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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레린 Clairene Oct 27. 2024

특목고정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1)

가장 행복했던 1학년 봄

내 아이가 드디어 특목고에 합격했다.

떨리고 힘들었던 면접시험을 거쳐 경쟁률에 놀라고 혹시 떨어질까 봐 걱정했던 긴(?) 시간이 지났다. 특목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내 아이의 수험범호를 입력하는 순간은 정말 떨린다. 그동안 발표일까지 아이는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며 계속 불안해한다. 드디어 합격했다는 소식이 날아들면 온 집안은 그야말로 흥분에 휩싸인다. 그 어려운 특목고에 입학하였으니, 얼마나 기쁜가?  온 가족이 축하해 주고, 선물도 주고 입학 축하금으로 용돈도 두둑이 보내준다. 딱, 거기까지이다. 특목고에 합격한 기쁨과 흥분은.


겨울방학동안 해야 할 학교숙제가 쏟아졌다. 특목고  입학생의 겨울방학은 매우 바쁘다. 독서해야 할 책들도 많고, 국/영/수 주요 과목 숙제들이 많다. 문제집 한 두 권씩 나오기 때문에, 정말 마음잡고 열심히 해야 한다. 고등학교 입학 전 겨울방학이야말로 정말 많은 시간 동안 마음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기 때문이다. 본인이 세운 공부 계획도 있기 때문에 함께 병행하려면 매우 벅차겠지만, 이때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했느냐에 따라 고등학교 성적이 달라진다. 학교에서 선정한 도서목록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더 많은 책들을 읽자. 특히 금년에는 '한 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소식이 있었으니, '소년이 온다' 정도는 읽고 서평을 써서 입학할 것을 추천한다. 필자가 앞서 독서역량을 얘기할 때 사례로 들었던 두 번째 아이 B처럼 접근할 것을 권한다. 그렇게 사고해보지 않은 아이라면 사고의 흐름을 만들어보는 여유 있는 연습 시간이 필요하다. 그 사례를 다시 보고 싶다면 다음을 참조하면 된다.

https://brunch.co.kr/@clairenechaehee/98


겨울 방학 끝무렵, 봄기운이 느껴지기 전에 아이들은 짐을 싸서 기숙사에 입사하게 된다. 이제 따뜻했던 부모의 품을 벗어나서 집 대신 학교에서 24시간을 보내는 특목고 정글에 발을 디딘 것이다. 아이들은 입사식을 치른 후에, 기숙사생활규정을 익힌다. 그리고, 학교 배치고사를 치르게 된다. 누가 전교권 학생인지 알게 된다. 그리고 학급 임원 선거를 치른다. 반마다 다르긴 하지만 어떤 반은 반장선거를 할 때 20명 가까운 아이들이 임원 후보에 나가겠다고 손을 들 정도로 욕심 많고 리더가 되고 싶다는 아이들이 많다. 가능하다면 아이들이 학급임원이나 학생자치회 활동을 할 기회를 만들어주자. 그런 활동에 괜히 시간을 빼앗기느니, 공부를 위주로 하겠다는 계획이 있을 수 있다. 학생자치 활동에 시간을 많이 빼앗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가 학교의 중심에 서서 학교생활을 하고,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아이 뜻을 막지 말고 지지해 주자. 아이의 뜻을 막는 것은 아이의 주도성을 떨어트리는 행동이다. 만약 아이가 임원 선거에 떨어져서 낙담한다면 위로해 주고 교과목 부장에 지원하도록 권하자. 선생님과 아이의 긍정적인 관계는 입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아이의 3년간 생활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은 선생님이기 때문에 교과 부장을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유리하다. 아이를 믿고 아이의 뜻을 응원하고, 아이가 뜻을 잘 펼치게 적절한 정보를 알려주고 지지해 주는 것은 오롯이 부모의 역할이다.


2월 말부터 3월까지는 처음 경험하는 '고등학교'에 적응하느라 무척 바쁜 시즌이다. 우선 3월 전국 모의고사가 있다. 시험범위가 중학교 때 배운 내용이기 때문에, 그리고 고등학교 선행과정을 공부하고 왔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고 치루지만, 의외로 호락호락하지 않은 시험이 3월 모의고사이다. 서울시 교육청에서 출제하는 만큼, 평가원 문제와 가장 가깝게 출제된다. 국어와 영어에서 아이들이 많이 틀리는, 오답률 상위 문제는 대부분 논리력과 추론력을 측정하는 문제들이다. 2025학년도 6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영어 과목이 지나치게 어려워 많은 불만이 있었다. 90점 이상 받은 수험생 비율이 고작 1%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4학년도 3월 모의고사에서도 영어 과목 A등급 비율이 1%대에 불과하여 많은 학생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 당시 필자는 영어 오답률 TOP 10 문제를 분석해 학교 간담회에서 브리핑을 했었다. 잠시 그 내용을 살펴보자.



여러분은 위 내용을 보고, 어떤 것을 파악했는가?

첫 번째는 지문의 내용이 상당히 전문적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틀릴만하지 않은가?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올라오기 전에 소비자 행동이나 심리, 사회학에 대해 텍스트로 접해본 적이 있는가? 과학사나 철학사에 대해서는? 언어학이나 문학이론에 대해서는? 테스트로 접해본다는 의미는 바로 책을 읽어 접해본다는 의미이다. 아무리 동영상을 시청하면 뭐라나? 지식적으로야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주어진 시간 내에 시험에서 어려운 지문을 제대로 읽고 요지를 파악하여 앞 뒤 내용을 추론하는 능력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두 번째는 바로 추론능력을 파악하는 문제이다. 어려운 비문학 지문들이 추론해야 하는 문제와 만났을 때, 준비되어 있지 않은 아이들은 등급이 필연적으로 떨어지게 된다. 국어는 물론이고 영어에서조차 이러한 변화가 있다는 것을 여러분은 명심해야 한다.


