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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레린 Clairene Oct 31. 2024

특목고정글에서 생존 신고하기(2)

고 3의 가을과 겨울, 곧 지옥 같은 정글의 탈출구가 보일까?

2025학년도 수능이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10월 초에 치러진 학력평가를 마지막으로 공식 모의고사 일정은 모두 끝났다.
 

금년에는 9월 모의고사가 유례없이 쉽게 출제되는 바람에 과목별 1등급 학생수가 지나치게 많아져 변별력 면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배짱 있게 이번 수시전형 지원에는 상향지원을 한 아이들이 더 많다고 한다.


작년 10월 모의고사는 전체적으로 쉬웠고 아이들은 좋은 등급을 받고 좋아했다. 충분히 힘든 수험생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일부러 배려하여 쉽게 낸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2024학년도 수학능력평가가 치러진 작년 11월 16일은 매년 그러했듯이 어김없이 날씨가 좋지 않았다. 이례적으로 비까지 내려 수능 당일 긴장으로 힘든 수험생들을 더 힘들게 했다. 흐린 날씨에 비를 맞으며 낯선 고사장에 가서 시험을 치러야 하는 수험생들은 더 긴장되고 힘들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대학입학시험을 치렀을 때부터 수능일은 항상 춥고 을씨년스러웠다. 하늘조차도 대한민국의 50만 명 수험생들이 가장 힘든 날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수능일이 점점 다가오면서 고3 학생뿐 아니라 N수생을 포함한 모든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걱정과 불안 강도가 자동적으로 올라간다. 마지막 스퍼트를 올려 공부에 매진해야 하는데, 글자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수험생들이 걱정보다는 내 앞에 주어진 남은 시간을 잘 활용하여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공부를 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런 흔들리지 않는 담대한 마음을 가지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수능을 한두 달 앞두고는 아무리 책을 보고 문제집을 보더라도 걱정과 불안으로 공부에 집중을 못하는 아이들이 상당히 많다.  


엄마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별별 걱정과 근심이 머릿속에 가득 찬다. '우리 아이가 잠을 설쳐서 혹시 지각을 하는 건 아닐까?' 매년 수능날이면 지각으로 고사장에 이륜차를 이용해 간신히 도착한 학생 소식을 뉴스에서 봐왔다. 늦어서 수험장에 들어가지 못해 시험을 치르지 못한 안타까운 학생 사례도 봐왔다. 수능일에 수험생들의 지각을 막기 위해 공기업의 출근시간이 늦춰지고, 모든 방송국 채널에서 수능시험장 현장에서 소식을 전해준다. 늦은 오후가 되면 금년의 수능 난이도에 대해 분석한 자료를 발표하느라 온 채널이 바쁘다. 인적자원이 가장 중요한 대한민국으로써는 국가 전체가 들썩일 만큼 수능은 중요한 사건이다.


수험생 부모들의 걱정은 끝이 없다. 너무 불안해진다. '너무 피곤해서 시험문제가 잘 안 풀리면 어쩌나?', '요즘 국어시험이 어렵다던데, 국어에 약한 우리 아이, 1교시 시험을 망쳐서 연달아 다른 과목도 망치면?', '6 광탈에 3 광탈되면 어떡하지?' 걱정은 꼬리를 물고 계속된다. 실제로 국어시험이 어려워지면서 1교시 시험을 망친 수험생이 1교시가 끝나자마자 가방을 싸서 나가는 경우가 꽤 늘었다. 고등학교 3년간 노력하고 준비한 시험을 포기하는 상황 참으로 안타깝다. '점심 먹다가 체하면 어쩌지?', 혹은 '애가 너무 긴장해서 밥도 못 먹고, 기운이 달려 못 보면 어쩌지? 죽을 싸줄 것 그랬나?', 혹은 '아이가 소화 안된다고 죽을 싸달라 해서 싸주긴 했는데 기운이 없어서 시험을 망치면 어쩌나?'


수험생도 수험생 학부모들도 긴장 속에서 수능 전날 밤에는 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수험생 시절에 새벽까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기억이 난다. 다행히 기숙사가 있는 특목고에서는 수능 당일 새벽에 아이들을 버스에 태워 인근 고사장 으로 일치감치 보내주기 때문에 지각에 대한 걱정은 없다. 수능 도시락도 학교에서 싸주기 때문에 엄마들은 한결 편하게 수능 당일을 맞이할 수 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고사장으로 향할 때 얼굴 한 번이라도 보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부랴부랴 학교로 간다. 버스로 올라타는 아이들에게 잘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응원을 해주고 손을 흔들어 준다. 선생님들 뿐만 아니라 후배들도 새벽부터 나와서 선배들의 수능합격을 기원한다. 아이들은 여러 사람들의 좋은 기운과 애정 어린 기원을 마음에 품고 긴장된 걸음으로 버스에 올라타 고사장으로 향한다.

