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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레린 Clairene Oct 05. 2024

길고 긴 쓴 맛 뒤 느낀 달콤함은 잠시

9월, 수확의 계절을 맞이한 나의 씀씀이는 그래도 가치있었다

작년에 큰 아이의 대학 입시를 치루었다. 

아이의 대학3년 간의 입시지옥에서 벗어난 것으로도 대견하다는 생각이 반, 조금만 더 했으면 더 좋은 대학에 합격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반이었다. 대한민국 하늘 아래에서 자녀의 입시결과에 만족할 수 있는 학부모는 도대체 몇 명이나 될까? 원하는 대학교에 원하는 학과를 진학하는 데 성공하는 아이는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입시 지원에서 입시 결과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현실을 인식하고 겸허하게 수용하는 태도가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다. 나는 아이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고민한 끝에 주어진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반수나 재수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아이가 대학 합격증을 받은 덕분에 자랑스럽게 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게 어딘가. 작년 12월 말까지의 험난한 과정은 지금 생각해도 참 아찔하다. 


아이는 나의 모교인 대학교에 입학하기로 결정했다. 3월 초에는 아이와 함께 대학교 캠퍼스에 방문하여 입학식을 치루었다. 정말 오랜만에 교가를 부르면서 혼자 신이 나기도 했다. '나 아직 안 죽었어!'라고 속으로 부르짖으며 자랑스럽게 교가를 불렀다. 입학식을 참관한 후에는, 모교 앞 거리로 나가서 점심을 먹을만한 곳을 찾아 다녔다. 자그마한 스테이크 집을 발견한 우리는 오붓하게 점심을 먹었다. 우리 둘이서 여유롭게 외식을 한 게 몇 년만인지... 항상 시간에 쫓겨 급하게 식사를 하고 아이가 공부하는 학원이나 독서실, 학교로 라이딩하느라 바빴는데, 입학식 날은 우리 둘만의 식탁에 풍요로움과 축하의 기쁨으로 충만했다. 

 

겨울 방학 중에 아이는 그동안 자주 만나지 못했던 친한 친구들과 해외 여행을 몇 번 다녀왔다. 세 나라를 세 번의 여행일정으로 다녀왔다. 함께 여행 간 친구들 중에는 재수하기로 한 아이도 있었는데, 그 아이가 여행 일정도 모두 짜고 비행기와 식사할 맛집을 모두 예약해주는 수고를 했다. 우리 아이는 숙박할 호텔만 예약하는 편안함을 누렸다. 아이들이 여행에서 돌아올 때는 꼭 자정 가까이 도착하는 시간으로 일정을 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항에 데리러 가야 했다. 공항에 도착하여 연착하는 아이들을 기다렸고, 마침내 출국장을 통해 아이들이 나왔다. 처음 보는 아이의 친구는 야무지고 똑똑하게 생겼더라. 아이의 부모님과 우리는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여행은 재미있었니?" 

"우리 민이랑 여행 다니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 수고했다!" 


나는 아이 친구에게 꼭 말해주고 싶었던 고마움을 표시했다. 


아이는 겨울방학동안 세 번의 해외 여행을 하면서도 학원 조교와 개인 과외에, 그리고 그동안 못했던 P.T. 운동과 쇼핑을 하느라 무척 바빴고, 그동안 놀지 못했던 것들을 원없이 해보느라 신나 보였다. 틈틈히 수업준비도 하고대학교 교수님의 줌강의도 들었다. 나는 아이가 수업하는 것을 보다가 반가운 마음에 오랜만에 모교 사이트에 들어가 검색을 하다가 중앙도서관 교수님들이 추천한 분야별 고전도서 목록을 발견했다.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게다가 세계 명문대 도서 목록과도 유사했다. 기쁜 마음에 아이에게 추천도서 리스트를 보내주었더니, 아이는 매몰차게 말했다. 


"엄마, 나 이제 대학생이야. 이제 내가 알아서 할께." 

"얘, 대학교에 갔으니 더 수준높은 책들을 읽어야지. 대학교 수업 절대 쉽지 않다?"

