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1학년 중간고사 이후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다
4월 말부터 시작되는 중간고사 기간이 되었다.
아이들은 많이 긴장하게 된다. 내신등급에 반영되는 첫 시험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중학교에 올라가서 공식적인 첫 시험인 중간고사 때 매우 많이 긴장했던 것처럼, 아직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시험을 맞이하여, 새로 사귄 친구들과 새벽에 샛별을 볼 때까지 함께 공부하면서 즐겁고 떨리는 마음으로 중간고사 기간을 보낸다. 공부량은 왜 이리 많은지, 중간고사 전까지 학교 행사에 참여하고 준비하느라, 그리고 과목별로 어려운 수행과제를 내느라 바빴기에 실제로 중간고사를 공부할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지 않다. 보통은 기말고사에 비해 중간고사 과목 수가 적지만, 아이들은 중학교 때 보다 양적으로나 난도 측면에서 5배는 늘어나고 어려워진 공부에 힘들어한다. 시험을 모두 마치고 아이들은 탈력감에 젖는다. 최소 1주일 이상은 잠을 제대로 못 잔 아이들도 꽤 있다. 바로 집에 가서 잠을 자기도 하지만, 오랜만에 해방감을 느끼며 놀러 가는 아이들도 꽤 많다.
시험지를 채점하고 약 2주 후에 시험결과가 확정되어 나오면 아이들 사이에는 희비가 엇갈린다. 그동안 수업과 수업 사이 쉬는 시간에도 꾸준히 공부를 해왔던 아이들은 역시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린다. 그런 아이들은 어차피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아이들이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다. '나와는 상관없다'라고 생각해 괜찮았던 아이들 마음에 생채기가 생기게 되는 원인은 가까운 사이의 짝꿍이거나 룸메이트이다. 그동안 착하고 순해 보여, '강한 아이들 사이에서 만만하게 보일까 봐 걱정까지 해주었던' 같은 방의 친구가 나보다 훨씬 위 상위권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반대로 룸메이트 성적이 중위권 이하인 것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아이들 간에는 미묘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아이들 간에 대략적인 순위 서열이 매겨지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수업시간에는 선생님이 칭찬하는 아이들이 정해져 있다. 아니다. 선생님 말씀이 아니라도 내가 보기에 나와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넘사벽' 아이들이 보인다. 나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수준 높은 이야기가 줄줄줄 나오고 선생님과 거의 1:1 토론을 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쟤는 천재인가 봐!'라는 생각이 절로 들면서 좌절감이 든다. 그렇게, 그 재능 넘치는 아이들을 '천재'라고 칭해 버리면 내 마음은 매우 편해진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재능 넘치는 아이는 사실 오랜 시간 동안 그 분야나 과목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고 고민하고 이를 자기 것으로 정리해 왔기 때문에 잘하게 된 것인데, 단지 '본투비천재'처럼 인식해 버린다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
'쟤는 원래 천재라서 그래. 나는 평범해서 절대 따라갈 수 없지. 암!' 이렇게 자기 합리화를 해버리는 아이는 더 이상 발전하기 힘들다. '그 아이와 나 간에 격차는 도대체 왜 생겼을까?'하고 곰곰이 따져보고, 넘사벽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물어보면서 자아성찰을 해야, '내가 이 부분에서 노력이 부족했구나', '내가 그 부분에서 어떤 노력을 더 해야겠구나!'라고 깨닫게 된다. 그 깨달음을 바탕으로 더 열심히 정진할 때 나도 발전하게 된다.
내신 성적도 마찬가지이다. 원점수가 너무 낮게 나와, 또는 등급이 너무 낮아서 충격을 받고, '더 이상 쳐다보기 싫어'하고 시험지를 멀리 치워버리는 현실도피형 아이들이 꽤 많다. 이런 아이들은 다음 기말고사 때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기 쉽지 않다. 공부를 제대로 하는 방법을 아직 깨우치지 못한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정말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안 나와요."하고 울상을 짓다가 졸업해 버리는 아이도 보았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중간고사를 망쳤다면 재빨리 그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해서 이를 공부방법에 반영하는 것이다. 이미 자신의 공부방법으로는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그래야 기말고사 때 아이 성적이 유지되거나 오를 가능성이 생긴다.
