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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레린 Clairene Oct 27. 2024

치열한 특목고 정글 한가운데에서

고 2, 특목고의 중심에 서다 

아이가 특목고에 입학하여 '어리바리' 다니면서 학교생활에 적응하다 보니, 벌써 1학년을 마치고 겨울방학이 되었다. 아직도 잘 모르는 신입생인 것 같은데 이제 곧 2학년이 된다니 걱정이 앞선다. 1학년에서 2학년으로 넘어가는 겨울방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하다. 1학년 때 특목고의 매운맛을 경험했으니, 이제 겨울방학 때 무엇을 해야 할까? 바로 2학년 내신에 대비한 공부이다. 1학년 여름방학은  너무 짧아서 제대로 공부도 못하고 '휘리릭~' 지나가 버렸다면, 겨울방학은 2개월에 가까운 긴 기간이기 때문에 '이번 겨울방학 때에는 정말로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기초가 약한 과목이 있다면 기초를 쌓아야 하고, 시수가 3 시수 이상 되는 과목들은 모조리 공부하겠다는 대단한 마음가짐으로 계획을 잘 세워 보자. 쉬는 시간을 줄이면 어떻게든 자투리 시간까지 확보하여 여러 과목을 공부할 수 있다. 개념만 훑는 것으로는 매우 부족하다. 문제집을 제대로 풀어야 한다. 모르더라도 답지는 가능하면 보지 않아야 한다. 이해가 안 되는 문제는 몇 번이고 읽고 분석하면서 출제자의 의도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문제를 풀기 위한 접근법을 생각해 내야 한다. 틀린 문제나, 맞았더라도 헛갈렸던 문제는 다시 보기 문항을 분석하면서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최소 중간고사 범위까지는 끝내놓도록 하자. 

 

그렇게 2학년 대비를 잘해서 올라가면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성적은 잘 나올 수밖에 없다. 1학년 때 성적과 비슷하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내가 공부하는 동안 다른 아이들은 놀았을까? 성적을 잘 받고자 하는 아이들은 모두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에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공부하는 방법을 체득하여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하면 결국에는 공부가 재미있어지고, 공부 상승세를 타고 성적은 반드시 오르게 되어 있다. 체력만 잘 관리하면 된다. 1학년 때 체력이 괜찮았던 아이들도 2학년 하반기로 갈수록 체력이 눈에 띄게 약해져서 병원 출입을 자주 하게 되면서 성적도 함께 떨어지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체력은 지속적인 운동을 통해 유지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말마다 아이와 함께 병원에 방문하느라 바빠지고, 아파서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아이를 보며 가슴이 미어진다. 




1학년 때는 끝없는 활동들로 아이들이 벅차고 힘들었다면, 2학년 때에는 그 활동의 무게까지 더해져 아이들이 가장 힘들다. 하지만 고등학교 생활의 중심에 서서 가장 열심히 달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작년에 1학년을 이끌어주었던 2학년 선배들은 이제 고 3이 되어 동아리나 학생자치 활동 등 모든 활동의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 고 2가 된 아이들은 은퇴(?)한 선배들을 대신해 동아리를 이끌고 학생자치회를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가지게 된다. 동아리의 임원이라면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동아리 설명회와 면접 준비를 해야 하는데, 보통 2~3주 정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동아리에 좋은 아이들을 뽑기 위해 연간 계획도 멋지게 세우고, 면접 문제를 어떻게 낼 지 골똘하고 회의도 여러 번 하게 된다. 학생자치회 활동도 마찬가지이다. 학생회 임원 선거부터, 학생회 산하 여러 부서들 -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기숙사 행정부 등 여러 기관에 속한 2학년 아이들은 규정을 다시 정비하고 1년 계획을 세워야 한다. 수준 있는 신입 부원을 제대로 걸러내기 위한 면접 문제개발도 중요하다. 각 동아리와 학생회 부서의 자존심을 건 진검승부가 펼쳐진다. 


필자의 아이는 학교를 대표하는 경제/경영 동아리 임원이자 학생회 임원이다 보니 일이 아주 많았다. 경제경영동아리 연간 계획에 작년에는 하지 못했던 모의투자활동도 넣었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대학 수준의 책 등 작년보다 수준 높은 활동을 펼치기 위해 기획을 하고 협의를 해나아 갔다. 똑똑한 후배들을 뽑기 위한 아주 어려운 면접 문제들도 고심해서 만들어냈다. 아이가 속한 경제경영 동아리는 학교에서도 명문대의 좋은 과에 합격한 선배들이 가장 많았던 동아리였는데, 아이가 신입생 때 지원했을 때 경쟁률이 6:1이었다. 면접에서 덜덜 떨면서 대답을 했다고 한다. 여러 문제들 중 아직도 기억나는 문제는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은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그 영향은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와,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점유율은 어떠하며, 테슬라의 주가가 최근에 떨어진 이유는 무엇인가?'이다. 세계경제에 대해 세세하게 관심을 갖지 못하면 중학생 티를 겨우 벗은 아이들이 대답하기란 참 쉽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1등으로 면접했다고 말하면서 밝게 웃던 아이의 얼굴이 지금도 눈에 어른거린다. 우리 아이의 동아리가 학교를 대표하는 동아리 중 하나였기에, 대표 동아리들이 함께 하는 연합 세미나도 진행되었다. 또한 우리 아이는 '모의유엔 러버'답게 모의유엔 동아리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여 지원해 주었고, 학교 외부에서 진행되는 자사특목고 연합 모의유엔 활동에도 참여할 정도로 열과 성의를 다했다. 