"......"


아이는 더이상 대답도 안한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아이는 짐을 싸서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나도 아이를 도와 짐을 고, 필요한 물품들을 샀다. 아이가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어 사야할 물건도 많았고, 아빠, 엄마 각각 입학선물을 사주어야 해서 나도 무리를 해서 선물을 사주었다. 아이는 고등학교 3년 내내 일명 '추리닝 패션'으로 버텼기에, 제대로 된 신입생 패션을 장착하기 위해 사야할 옷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민이는 대학교에 가서 입고다닐 모든 옷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은 듯 엄청나게 쇼핑을 다녔고, 나도 백화점이나 면세점을 갈 때 붙박이로 함께 다니면서 어울리는지 봐주고 지갑을 열었다. 그렇게 해서 기숙사에 가져갈 짐이 마침내 완성되었다. 짐은 총 7개나 되었다. 캐리어가 특대형부터 중형까지 세 개에 2개의 박스, 커다란 가방까지 2개가 가득 채워졌다. 내 새 가방도 2개나 줘야 했다. 나는 짐을 간신히 차에 넣어 기숙사까지 운전하여 다녀왔다. 

다행히도 아이는 즐겁고 바쁘게 대학생활을 영위해 나갔다. 시험준비도 열심히 했고, 틈틈히 소개팅도 했다. 의대파업으로 공부할 일없어 한가해진 의대생들과도 소개팅을 했고, 공대생과도 소개팅을 하고, 각종 M.T.에도 모두 참여했다. 고등학교 아이와 나를 그렇게 힘들게 헸던 다발성 염증은 씻은듯이 사라져버렸다. 아이는 얼굴을 보기가 힘들 정도로 밤늦게 들어왔다.


아이 입시가 모두 끝나면 가뿐하고 즐거울 거라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3월 초가 지나자 나에게 번아웃이 왔다.
괜히 쓸쓸하고 인생이 덧없게 느껴졌다.
허무虛無가 무엇인지 절절하게 와닿았다. 
길을 걸어갈 때에도, 설겆이를 할 때에도 허무함이 불쑥불쑥 올라왔다.
어디로든 여행을 휙 떠나고 싶었지만 둘째가 아직 어려서 자유롭지 못했다. 
몸도 아파서 병원을 수시로 들락거렸다.
금년 봄은 그렇게, 그렇게 보냈다. 


상반기를 기운없이 보내다가 하반기에는 다시 기운을 차리고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듣고 싶은 수업도 신청했고, 글도 다시 끄적거리시작했다. 그렇게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9월이 돌아왔더라. 작년 9월에 고통스러운 기간을 이미 경험했고 많은 선배,후배 엄마들에게 위로도 받았기에, 이번에는 내가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작년 입시를 경험삼아 남들과는 다르게 할 선물 목록과 선물 대상자 목록을 만들고 중요한 사항을 결정해 나아갔다. 


첫째, 합격기원 선물은 수능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수시원서 접수할 때 주자. 
수능때에 임박해서는 아이들이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소화도 잘 안되고, 위장염이 극에 달했을 시기이기 때문에 먹는 것을 버거워 한다. 또한, 엄마로서 새롭고 검증되지 않은 음식을 주는 것도 꺼려진다. 결국 수능 즈음에 받은 선물들은 아깝지만 먹지 못해서 
선물의 용도를 다 하지 못하고 쓰레기통으로 가던가 1년 내 냉장고에 들어가 있게 된다. 작년에 선,후배 어머니들에게 받은 초콜렛과 찹쌀떡들이 아직 우리집 냉동칸을 가득 채운 채 존재감을 뿜어대고 있기에, 후배들에게는 좀더 깔끔한 선물을 주고 싶었다. 아이 책상에는 후배들에게 받고 채 먹지 못한 트릿들이 아직도 많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 정신이 아직 온전한 시기인 9월에 빨리 줘서 아이들이 다 먹을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수시로 대학에 가고자 하는 아이들에게는 수시원서 접수 때가 아주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꼭 붙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해주고 싶었다. 