자타공인 '공부의 신'들이 모여 있는 특목고에서 공부에 탄력이 붙은 아이들은 성적을 유지하거나 올리지만, 그 반대로 나머지 아이들은 성적이 떨어진다. 고등학교 때부터는 성적을 철저히 상대평가로 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성적이 오른다면 반대로 내 아이 성적이 떨어질 수 있다. 고등학교 시험과 대학입시는 바로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라는 사실 때문에 아이들 관계는 아무리 좋더라도 결코 편해지지 않다. 어느 순간 변하게 될지 모르는 불안을 내포한 관계이다. 아무리 친하게 잘 지내던 친구라도, 성적과 관련된 문제 앞에서는 날을 세우고 친구를 자신의 바운더리에서 빼 버리는 아이도 있다. 상대평가로 매기는 성적 순위 앞에서 진정한 우정이 존재할 수 있을까? 아이들 인성과 우정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등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대한민국의 성적평가 방식과 입시 방식에 대해 개탄할 수밖에 없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선,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날 배운 것은 그날 바로 복습하고, 수업시간에 다루지 않는 부교재 2도 꾸준히 공부해 나가야 한다. 특히 수학의 경우는 그 문제의 원리를 깨달을 때까지 부교재를 반복해서 풀어야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암기식으로 공부하지 말고, 사고하여 이해한 후 암기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완전히 '내 것'이 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문제를 풀고 또 풀어야 한다.
그리고, 출제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파악해야 한다. 내신 시험이라면 평소에 선생님이 강조했던 부분과 변별력을 위해 함정문제를 내는 방식을 이해하고, 기말고사부터 바로 반영해 본다. 시험공부를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암기하는 공부방법은 버려야 한다. 선생님의 출제 스타일을 이해하고 이에 비추어 시험범위를 바라보며 어느 부분에서 나올 것인지 예측하면서 공부해 보자. 처음에는 잘 맞지 않더라도 계속 출제자의 의도를 보는 눈을 키운다면, 시험 성적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런 방식으로 바꿔 성적을 많이 올린 아이들이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증명해 준다.
셋째로 모의고사든 정식 시험이든 아니면 평소의 문제 풀이든, 틀린 부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왜 틀렸는지 생각해서 스스로 풀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스스로 완벽히 풀 수 있을 정도로 내 것으로 만드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학년이 올라가고 수능시험을 볼 때까지 기본이 흔들리게 된다. 틀린 문제를 분석하여 제대로 푸는 습관을 반드시 들여야 한다.
또한, 평소에 12시에는 잠을 자도록 노력하고, 특히 시험기간에 잠이 부족하지 않아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험을 보아야 한다. 그래야 시험장에서 시험을 볼 때, 뇌에 과부하가 생기지 않고 시험을 망치지 않는다. 아이가 공부를 완벽하게 한다고 밤을 새우다시피 공부하게 되면, 시험 첫날이나 둘째 날은 괜찮더라도 마지막 날은 시험을 망칠 가능성이 아주 커진다. 혹시, 중간고사 때는 새벽까지 했는데도 오히려 시험을 잘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아직 컨디션이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2학년이 되고 피로가 누적이 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무리를 하게 되면 반드시 시험을 망친다. 실제 사례를 들어보겠다.
어떤 아이 A는 전날 밤을 새우다가 정작 마지작 과목의 시험 시간에 졸았다. 결국 문제를 못 풀었고, 정말 최악의 등급이 나왔고, 학교를 옮기게 되었다. 정말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있다. 어떤 아이 B는 밤을 새우다시피 해서 시험을 준비하고 마지막 시험날 주관식 문제를 풀다가 막혔는데, 순간 머리가 멍해지며 하얗게 변했다고 한다. 결국 객관식 문제의 답을 OMR카드에 표기하지 못하고 시험시간이 끝나버렸다. 당연히, 등급이 잘 나오지 않았다. 어떤 아이 C는 밤을 꼴딱 새웠는데 동이 터오는 새벽에 잠깐 잠이 들어버렸다. 그런데 아침에 롬메이트가 깨우지 않고 가버려서 시험장에 늦게 도착하게 되었다. 아이는 얼마나 당황했을까? 당연히 시험문제를 다 풀지 못했고, 시험을 망쳤다. 기껏 힘들게 공부해 놓고 시험을 망치는 일은 벌어져서는 안 된다. 위 실제 사례처럼 뇌가 피곤해 제대로 사고하지 못하고 잠에 취지 않게 하려면 결국 공부습관을 바꿔서 평소에 공부하고 시험기간에는 컨디션을 조절해야 한다.
이제 수행과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아이들에게 '수행과제 폭탄'은 한 학기에 두 번 떨어진다. 일 년에 네 번 떨어지는 셈이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기말고사 전까지, 그리고 기말고사 후 방학 전까지이다. 과목별로 선생님들은 시험기간과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수행과제를 쏟아내신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끝난 지 얼마 안 되어 피로가 풀리기도 전에 일주일 간 과목별로 1~ 3 개 정도의 수행과제들이 쏟아지니 정말 폭격을 맞는 것 같다. 일주일 동안 20여 개의 수행과제를 할 때도 있다. 또는 논문 작성 수준의 정말 시간이 많이 걸리는 탐구보고서를 작성해야 할 때도 있다. 또는 앞서 밝혔듯이 'Cosmos'와 같이 양도 많고 어렵고 심오한 영어원서를 읽어내야 한다. 일반고에서 수업시간에 간단하게 진행하는 내신시험형 수행과제와는 궤가 다르다. 주제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아이들도 생전 생각해보지 못했던 수준 높고 괜찮은 주제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검색을 하고 탐색을 한다. 이때 주로 이용하는 방식은 관심 있는 주제나 과목의 주제와 관련된 책을 찾아 읽거나 논문을 찾아 읽는 것부터가 출발선이다. 그 이후 꼬리를 무는 탐구활동이 연결되는 것이다.
