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의 봄과 여름은 어느 때보다 빽빽하고 방향을 잃는 시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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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치열했던 특목고 2년 과정이 무사히 끝났다.
그동안 성적이 오르지 않아 힘들었던 아이도 있었고, 성적이 올랐지만 컨디션이 저하되어 힘든 아이도 있었다. 이제 공부는 체력 싸움이라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아이들은 공부를 하고 싶어도 체력이 안되면 원하는 만큼 몰입해서 공부하기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그동안 체력관리를 꾸준히 해왔던 아이들은 성적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최상위권은 계속 성적을 유지하고, 중위권에서 상위권으로 성적이 점프하는 아이들도 생긴다. 대학교에서는 성적이 우상향 하는 아이들을 성실성과 미래 성장성 측면에서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비록 전체 등급은 낮더라도 등급 수치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으므로, 기억해 두자.
고3이 되기 전 겨울방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몰입해서 공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자기만의 싸움에서 치열하게 이겨야 고 3 때 성적이 오를 기회가 생긴다. 학원가를 둘러싼 온갖 유혹들, 그리고 걱정, 불안,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무기력감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멀리 떨어져야 한다. 아이들은 겨울방학 전에 짜놓은 공부계획을 실천하고, 예약을 걸어놓은 곳을 다니기 위해 학원가로 대규모 이동을 한다. 학기 내내 모의고사나 수능 대비 공부를 할 시간이 부족하였기 때문에, 해야 할 공부가 매우 많은 것이다.
어떤 아이는 캠프에 참가할 것이고, 어떤 아이는 학원가의 관리형 독서실이나 집 근처 스터디 카페를 다니며 수능 공부에 매진하게 된다. 고 3이 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아이들은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점차 높아진다. 책상 앞에 앉아 문제집을 펴고 있지만 마음속에 치미는 불안감 때문에 공부가 손에 잘 잡히지 않는 시간도 많아진다. 매주 1회 이상 실전 모의고사를 치르지만, 성적은 그다지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고 2 때와 비교해 모의고사 난도가 확 올라간 것이 느껴진다. 난도가 높은 기출문제와 변형문제들을 본격적으로 풀기 시작하면서 자신감보다는 좌절감이 들 수도 있다. 겨울방학 때까지 주요 과목의 10년 치 기출문제를 모두 풀어서 정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방학 동안 목표를 다 채우지 못하고 3학년으로 올라가는 특목고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국/영/수 주요 과목은 노력한 만큼 성적이 잘 나오는데, 예상외로 탐구과목이 발목을 잡는 경우도 상당하다. 점수가 잘 나오지 않으니 '과목이 나와 안 맞는다'라고 생각해 탐구과목을 바꾸게 되면 그만큼 시간적으로 손해이다. 따라서, 처음 탐구과목을 고를 때 수능에서 나에게 유리한 과목이 무엇인지 잘 살펴서 정해야 한다. 다행히도 탐구과목 선택문제는 2026학년도와 2027학년도 수험생에게만 해당된다.
어느덧 겨울방학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아이들은 공포의 고3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고3의 봄과 여름은 특목고 정글답게 그 어느 때보다 어둡고 빽빽하여, 아이들이 쉽게 방향을 잃고 헤매는 시기이기도 하다. 고 3의 봄은 특목고 정글에서 2년간 제대로 생존전략을 개발해 장착한 아이들과, 제대로 된 생존전략을 장착하지 못한 아이들 간에 극명하게 명암이 갈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사실, 2학년 2학기까지 4개 학기의 성적으로 대학교 라인은 대략적으로 이미 판가름 났다. 3학년 1학기라는 단 한 학기의 성적만으로 판을 뒤집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제 와서 아이가 뒤늦게 철이 들어 강한 생존력을 장착해 '열공'하고, 그 결과 전 과목에서 All 1등급을 맞는 기염을 토하더라도, 전체 학년의 평균 등급에서 앞자리 수치가 변하기에는 이미 늦은 것이다. 등급 수치의 소수점 뒷자리만 바꿀 수 있다. 사실 대다수의 수험생들은 그동안의 공부 습관을 바꾸지 못하고, 1학년 때 받은 성적과 비슷한 평균 등급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공부습관을 확 바꾸어 성적을 오르게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가운데에서 웬만한 큰 학습 변화를 만들어내지 않고서는 성적이 급상승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있던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3학년에 가서 절망하고 좌절하는 경우는 매우 일상적이고 흔한 일이 된다.
특히, 2년간 무리한 일정과 생명력을 깎아낼 정도로 열과 성의를 다해 학교활동에 매진하며 버텨왔던 아이들이 3학년에 올라가면 체력 저하와 에너지 고갈로 오히려 생존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저질 체력과 번아웃으로 성적이 하락하는 여학생들 자리는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을 튼튼히 했던 (남) 학생들이 차지한다. 이들은 강철 체력을 바탕으로 2학년 후반부터 성적 순위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승곡선을 타고, 3학년 때 빛을 발하게 된다. 아무리 1, 2학년 때까지 학급임원이나 학생자치회 활동을 하며 리더십을 키우고, 각종 수행활동과 교내 대회, 발표축제 등에서 반짝반짝 빛나던 모범생들과 우등생이라 하더라도, 기본 체력이 안되면 성적이 떨어지고, 원하던 학교에 지원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여러분 아이가 대학입시라는 관문을 무사히 잘할 통과할 수 있도록 제대로 체력관리를 시키자.