둘째, 합격기원 선물로는 검증된 초콜릿과 찹쌀떡을 주자.
사실, 선물로 무엇을 줄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 처음에는 아이들 입시로 고단한 엄마들에게 피로 회복을 위한 액상 비타민을 선물할까도 생각했다. 또한 수험생 아이들에게도 비타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찹쌀떡, 초콜렛에 더하여 선물할까도 싶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선물을 해줘야 아이들이 남기지 않고 다 먹을 수 있을까?'였다. 그래서 수능선물로 호불호가 있거나 이미 수없이 마시느라 질렸을 비타민은 제외시켰다. 사실, 엄마들에게는 비타민 선물보다 만나서 따뜻한 차를 앞에 두고 고민과 걱정을 잘 들어주며 조언해주는 자리가 더 가치있을 것 같았다. 아이들을 위한 찹쌀떡은 호불호가 있었기 때문에, 찹쌀떡을 좋아하는 아이에게만 초콜렛과 함께 선물하기로 마음먹고, 열심히 찹쌀떡 브랜드들을 찾아보았다. 1년 만에 새로운 브랜드가 많이 보여서 결국에는 가장 평이 좋은 브랜드를 하나 골라서 미리 주문해서 아이와 함께 시식을 해 본 후 탈도 나지 않은 것을 보고,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렸다. 예전에는 포장을 중시했지만, 이제는 포장보다 내실이 더 중요함을 알기에 포장이 멋진 참쌀떡이 아니라 그 모시찹쌀떡으로 골랐다. 색깔도 파스텔 쑥색이라 여느 모시떡과 달리 참 고와보였다.


초콜렛은 찹쌀떡보다 더 종류가 다양하다. 케익류부터 일반적인 초콜렛 세트, 생초콜렛, 과자에 코팅된 초콜렛 등등...... 남들한테는 어찌 보면 쓸 데 없는 고민을 하면서, 더 좋은 합격기원 선물이 있는지 여기저기 기웃거려본 후에  초콜렛 종류를 결정했다. 작년에 많은 선물을 받아 유형별로 시식해보았던 큰 아이의 의견이 제일 중요하게 작용했다. 


"펄 초콜렛이 작아서 먹기 제일 편해. 공부하다가 출출하면 꺼내서 먹기에 제일 좋아. 큰 거는 입도 아프고 거북스럽더라고." 


아이의 의견을 받아들여 초콜렛 브랜드와 유형을 결정하고, 백화점에 가서 구입을 한 후, 후배 엄마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시간이 안되서 만나기 어려운 분께는 9월 수시원서 접수 기간에 맞춰 SNS 선물하기 기능으로 3개들이 펄 초콜렛 선물세트 등을 쏴주고, 카드를 정성스럽게 작성해서 첨부했다. 선물을 받은 고3 아이들과 고3 엄마들은 온라인상으로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했다. 

내가 선물을 주는 대상들의 면면을 보면 대략 세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 그룹은 정시러 그룹.  

"눈물이 왈칵 나와요. 너무 감사해요. 저는 별로 안 일도 없는데, 이상하게 제가 꼭 다운되어 있을 때 언니한테 연락이 와요. 맘 약해져 있을 때...너무 감사합니다."


후배 엄마의 감사 글을 옮겨 적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고3엄마의 힘든 과정이 오롯이 느껴져 다시 눈물이 나온다. 이 후배 엄마는 아이 성적이 3년에 걸쳐 점차 떨어져서 결국 수시로는 원하는 학교에 지원하지 못하게 되어 정시로 마음을 굳혔다. 그간 마음고생을 얼마나 했는지, 그 힘들었던 고민과 고뇌의 시간을 이해하기에 마음이 안좋았다. 좋은 결과가 나와야 할텐데... 