 


아이들이 고사장에 도착해 교실에 들어가는 시간이 되면, 엄마들은 그때부터 바빠진다. 각자 또는 삼삼오오 모여서 기도를 올릴 종교의 장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 시험 시간에 맞추어 1교시 아침부터 5교시가 끝나는 오후 늦게까지 기도를 올린다. 평소에 종교에 관심이 없던 엄마들이라도 수능날만큼은 온 정성을 다해 기도를 드린다. 기도를 드리면 아이가 좋은 결과를 낼 것 같고, 엄마의 마음도 차분해진다. 나도 작년에 동일한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수험생 부모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안다.

늦은 오후가 되면 부모들은 아이의 고등학교로 다시 모여든다. 아이가 언제 도착하나 기다리면서 아이가 제발 시험을 잘 보았기를 또 기원한다. 가까운 곳의 고사장으로 시험을 보러 간 아이는 금방 돌아오지만, 조금 거리가 있는 학교로 갔던 아이들은 퇴근 시간과 맞물려 늦게 도착한다. 고생한 아이를 맞이해 주고 캐리어를 챙겨 집으로 간다. 피곤한 아이는 방에 쉬러 들어가고 그다음 날 느지막하게 일어나 시험결과를 채점해 본다. 이제 정말 3년에 걸친 노력에 대한 테스트는 일단락이 된 것일까?


물론 아니다. 비록 지필시험은 모두 끝났지만, 아직 면접시험이 남아 있다.

수능 다음날부터 많은 대학들이 1단계 서류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2단계 면접 시간과 장소를 공지한다. 아이들은 다시 바빠진다. 특목고생들은 내신 등급이 낮은 불리함을 극복하고자 서류전형보다는 면접전형에 많이 지원한다. 그동안 많은 단련을 해 온 덕에, 특목고생이 면접 전형에서 일반고생보다 좀 더 유리하기도 하다.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일반고생이 서류전형 위주로 지원하는 반면, 면접전형에 지원하는 특목고생은 수능이 끝난 후에도 정말 끝까지 챙길 게 많다. 게다가, 명문대의 면접은 학생부가 아니라 대학에서 고심해서 출제한, '제시문을 기반으로 한 문제'이지 않은가? 질문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렵다. 특히 연세대 특기자 전형-국재인재 (언더우드, UD)나 고려대 계열적합전형은 수능 시험 전에 치러진다. 이 두 전형은 대표적인 '특목고 전형'이라고 불리는데, 전국의 뛰어난 특목고생들이 몰려와 경쟁하기 때문에, 2단계 면접시험을 대충 준비해서는 합격하기 어렵다. 대답을 잘 해도 평범한 대답으로는 다른 특목고생보다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결국 이 두 전형을 준비하는 아이들은 수능을 준비하는 기간에도 온전히 수능에만 집중하기 힘들다. 만약, 여러분의 아이가 연세대와 고려대의 위 두 전형을 모두 지원한다면, 수능 한 달 전부터는 수능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다. 따라서 아이의 입시지원전략을 잘 세워 적절한 전형에 지원해야 시간낭비를 줄일 수 있다.. 수능최저조건이 없는 전형은, 정시전형으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기 어려운 아이, 수시전형에 올인한 아이들이 많이 지원하지만, 수시 및 정시 모두 가능한 아이들도 지원한다.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언더우드 상이 보인다.

마침, 바로 지난주 토요일이 연세대 특기자 전형[국제인재]의 면접일이었다. 금년 문제는 아직 오픈되지 않았기에 2024학년도 문제를 보여드리겠다. 작년 문제는 소크라테스의 정의론 논쟁과 이를 서양 제국주의 지배에 연결해 대답해야 하는 주제였는데, 지문 2개와 4개의 질문이 주어졌다.

출처 : '2024 연세대학교 선행학습 영향평가 결과보고서' 및 별책에서 발췌


먼저 Passage 1을 보자. 다행히 대화형식의 영어 문장이 그리 어렵지는 않다. 그러나, 그 뜻을 제대로 분석해 내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소크라테스의 '정의론'과 이에 반대하는 소피스트 트라시마커스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한 후, 이를 비판하고 응용해서 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제를 고민해 본 적이 없는 아이라면 가장 쉬운 문제인 'Q 1 a)'에서부터 막막해진다. 소피스트의 입장에서 소크라테스의 발언에 대해 비판, 반박하는 그 다음의 대화를 만들어내야 하므로 분석력과 비판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질문 'Q1 b)'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두 사상가의 입장에서 제국주의에 대해 어떤 논쟁을 할 수 있고, 제국주의를 정당화하는 데 실패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있다. 논리력, 사고력, 비판력에 응용을 위한 창의력과 그리고 문제해결력까지도 요구되는 질문이다.


Passage 2는 영국 제국주의 인도 식민지배 하에서, 영국인 통치자 벤팅크의 시각으로 본 Sati제의 비판 및 폐지결정에 대한 내용이다. 문제 'Q 2 a)'에서는 서양의 기준으로 다른 문화권인 사티 제도를 수용하지 않아 비판받았는데 여러분은 동의하는지 묻고 있다. 이 정도는 비교적 답하기 쉬운 평이한 질문이다. 서양인의 편향적 사고에 대해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비판력과 사고력, 논리력, 사고를 구조화시키는 역량이 필요하다.

