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당해보는 사기꾼 취급
미국에서 살 집을 출국 전 한국에서 구하고 있다.
예전 동부에 1년 살 때 virtual tour로 single house를 한국에서 계약해서 간 경험이 있어 큰 고민 없이 그렇게 하기로 했는데, 하다 보니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당시 ssn도 FICO score 신용등급도 미국 고용계약서도, 아무것도 없던 지구 반대편의 우리에게 흔쾌히 집을 계약해 준 집주인 Sofia에게 새삼 고맙다.
무슨 일인지 single house rent 매물은 정말 많다. 그런데 연락을 하면 무조건 tour를 잡게 되어 있어서 구구절절 우리의 상황을 설명하고 virtual tour를 부탁하고 있다.
오늘은 어떤 집주인에게 거짓말하면 당국에 신고할 거라는 황당한 말을 들었다.
생각해 보면 단지 신중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이해되기도 하지만 '나를 사기꾼으로 몰다니.' 하고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 나도 모르게 '너 내가 누군지 알아?'가 올라온 것이다.
분노가 올라온 상태로 답장을 써서 chat GPT에게 감수를 받는데 이메일의 톤이 방어적이고 감정이 묻어나 집주인이 공격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나의 날카로운 말투를 지우고 공손한 메일로 고쳐주었다. 고쳐 준 메일을 읽어보니 깨닫는 바가 있었다. 감히 나 같이 건실한 사람을 사기꾼 취급을 한 것에 대해 발끈함을 표현하는 것이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어느 누구도 '그래, 너 사실은 대단한 사람인데 내가 몰라봐서 미안하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너 뭐 돼?'라는 반응이 올라온다.
앞으로 미국에서 당하게 될 수많은 멸시(?)를 미리 체험해 본 기분이 들었다.
이런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우리는 점점 방어적이고 피해의식에 빠지게 되는 걸까? 그럴 수밖에 없을까?
미국에서의 삶을 결코 한국에서의 삶과 비교하지 않고 그대로를 받아들이기로 많은 다짐을 했는데, 그들이 나를 알지 못하여 당연하게 밟게 되는 나를 증명하는 과정을 멸시라고 느꼈다가는 삶이 무척이나 피곤해질 것이다.
용기가 한 풀 꺾이려던 차에, 아이의 카톡 메시지에 다시 힘을 내어 본다.
이제까지의 나는 최대한 잊고, 한 번 생존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