아이의 내신 성적과 모의고사 성적이 모두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아 '인서울' 합격이 어려운 경우 원서 쓰는 것은 막막한 짐이 된다. 그러나, 아이의 내신은 좋지 않고, 모의고사 성적은 안정적으로 잘 나와 정시로 원하는 대학에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면, 수시원서 6장은 여전히 쓰기가 쉽지 않다. '정시러'의 학부모들이 처음에는 머리 아프게 고민하고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어느 순간 마음을 비우게 되고 대략적으로 6장의 대학과 학과를 결정하는 경우을 많이 볼 수 있다. 내신성적을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고 잘 챙겼다면, 그리고 수행과제와 꿈을 위한 노력을 열심히 잘 했다면 정시보다 더 넓은 수시의 기회가 있었을텐데, 참 안타깝기 그지없다. 모두 보석같은 아이들인데...... 


큰 아이의 오랜  친구 중 재수하게 된 아이가 있어서, 그 친구 엄마에게는 만나서 직접 모시 참쌀떡과 펄 초콜렛 세트를 주며 무사합격을 기원해주었다. 기숙학원에서 잠깐 나온 아이도 잠깐 봤는데 몸무게가 11킬로그램이나 빠져 얼굴이 주먹만해졌더라. 괜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함께 학부모회 일을 했는데, 본인 사업과 시험으로 바빠 만나지 못하는 후배 엄마에게는 초콜렛을 SNS 선물로 보내주었다. 아이가 학생회 임원까지 할 정도로 똑똑했지만, 특목고 특성 상 경쟁이 치열한 만큼 내신 성적이 안좋아 정시를 볼 예정인 것 같았다. 후배아이의 엄마는 다행히 초연해보였다. 


"어머낫, 감사해요. 대학에 갈 수 있을런지....... 민이의 기운 좀 받아서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두번째는 내신 성적은 중상위권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수시를 지원하는 그룹. 

수시에서 원하는 대학 라인에 합격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정시로도 지원해야겠지만, 실상 특목고에서 그 많고 어려운 수행과제를 제대로 해내고 동아리 활동에 학급임원을 하면서 정시 준비까지 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어른으로서, 특히 분석과 기획, 전략 수립 업무를 계속 해왔던 내가 보기에도 어려운데, 이제 겨우 10대 후반인 아이들이 내신공부와 수행과제, 학교 자치활동을 하면서 모의고사 준비까지...... 그 많은 일들을 어떻게 잘 해내라는 것인지 싶다. 잠을 자지 않아야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양이다. 물론 영리하게 우선순위를 정해 적절한 시간만 투입하는 아이들도 소수 있지만, 보고서의 퀄러티에서 그만큼 차이가 난다.

 

함께 학교 위원회 업무를 했던 친한 후배 엄마는 직업을 가지게 되어 바빠지면서, 몇 번 만날 약속을 잡았으나 결국 시댁 일로 지방에 내려가게 되어 만나지 못했다. 역시 SNS로 초콜렛을 선물로 전했다. 이 후배 아이는 내신 성적에 맞추어 진로를 변경하면서 생기부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었다. 아이 엄마가 평소에 입시나 학업에 대해 여러가지 자문을 구해 조언도 많이 해주었던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참 뿌듯할 것 같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ㅜㅜ. 이제야 실감이 나네요. 응원 많이 해주셨는데 좋은 결과로 보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도 너무 좋아할 거 같아요." 


또 다른 아이 엄마에게도 SNS로 초콜렛 선물을 전했다. 내신 성적보다는 생기부가 탁월하여 수시원서로 명문대부터 중상위권 대학지원하게 되었는데,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내신성적보다 진로를 향한 활동과 꾸준한 노력으로 발전한 아이가 합격하는 사례가 늘기를 고대한다. 최근 입시에서 명문대 학종전형조차도 합격 등급컷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데, 그렇지 않은 사례가 늘어야 학종전형의 원래 취지에 맞게 교육정책이 잘 시행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아~~~ 아이에게 보내줄께요. 감사해요. 좋은 소식으로 보답하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볼께요."


