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Colorado
올해 말까지 꼭 시험을 보자고,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서 서울에서 일하던 병원에서 7월 말까지 근무하기로 결정을 하고 7월 1일에 얘기를 했다.
그러고 나서 2주 정도 뒤, 갑자기 9월 이사가 결정되고 정신없이 해외이사 준비를 시작하였다.
8월에는 선박 이삿짐을 보내고 큰아이를 새로운 학교에 입학시키고 대사관 취업비자 인터뷰를 했다.
9월 한 달은 이사 준비와 인사 등등으로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모르겠다.
서울 집의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부동산에 연락하고 집을 보여주고 치우고, 미국 집을 구하기 위해 virtual tour와 meeting을 하고 application을 넣었다. 둘째의 학교 서류(면제 신청서), 이사업체, 은행 업무들... 사실상 7월 중순부터 공부는 완전히 중단되었다.
9월 말, 콜로라도의 해발 1800m 어느 한적한 동네로 이사를 하였다.
따뜻한 집주인을 만나 그녀가 사용하던 모든 것들을 거의 그대로 쓰게 되어 생각보다 빨리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밤낮없이 북적이던 서울과는 정말 다른 동네이다.
걱정했던 고산병 증상도 없었고 해야 할 일들이 많아 그런지 시차적응도 아주 어렵지는 않았다.
와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은행에 가서 주소와 전화번호를 업데이트하고, 콜로라도 운전면허를 교환하여 중고차를 사는 것이었다. 남편의 출근길이 꽤 길어 테슬라를 한 대 샀는데 테슬라 구매가 여기 와서 가장 어려웠던 일이었다. 아직 2-3주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날씨는 정말 좋다.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떨어져 춥기도 하지만 낮에는 쨍한 해 덕분에 여전히 더워 저녁의 추위를 견딜 수 있게 해 준다. 밤에는 이불 속에 들어가면 되니까.
영어는 한국에서보다, 그리고 온 직후보다 점점 오히려 더 안 들려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엄습한다. 하지만 step2 공부도 놓은 판에 영어 공부에 집중하기는 더 어렵다. 나는 참 멀티가 안 되는 사람이다.
그래도 이 와중에 일주일 전 지난주 수요일부터 step2 공부를 무려 세 달 만에 다시 시작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해야 할 것 같은데 또 그러기는 싫어서 random Q을 만들어 슬슬 시동을 걸고 있다. 오랜만에 공부를 하려니 시작이 너무 힘들어서 하루에 10문제 만 하자고 하고 겨우겨우 이어나가고 있다.
준비할 때에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낯선 곳에 도착하고 나서 현타가 많이 왔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뭘 위해서? 뚜렷한 신념이나 강력한 동기가 있었던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지.
그런데 재밌게도 별생각 없이 그냥 그런 일상을 또 살게 되는 것 같다.
하나하나 한국과 비교하고 싶지 않다. 거기는 그랬는데 여기는 이러네, 이러한 생각도 없이 그냥 이것이 내 삶인 것처럼 살려고 한다. 과거의 나는 과거에 두고. 지금부터 될 수 있는 내가 되기로.
공부하고!!!, 운동하고, 맛있는 거 많이 먹으면서...
어쩌면 겪을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를 이런저런 문제들을 만나고 해결해 나가면서,
조금 더 강한 내가 되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