아이들은 개학하자마자 새로 만난 담임 선생님과 순차적으로 상담을 하여, 아이가 희망하는 대학교와 진로계열, 학과를 알려주고, 담임 선생님은 학교의 입결실적을 바탕으로 하여 현재까지 아이의 성적과 학생부로 합격이 가능한 대학 라인과 진로 계열을 알려준다. 학생부를 보면, 학교의 고유 색깔을 드러난다. 고등학교마다 프로그램 성격이나 깊이 면에서, 그리고 프로그램 활동을 하는 아이들의 성과물의 수준 면에서 차이가 난다. 우수한 특목고에서는 학교 선생님이 아이의 학생부를 진단하고 학생부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어떤 활동을 추가하면 될지 알려준다. 따라서 아이의 학생부는 더욱더 개선된다. 아이들은 이미 고 2 말에 모든 행사를 끝으로 후배들에게 인수인계를 끝냈기 때문에 이제는 동아리 활동이나 학생자치회 활동의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 온전히 공부와 진로계열에 대한 고민, 그리고 진로에 걸맞은 주제탐구 활동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모의고사를 준비할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고 2때까지만 해도 따로 학생부 위주 전형을 위주로 활동하고 내신을 챙기면서, 사실상 거의 신경을 쓰지 못했음에도 모의고사 성적이 나쁘지 않았는데, 3학년에 올라가면 모의고사 성적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생긴다. 겨울방학 때도 정말 열심히 수능공부를 했는데 이상하게 3월 첫 모의고사에서 등급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많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날까? 마음잡고 '열공' 했다면 성적이 올라야 하지 않나? 아니면, 최소한 유지라도 되어야 하지 않나?
앞서 영어 모의고사 문제를 분석할 때 말한 것처럼, 고 3이 되면 고 2 때보다 모의고사에서 요구하는 아이들의 수학능력 수준이 확 올라간다. 따라서 문제의 난이도가 매우 높아지게 된다. 그리고, 6월 모의고사부터 재수생이 일부 들어오면서 재학생들의 시험성적은 동일하게 유지되어도 등급은 더 하락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난다. 그래도 6월 모의고사 때는 재수생의 극히 일부만 정식으로 시험에 참여하기 때문에 그나마 버텼는데, 그 이후 재수생과, 이에 더해 재수생보다 공부를 더 잘하는 N수생이 모두 들어오는 수능 때에는 등급격차가 더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심하면 과목별로 2~3등급씩 떨어지기도 한다. 반면, 물론 온갖 어려움에도 꾸준히 공부하여 깨달음을 얻고 소위 '공부의 신'의 반열에 오른 아이들은 점점 더 좋은 성적을 받는다.
다음 표는 고 3의 연간 일정을 정리한 것이다. 고3이 되면 3월~12월 사이에 학교에서 치르는 내신시험 4회에, 연간 6회 진행하는 모의고사까지 총 10번이나 되는 공식 시험을 치르게 된다. 여기에 수능시험까지 합하면 11회나 된다. 아이들이 '입시지옥'에서 얼마나 쉴 틈 없이 하루가 마치 25시간처럼 빡빡하게 보내야 하는지.... 1학기에는 7월 기말고사를 치를 때까지 쉴 틈 없이 뛰어야 한다. 7월 기말고사가 끝나면 레이스는 일단락된다. 그러나, 다시 수행과제들이 쏟아진다. 이 때는 수행과제를 진행함에 있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시기이다. 그리고 기말고사 성적이 나와서 전체 등급이 산출되면, 명문대학의 학과별로 지원할 학생들 간에 '줄 세우기'와 '교통정리'가 이루어진다. 특목고에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많이 모여있는 만큼,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가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매우 많다. 학교 진학부에서는 가능하면 불합격되는 아이가 생기지 않아 학교 실적이 좋도록 분산배치를 한다. 따라서 학교의 지도와 학생의 의사가 달라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내 아이가 교내 내신 경쟁에서 떨어져 원하는 학과에 지원을 못 하고 비교적 합격 가능성이 높은 다른 학과에 지원하게 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이런 경우, 지원하는 학과에 맞게 학생부의 진로활동이나 자율활동, 그리고 과목별 세부능력 특기사항 내용도 변경해야 하는 것이다.