필자의 아이는 학생회 중 사법부 활동을 하였다. 규정을 어긴 학생들에게 벌칙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본래 성격이 느슨한 편인데 규정을 잘 지키게 되었고 저절로 행동이 바르게 달라졌다. 모의법정은 입법부와 사법부 간의 치열한 공방을 통해 판결이 나기 때문에, 우리 아이는 1학년 신입생들을 이끌고 모의법정에 대비해 스크립트를 만들어 연습까지 함께 하곤 했다. 잘 만들어진 스크립트는 논리력을 기본으로 장착해야 한다. 필자의 아이는 '디베이트 러버'답게 스크립트를 즐겁게 만들고, 결국 승리하는 기쁨을 만끽했다. 또한 학교의 규정 중에서 지나친 내용이나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학생 대토론회'를 열어 열띤 토론과정을 거쳐 개정해 나아갔다. 금년 들어 학교 외부에서 자사특목고의 사법부 연합 활동이 생긴 것을 보았는데, 그런 경험을 통해 아이 수준이 많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아이는 또한 후배들을 가르치는 멘토 활동도 고 3 때까지 진행했다. 이런 크고 값진 경험을 통해 아이가 성장했다고 생각은 하지만, 한 편으로는 바쁜 활동을 하느라 내신공부에 집중을 못 해서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론은 학생활동과 내신 공부 둘 다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양자 간에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순위를 잘 정하여 공부를 소홀히 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싶다. 왜냐하면  앞서 말했듯이 대학입시에서 내신 등급컷이 점차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과는 다르게 내신 공부를 소홀히 하여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면, 아무리 멋진 학생부 스토리를 만들어도 명문대에 가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특목고에서 아이가 성장하는 값진 경험이 되지만, 내신 공부를 하는데 방해(?)가 되는 활동에는 해외수학여행이 있다. 대부분의 일반고들은 수학여행을 제주도로 가지만, 상당수의 특목고들은 해외로 나아간다. 1학년 때 가는 경우도 있고, 2학년 때 가능 경우도 있다. 우리 아이는 코로나로 인해 1학년 때 가지 못하고 2학년 때 뒤늦게 가다 보니, 공부 공백이 크게 생겼었다. 방학 때 가면 참 좋을 텐데 선생님들이 휴가인 기간이라 쉽지 않았다. 한창 불타오르는 사춘기 한 복판의 아이들은 과중한 공부와 온갖 책임감에서 해방되어 친구들과 함께 해외로 나간다는 사실에 고무되었다. 들뜬 분위기는 여행 앞뒤로 이어져서 부모들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바로 해외로 나가는 학교도 있는데, 이 경우에 아이들이 기말고사로 몸과 마음이 피곤한 상태이다 보니, 여행을 다녀와서 한동안은 몸살이 나는 경우도 있었다. 아이가 공부를 하겠다고 해외여행에 동참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비록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해도, 집단생활에서 스스로를 소외시키지 보다는,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해외여행은 가능하면 1학년 때 가는 것이 좋다. 학교에 건의해 보자. 그리고 아이가 너무 들뜨지 않도록 잘 다잡아 주어야 한다.   


2학기 가을이 되면 진행하는 제육대회도 아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는 즐거운 이벤트이다. 특목고라면 일반고에 비해 더 노력을 쏟는다. 학교마다의 특색에 맞게 아이들은 많은 준비를 한다. 반이나 계열, 과별 운동 종목 대항전을 위해 미리 예선을 치르고 연습도 많이 한다. 예선전이 진행되면 아이들은 식음을 포기하고 정말 신나서 응원을 펼친다. 뿐만 아니라 퍼레이드 같은 행사도 펼쳐진다. 퍼레이드는 보기에 참 멋지지만 준비하는 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간다. 마치 미국 응원단의 에어로빅 공연이나 K-POP 아이돌의 공연처럼, 반의 모든 아이들이 동작의 합을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끼가 넘치는 아이들은 매력을 한껏 발산하게 된다.   


이미 여러 번 강조했듯이, 학생부종합전형에서조차 등급컷이 점차 올라가고 있다. 등급의 중요도가 더 커졌다는 의미이다. 2027학년도 입시까지는 입시체계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을 것이므로 이 현상은 금년 입시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바로 어제가 연세대 UD 면접일이었다. 매년 수십 명이 연세대 국제대학(UIC)에 지원을 하는데, 작년에 비해 금년 서류평가에서 등급컷이 더 올라갔다는 얘기를 후배 어머니에게 들었다. 


그러나, 2028학년도 입시부터는 내신등급이 5등급 제로 바뀌면서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교과세특과 비교과활동의 중요도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공통과목의 교과세특 글자수가 2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수행과제의 중요성은 더 늘어날 것이고, 교과세특의 영향력도 더 커질 것이 확실시된다. 어떻게 차별적인 학생부를 만들 것이지에 대해, 아이의 진로가 정해지는 중학교 3학년 때에는 고민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지금까지 특목고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활동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1, 2학년 활동이 머리에 들어왔다면, 이제 여러분의 아이와 얘기를 해보고 고등학교에서의 활동 방향을 정해놓자. 미리 준비해서 특목고에 간다면 많은 시간을 확보하여 내신경쟁에 더 유리해질 것이다. 특목고정글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간단하다. 필요한 공부를 제대로 준비해 올 것! 위의 활동들을 잘할 수 있고 기획까지 할 수 있도록 아이 역량을 키워서 보낼 것! 이 두 가지가 핵심이다.




이미지 출처 : pia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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