질문 'Q 2 b)'는 정의론의 두 관점에서 사티에 반대한 벤팅크의 사례에 가장 적합한 이론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다. Passage 1의 두 사상을 자세히 이해해서 제국주의에 반영해 분석해 보는 사고과정거쳐야 답할 수 있다. 당연히 답변하기 가장 어려운 문제였고, 확산적, 응용적 사고력이 요구된다.  


그런데, 연세대의 면접은 8분 준비, 5분 답변 방식이다. 즉, 수험생은 8분 동안 위 2개의 영어 지문을 읽고 분석해서 4개의 응용 질문에 대해 답안을 준비한다. 녹화버튼을 누른 후, 5분 동안 4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일목요연하게 영어로 말해야 한다. 긴장된 분위기에서 시간 압박이 매우 심하기 때문에 문제의 난도가 더 높아진다. 실제로도 제대로 답안을 구성하지 못해 답변을 못하고 울면서 나오는 학생들이 많다.


이런 면접질문을 보고 여러분은 무슨 생각이 드는가? 아이에게 무엇을 넣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가? 바로 철학과 역사에 대한 책이다. 서양 고전철학과 오리엔탈리즘 정도는 읽혀서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를 권한다.

 

특목고나 대학 입시 면접을 볼 때의 팁을 알려드리고 싶다.

첫째, 아이가 아무리 긴장하고 떨리고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자신이 없더라고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자신 있고 똑 부러지게 답변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연습과 노력의 영역이다. 아이 성격과 상관없이 많은 모의연습을 통해 소심함과 발표자세는 극복할 수 있다. 물론, 특목고에 오는 아이 중 발표를 못하는 아이들은 드물다. 비록 고1에 처음 들어와서 발표를 못하더라도 3년을 지내다 보면 수많은 발표 경험을 통해 발표실력이 늘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학교 때까지는 아이가 발표를 잘할 수 있는 환경에 자주 노출하는 것이 좋다. 내가 다른 브런치 북에서 디베이트와 모의유엔을 강조한 배경에는 이런 이유가 있는 것이다.


혹시라도 '단순히 발표실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라면, 스피치 연습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요?'라고 질문하고 싶은 학부모가 있다면, 이렇게 말씀드리겠다.  '아이가 문과계열이라면, 아이가 특목고에 가서 강도 높은 수행과제 진행 및 발표하거나, 전교생 앞에서 발표하는 자리에서 빛나게 하고 싶지 않나요? 아이가 초라함을 느끼거나 자존감을 떨어트리지 않게 하려면 평범한 노력과 준비로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위의 연세대 면접 지문에서 살펴본 것 것처럼, SKY 또는 -IST계열의 명문대에서 제시문 기반 면접에 통과하려면, 극한 긴장 상황에서도 깊이 있는 인문학 등 여러 분야의 지문을 빠르게 분석하여 본인의 논리를 구조화시키고, 논리 정연하게 답변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단순한 스피치 연습으로 이런 역량을 기르는 것이 가능할까요?'


여러분과 아이가 지방에 산다면 당연히 서울에 있는 대학교 면접을 위해 전날 서울로 올라와 대학교 근처에 도착하여 짐을 풀 것이다. 문제는 서울의 면접장소와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경우다. 나는 둘째로, 미리 대학교 근처 숙소를 물색해 예약해 놓고 면접 전날 도착하여 숙박을 하는 것을 권한다. 아니라면, 정말 새벽같이 학교에 도착에서 안에서 대기하도록 하자. 대학에 가는 도중 어떤 변수가 생길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최대한 안전하고 늦지 않게 도착해, 아이가 마음을 안정시킨 후 시험준비를 하다가 면접을 보러 들어갈 수 있도록 부모가 신경을 써야 한다. 작년 연세대 국제인재(UD) 면접시험날 캐리어를 끌고 늦게 도착한 학생이 있었는데, 결국 면접시간에 늦어서 시험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되돌아가야 했다. 함께 온 어머니가 울먹이며 아이한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자, 아이는 오히려 담담한 모습으로 어쩔 수 없다면서 엄마를 위로해 주었다. 그들이 다시 되돌아가는 쓸쓸한 뒷모습을 보니 같은 부모 입장에서 마음이 아팠다. 그 아이는 수도권 외곽에 산다고 들었다. 그 아이는 수시 6장을 쓰기 위해 얼마나 고심을 했고, 국제계열에 진학하기 위해 고등학교 3년간 얼마나 치열하게 준비했을까? 그런 억울한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부모가 좀 더 신경을 쓰도록 하자.



이미지 : AI art app으로 직접 창작함

학교 전경 이미지 : 연세대학교 홈페이지에서 발췌


면접 지문 및 질문문항 : '2024 연세대학교 선행학습 영향평가 결과보고서' 및 별책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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