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특목고를 준비한다면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실 텐데요, 바로 외대부고와 청심국제고, 경기권 외고인 경기외고, 과천외고, 성남외고, 안양외고, 김포외고의 면접일입니다. 비가 오는데 선배 고등학생들이 미래의 후배들에게 우산을 씌어서 면접장으로 안내해 주는 모습은 감동을 자아냈습니다. 아무쪼록 오늘 면접 본 학생들 집에 반가운 소식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1년 전 저에게 좋은 소식이 있었던 것처럼요! ^^
아이의 학교생활기록부 마지막 영역에는 독서록을 적는 칸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이 중학생이라면, 학기말과 학년말이 되어 시험을 치른 뒤 급하게 해치우듯 제출하는 것은 바로 독서기록입니다. 다들 경험이 있죠?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면 1학년부터 3학년까지 학년별, 그리고 과목별로 읽었던 책을 넣는 것인데, 책을 어떤 과목에 넣을 것인지도 아이들은 헷갈려하더라고요. 그런데, 학생부의 독서록에 책이 기록되려면 일단 아이가 책을 읽고 독서 감상문을 써서 ‘독서로(https://read365.edunet.net/)’라는 사이트에 올려야 합니다. 아이의 학교 홈페이지에서 독서로 사이트로 들어갈 수 있어요.
그런데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아이가 직접 독서감상문을 PDF 파일로 다운로드하여 인쇄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자신이 읽은 도서가 포함된다고 생각하는 과목의 교과 선생님에게 직접 제출해야 합니다. 가끔은 선생님이 자신의 과목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독서감상문을 반려하기도 합니다. 그런 경우에는 다시 마땅한 과목을 찾아 제출해야 합니다. 아니면 담임 선생님에게 가져가 공동과목으로 독서 기록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 교과 선생님이 아이가 제출한 독서기록장을 토대로 독서 기록을 학생부에 기록해 주는 것으로 아이의 독서기록 대장정은 막을 내립니다.
어떤가요? 상당히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지요? 선생님이 알아서 그 기록을 찾아 생기부에 적어주면 참 좋을 텐데 말입니다. 학교에 문의했더니, 선생님이 학생의 개인정보를 찾고 이를 직접 기록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더군요. 선생님이 독서로 사이트에 로그인해서 아이의 사적인 정보를 보지 못하도록 막아놓았겠지요. 아이의 독서기록에 교과정보를 체크하면, 이 정보가 나이스 사이트를 통해 담당 교사에게 자동으로 전달된다면 아이가 할 일이 줄어들 텐데 말이죠. 이 번거로운 독서기록 과정이 싫어서 실제 책을 읽고도 제출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독서기록 과정에서 아이들의 학업역량과 열정에 따라 큰 차이가 나타납니다. 자사고나 특목고를 목표로 하는 아이들 중에는 한 학년에 10~15권 정도로 독서록을 쓰고 제출하는 아이들이 꽤 많습니다. 일 년 간 성인 독서율이 50%가 안 되는 나라에서 일 년 동안 책을 10권 이상 꾸준히 읽은 청소년들이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죠. 아이들의 노력은 마땅히 칭찬해 줘야겠지요. 하지만, 독서는 자사고나 특목고에 들어갈 아이들에게만 중요할까요? 절대 아닙니다. 일반고에 갈 아이들에게도 다양한 분야의 수준 높은 독서는 중요합니다. 우리 부모들이 커왔던 시기와 달리 지금 청소년 아이들은 현실은 팍팍하기 그지없습니다. 더 똑똑하고 할 일이 더 많고 더 바쁘죠.
다시 가은이의 생기부로 돌아와 말하자면, 독서기록란에 적혀있는 책의 수준이나 양이 모두 부족했습니다. 가은이가 처음부터 특목고를 생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독서기록도 명확하게 알려주더군요. 외국어고등학교에 지원을 하는데, 기록된 영어 책도 쉬운 책이 대부분이었고, 과목별로도 독서 목록이 부족했어요. 영어 과목에 기록된 책 중에는 『Charlotte's Web(샬롯의 거미줄)』이 그나마 가장 수준 높은 책이었습니다. 영화로도 나왔을 정도로 성공한 이 책은 돼지와 거미 간의 진한 우정에 대해 이야기해 줍니다. 전체 페이지도 200쪽이 되지 않아 아이들이 읽기에 부담이 없어요.
참고로, 영어 원서의 독서레벨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지수는 AR과 Lexile 지수입니다. 『Charlotte's Web(샬롯의 거미줄)』의 AR (Accelerated Reader) 지수는 4.4입니다. 미국 초등학교 4학년 4개월 수준의 책이라는 의미지요. 문장 길이와 단어의 복잡성을 기준으로 측정되는 렉사일 (Lexile) 지수는 640L입니다. 미국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이며, 중학교 수준의 영어 원서 중에도 그 정도 렉사일 수치를 보여주는 책들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책의 내용이 아니라 영어 단어와 문장구조의 복잡성으로 평가한 수치가 렉사일 지수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책만으로 중학교 3년의 영어 독서를 마무리하기엔 무척 아쉬웠습니다.
고민하던 중 가은이가 읽었던 원서 제목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가은아, 너 기억 전달자 원서로 읽지 않았니?"
"아, 맞네! 그 책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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