[표] 고3 연간 시험 일정 : 모의고사 총 6회 + 내신시험 총 3~4회 실시
▶ 모의고사 범위
국어는 3월 모의고사부터 1, 2학년 전 범위가 다 들어간다. 독서, 문학 및 화법과 작문/언어와 매체 중 택 1 하여 총 세 과목이다. 수학도 수 I, 수 II 전 범위가 3월 모의고사 대상이다. 다만, 선택과목은 3월부터 순차적으로 범위가 늘어나 9월 평가원 모의고사부터 전 범위에 대해 모의고사를 치른다. 확률과 통계는 3월에 I단원 경우와 수(순열과 조합), 미적분도 I단원 수열의 극한까지, 기하는 I단원인 이차곡선이 시험범위가 된다.
사회탐구 9개 과목은 3월부터 전 범위로 들어간다. 과학탐구의 경우 물리학 I, 화학 I, 생명과학 I, 지구과학 I은 3월부터 전체 범위로 모의고사를 치루지만, II 과목들은 3월에는 대상에서 제외되고 4월부터 1단원부터 범위에 포함되어, 단원을 늘려나가 9월에 전 범위로 확대된다. 결국, 진정한 수능 대비 모의고사는 전 범위에 대해 치러지는 9월 평가원 모의고사인 것이다.
따라서 여러분의 아이가 3월 및 6월 모의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는데, 9월 모의고사에서 등급이나 백분위가 하락했다면, 내 아이보다 1년 이상 더 공부한 N수생이 유입되어 아이의 상대적인 위치가 하락해서일 수도 있지만, 시험 범위 후반부에 '공부 구멍'이 존재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해 마지막 대비를 차근차근해야 할 것이다. 수능 시험일까지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아서 마음이 급해서 이것저것 하다 보면 오히려 진도는 나가지 않고 실전 모의고사 성적도 잘 오르지 않을 수 있다. 여러분의 아이가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마음을 위로해 주고 지지의 마음을 전해주는 것, 그리고 아이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꾸준히 영양제와 건강기능식품을 먹이는 것이 이때 부모가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8월 말에는 학생부 마감이라는 중요한 일정이 있다. 위에 말한 것처럼, 여러분의 아이가 대학과 학과를 정해서 지원하려고 마음먹었는데, 같은 특목고 안에서 내 아이보다 성적이 더 좋은 학생들이 같은 곳을 지원하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생존확률을 올리려면 내 아이의 학생부가 그 학생들보다 뛰어나던가, 아니면 다른 유사학과로 전향하여 지원하는 방법 밖에 없다. 왜냐하면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뜻은 '3년간 학교의 같은 프로그램으로 활동을 해왔다'는 의미이므로, 학생부의 상당 부분이 유사하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여기에서 우리 아이가 수행과제를 아주 탁월하게 해서 학생부가 뛰어나다면야 별 문제가 안 되지만, 비슷하게 잘하는 상황이라면 내 아이의 학생부 차별점이 사라질 수 있다. 이에 더해 내신성적도 안 좋다면 당연히 불리할 수밖에 없다. 물론, 면접시험 준비를 열심히 해서 내신 뒤집기를 할 수도 있다. 다만 특목고에 다니는 아이들은 누가 더 면접을 잘할만한 역량 있는 아이인지 3년간의 수업을 통해 익히 알 수 있다. 즉, 갑자기 면접준비를 죽어라 열심히 한다고 해서 면접을 잘 볼 가능성이 높은 것이 아니다. 면접에서 판별하고자 하는 학생의 역량은 무엇일까? 바로 비판적 사고력, 분석력, 논리전개력, 문제해결력, 창의력이 갖추어져야 남들과 다른, 뻔하지 않고 차별화된 멋진 대답을 할 수 있는 것이고, 이때 면접 뒤집기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쉽지 않은 상황에서 특목고의 고3 수험생들은 8월 여름방학까지는 수능공부에 집중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진로와 관련된 각종 활동들과 수행과제를 합격하고 싶은 학과에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말 지난하고 괴로운 과정이다.
그리고, 서울대/연세대/고려대 3개 대학의 면접은 다른 학교처럼 생기부 기반 면접이 아니라, 제시문 제시 면접유형이다. 솔직히, 아무리 '선행학습영향평가결과서'에서 면접문제가 고등학교 수준을 벗어나지 않으며, 고등학교 수업을 받았으면 충분히 대답할 수 있다고 평가해도, 아이들이 학교에서만 준비해서는 결코 명문대 면접시험에서 합격하기 쉽지 않다. 결국, 사교육을 통해 준비를 해야 하고, 여름방학은 면접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기간이다. 또한 서울대 상경계열 및 몇몇 학과는 문과라 하여도 수학시험이 면접에 포함되기 때문에, 실제로 면접준비를 위해 두 과목의 강의를 듣고 면접 연습을 하게 되어, 난이도나 준비 시간 면에서 아이들을 힘들게 한다. 필자도 작년 여름방학에 주중부터 주말까지 주 4~5일을 대치동으로 왕복 라이딩해야 했고, 도로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었다. 아이나 부모나 힘든 면접 준비를 잘 이겨내고, 고생한 만큼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평소에 면접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키우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지 출처 : pia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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