아이가 땀 흘리며 보낸 한 학기를 평가함에 있어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각각 20%, 수행과제가 60%가 들어가는데, 어떻게 수행과제를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수행과제에서 만점을 받으면 시험점수가 안 좋더라도 1등급 정도는 만회를 해 주기 때문에 수행과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수행과제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학생부 수준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게다가 자율활동과 진로활동, 동아리 활동을 위해서 아이가 자신의 진로와 관련되거나 평소 관심 있던 주제에 대해 심화 수준의 탐구활동을 여러 개 진행해야 한다. 때로는 팀 프로젝트 형식으로, 때로는 혼자 진행하는 방식으로 아이가 계획을 세워 여러 단계의 활동을 진행해야 하는데, 결코 쉽지 않다. 물론 고민 없이 간단히 진행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사실상 대학 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원하는 명문대에 합격할 길은 요원해진다. 따라서 수시 전형으로 대학에 가고자 하는 아이는 어떻게든 남들과 다른 생각을 넣은 보고서를 제출하고 발표하기 위해 애들 쓰고 공을 들인다. 이 외에도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연간 또는 학기 프로젝트가 있다. 주제를 정해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보고서로 제출한 뒤에 전교생 앞에서 발표를 하게 되므로 아이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 수상도 할 수 있으므로 욕심 있고 명문대에 가고자 하는 아이들은 프로젝트에 많은 노력을 쏟게 된다.
물론, 내신 성적을 기반으로 하여, 중위권 이하에 있는 아이들은 1학년 말이 되면 수시로 대학에 갈지, 아니면 '정시러'가 될지 판단을 내린다. 이때 '정시러'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아이는 수행과제나 학교 내신, 수업 시간에서 다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는 잘못된 방식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내신등급이 낮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학교 생활에 충실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실례로 성적이 떨어져 4등급 대가 된 아이가 있었다. 성적은 4등급대이지만 그 아이만의 특출 난 분야가 있었다. 그럼에도 4등급으로는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다고 판단하고 정시러로 전향을 하게 되었다. 그 바탕에는 모의고사 성적이 잘 나왔기 때문에 정시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그런데 막상 고3이 되니 모의고사는 너무 어렵고 원하는 수준만큼 나오지 않았다. 결국 수시원서를 쓰게 되었을 때 엄마도 아이도 후회를 했다. '과목세특이나 자진동 활동에 좀 더 충실했다면, 어느 정도 수준의 대학에 자신 있게 넣고 합격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고 말이다. 그 아이는 수시 6장 중 합격한 대학도 있었다. 그러나 성이 차지 않았기에 등록을 하지 않았고, 지금은 재수학원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
사실, 특목고에 들어온 아이들 대부분은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을 꿈꾼다. 그러나 고등학교 생활을 하고 내신성적을 받아보면서 그 꿈은 점차 낮아진다. 실제로 4등급대에서 명문대에 합격했던 사례들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교과전형뿐만 아니라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등급컷이 점차 상승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입시를 치른 학부모라면 그 추세를 피부로 느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점차 입시 전형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험생이 여러 전형 중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전형을 선택하고 이에 매진하여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원해 취지였는데, 이제는 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수능최저 충족조건을 보는 대학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정시 전형에서는 교과성적이나 학생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대학이 점차 늘고 있다. 결국, 수험생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아이가 어떤 전형으로 갈지 명확하다 해도 최소 2개 영역을 다 챙겨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시 전형을 절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학교생활에 매진하자. 아이의 학생부가 뛰어나다면 등급이 낮더라도 수시전형으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가능성을 버리지 말자.
참고로, 아래 표를 보면 학생부종합전형에 진심인 서울대조차 최근 2년 간의 학생부종합전형 합격자 등급컷수치를 비교해 보면, 몇몇 과를 제외하고는 등급컷이 상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세대와 고려대도 마찬가지로 등급컷이 상승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아래 참조 링크로 확인하면 된다.
표.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 등급컷 변화
이미지 출처 : piaxabay
출처: 베리타스 알파, 2024 SKY 학종 내신 합격선 상승 ‘70% 컷 2.16등급’.. ‘손발 잘린 학종의 정량화 심화’
https://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508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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