다음 아이는 똑똑하고 학교생활을 열심히 했지만, 어려운 과목들이 너무 많아 결국 내신이 점차 하락하였다. 다행히 모의고사에서 주요과목의 등급은 상승할 가능성이 있어서 논술전형도 함께 준비하게 있다. 이 아이에게도 안타까운 점이 있다. 고등학교에 막 입학한 1학년때부터 본인이 가고자 하는 대학을 명확히 정하고 그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공부와 창의적 체험활동 목표를 세워 차근차근 해나갔더라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머나, 넘 감사드려요... 그렇지 않아도 이번 주 초긴장 상태인데. 덕분에 스트레스 좀 풀 수 있을 것 같아요."


세번째 그룹은 내신 성적이 상위권이라, 수시로 명문대에 지원하는 그룹이다.     

특목고에서는 내신 위주로 입시 방향을 정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명문대에 합격하는 최상위권 아이들이 꽤 있다. 그 아이들은 모두 학교생활을 굉장히 충실하게 해내고 자기관리도 잘 하는 성실한 아이들이다. 최상위권 아이들 중에서도 정시로도 충분히 명문대에 합격할 수 있는 아이들도 존재한다. 소위 '엄친아'들이다.


후배 학부모들 중에서 나와 함께 학부모회 활동을 했던 엄마는 직접 만나서 펄 초콜렛 세트와 카드를 전해 주었다. 오랜만에 만난 후배 엄마는 얼굴에 피곤함이 가득했다. 작년에 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리고 우리 아이가 얼마나 대단했던 것인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고 한다. 내가 학교 일을 하면서 서울대 캠프 정보를 학부모들에게 공유해준 적이 있었다. 그 때 그 아이 엄마는 바로 캠프에 신청해서 아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서울대를 경험해 보는 귀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 후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었다. 그 아이는 계속 학급임원을 하고 성적도 잘 나왔던지라, 명문대 세 군대에 모두 지원했을 것이라 예상했건만, 일부만 지원하겠다고 한다. 3학년이 되어 아이 체력이 너무 떨어져서 결국 내신 성적도 함께 떨어졌다고 한다. 우리 아이처럼 고생했던 케이스였다. 우리가 익히 공감하는, 잘 변하지 않고 여전한 학교에 대한 불만들과 입시 준비의 어려움에 대한 얘기를 들어주면서 격력와 기운의 덕담을 해주고 헤어졌다. 


다른 후배 엄마는 사실 선배 엄마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와 같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이미 졸업한 큰 아이는 사회생활을 멋지게 하고 있기에. 선배 졸업생 엄마로서, 때로는 후배 엄마로서 그동안 학교의 개선방안과 아이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많은 얘기를 나누었었다. 나와 비슷한 시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말도 잘 통했었고. 가장 힘든 시기인 수시원서 접수 전에 대화상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기꺼이 그 상대가 되어주고 싶었다. 그 선배이자 후배 엄마는 나에게 여러 어려움들을 토로했다. 우리 아이가 다니고 있고, 그녀의 큰 아이가 졸업한 대학교에도 지원할 예정이라 합격을 기원해주었다. 내가 초콜렛 선물을 해야 하는데, 우리 아이가 직접 후배 아이에게 전해준다고 하여 빈 손으로 나갔건만, 그 분은 직접 만든 선물을 들고 나와서 받기가서 황송했다. 만나주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는 인사와 더불어서 평생 선물해주겠다는 인사를 들었다.  


그 밖에 대학라인 결정이라는 민감한 상황에서 두문분출하며 만남을 원하지 않는 분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내가 하고자 했던 9월의 중요한 과업은 달성한 것이리라. 내 시간과 정성과 돈을 써서 소비르르 했고, 그로 인해 지인들이 기뻐했고 잠시나마 한숨을 돌렸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지인들을 만나며 9월을 보내고 나니 몸은 다시 피곤해졌지만, 그래도 응원 선물을 긍정적으로 잘 전해준 것 같아서 뿌듯하다. 아무쪼록 내가 알고 있는 아이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썼던 고3 아이들이 모두 지원한 대학에서 합격증을 받아, 환한 얼굴로 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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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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