학급 임원 선거가 끝나면 3월에는 동아리와 학생자치활동 등에 참여할 신입부원을 선발하는 시즌답게 온 학교가 들썩인다. 특목고는 특히나 학생들이 자치적아고 주도적으로 학교를 운영해 나가기 때문에, 학생자치 활동은 중요한 위치에 있다. 아이들은 연이어 진행되는 학생자치회와 동아리 설명회에도 열심히 참석하고 면접 준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인기 많은 동아리는 경쟁률이 매우 치열하다. 그만큼 고등학교에서 동아리가 차지하는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관심 있는 진로와 관련하여 매주마다 모여 수준 높은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바로 동아리 시간이다. 가능하면 아이의 진로와 관련된 동아리에 드는 것이 좋다. 2년에 걸쳐 진행하는 동아리의 활동은 여느 교과목 시간보다 더 수준이 높다. 자사고나 특목고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동아리는 이과라면 단연코 의대 동아리와 공학 관련된 동아리이며, 문과나 국제계열 특목고라면 모의유엔이나 모의법정, 디베이트와 같이 분석력과 논리력을 기반으로 하는 동아리가 인기가 많다. 또한 자사특목고에서 최상위권 문과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진로계열이 경제/경영계열이기 때문에 경제/경영 동아리도 매우 인기가 많다.

특목고의 하루는 길다. 

다음은 용인외대부고의 하루 일과표이다. 아래 표를 보면 아이들이 바쁘게 생활하는 모습이 그려질 것이다. 용인외대부고는 9시에 수업을 시작하기에 아침에 여유가 있는 대신, 수업이 늦게 끝난다. 그러나, 학교 일과표에 상관없이 새벽같이 일어나서 아침 6시부터 교실에 가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어느 특목고에 가든 6시부터 공부를 하는 모범생들은 있다. 단지, 우리 아이가 얘기를 안 해줄 뿐이다. 아니면 아침 6시에 일어나 운동장 트랙을 돌면서 운동하는 아이들도 있다. 물론 이런 아이들 또한 모범생이다. 필자는 여러분의 아이가 아침에 운동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꾸준히 트랙을 달리면 체력이 유지되어 고 3이 되었을 때 체력 저하로 인한 문제를 예방할 수 있고, 뇌가 활성화되어 공부에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뇌가 잠에서 깨어 완전히 각성하는 데 3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수능 체제에 익숙한 몸을 만들기 위해서도 6시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아침에 부지런한 새가 좋은 먹이를 얻는다.


혼자 운동하기 어렵다면 어떻게 할까? 러닝 메이트를 만들면 된다. 날이 추워지면 어떻게 하냐고? 실내 짐이나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체력 단련을 하면 된다. 아이들이 학교의 훌륭한 시설을 잘 이용하길 바란다.

 

용인외대부고 홈페이지에서 발췌


학교 정규 수업이 끝나면 식사 후 바로 자기주도학습 시간이다. 공부를 하던 동아리 활동 모임을 하던 아이들은 시간을 쪼개 바쁜 일상을 보낸다. 수행과제도 나오기 시작한다. 밤 11시 되면 기숙사로 이동하고 12시에는 소등을 하고 취침을 한다. 새벽 1시부터는 통행금지 시간이다. 규율을 어길 경우에는 옐로카드 등 벌점이 부과된다. 시험기간에만 야간자율학습 후 새벽 2시까지 이동이 허용된다. 4월부터 중간고사를 보게 되면, 아이들은 심야 자율학습을 새벽 2시까지 한다. 졸려서 잠을 자고 싶어도 옆에 아이들이 눈에 불을 켜도 공부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저도 모르게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의 학습지도가 매우 중요하다. 부모를 떠나 자기 또래만 있는 환경에 있다 보면 한창 사춘기인 아이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흥분하기 때문이다.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 함께 '방방' 뜨지 말고 차분하게 공부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이제 하나고의 일과표를 살펴보자. 용인외대부고와 다른 점은 8시에 학교 수업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수능 시간에 별도로 적응해야 할 필요는 없다. 특목고 중에서 많은 학교들이 이른 8시부터 수업을 시작하며, 주말에는 동아리, 운동 등의 자율활동을 하고 자기주도 학습을 한다. 아이 앞에 놓인 시간들은 모두 아이가 결정할 수 있기에 시간 계획과 자기주도 학습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사립계 일반고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기숙사가 없는 학교에 진학한다면 시간관리 면에서는 부담이 덜 될 것이다. 여러분도 관심 있는 학교의 홈페이지에 가서 학교의 일과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파악해 보자.


하나고 홈페이지에서 발췌


3월 말에서 4월 초에는 날씨가 따뜻해지고 화사하게 꽃이 핀다. 특목고의 교정은 아름답다. 학교마다 특색 있게 봅 축제를 진행한다. 벚꽃이 많은 학교는 벚꽃 축제도 한다. 아이들이 다 함께 모여 아름다운 자연을 접하고 친구나 막 가입한 동아리 선후배들과도 교류하면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낸다. 그렇다. 이때가 특목고에 입학하여 가장 즐겁고 행복한 때인 것이다. 따뜻한 봄을 즐기는 새처럼.



*이미지 출처 : Pixabay

학교 일과표 : 각 학교 홈페이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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