히고 화가 난 이유는 고요함이 깨지고 책이 젖어서도 있지만,

단지 그것뿐이 아니다.

"누가 감히 나를 무시해서, 누가 감히 부주의하게, 나를 괴롭힐 목적으로, 나의 귀중한 시간을 훼손한 거야?"

하는 스토리가 돌아간 결과로, 불필요하게 더 많은 화가 일어난다.


외부의 사건 자체도 나를 기분 나쁘게 하지만,

그 사이에 왜곡된 신념체계(belief system)가 개입되어 추가적인 스토리텔링을 하고 더 큰 분노를 유발한다.

가해한 사. 람. 의 의도를 내 안에서 상정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 믿음과 가치관, 고정관념이 투입된다.






"엄마라면 응당 자식한테 너그러워야 하는 거잖아.

근데 나한테 그런 말을 하고 그렇게 행동을 한다고?

저건 다 나 기분 나쁘라고, 내가 꼴 보기 싫으니까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사사건건 트집만 잡고 분명히 내가 잘 안 되기를 바라는 것 같아. 진짜 너무하다."


나는 나만의 스토리를 쓰고 있었다.

엄마 역시 한 인간일 뿐, 엄마의 스토리를 쓰고 있다.

각자의 스토리텔링이 강하게 돌아가서 나만 화가 나고 나만 억울하고 도저히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이렇게 한 사건이 내 안에 감정의 소용돌이를 불러일으키기까지에는,

단순한 사건뿐만이 아니라 나의 스토리텔링이 반드시 존재한다.






나, ego는 이야기 덩어리이다.

나를 바꾸기 위해서는 경험자아가 습관적으로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링의 패턴을 바꾸어야 한다.

순간순간의 경험을 스토리로 바꾸는 나의 의식의 습관을 바꾸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은 자동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바꾸기 전에 일단 알아차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이 명상이다.

알아차리는 주체가 바로 '배경자아'이다.


명상을 통해 내가 어떤 스토리텔링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어떤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어떤 고정관념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지,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

(개인이 가진 신념 역시 개인의 자의적 스토리텔링의 산물일 뿐, 절대적인 옳음은 아니다.)

이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 방향인가?


이런 것들을 평소 생각하고 살아본 적이 보통은 없을 것이다.


알아차림의 시간이 곧 명상의 시간이다.

알아차림 훈련이 나를 바꾸는 첫 단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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