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개정교육안으로 본 특목고의 유불리 문제 (*****)
이제, 2022 개정교육과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2022 개정교육과정은 특목고와 일반고 중 어느 학교를 선택할지 결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된다.
이번 여름부터 중3 학생 학부모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여러 관심 있는 학교의 입학설명회와 학원 설명회를 열심히 다니면서 정보를 알아내느라 한동안 고생했을 것이다. 현재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을 둔 학부모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입시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는 것 때문이다. 혹자는 2022 개정교육안으로 인해 특목고가 일반고보다 더 유리할 것이라 하고, 혹자는 일반고가 더 낫다는 말을 하는데, 도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 건지, 그리고 정작 어떤 이유 때문에 특목고가 더 유리한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개정교육안으로 인한 변화와 그로 인한 고교유형별 장/단점을 명확히 알아야 우리 아이에게 유리하고 적합한 고등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 대학입시의 성공 여부는 고등학교 선택부터 시작된다. 이 글을 읽는 학부모 여러분은 아이들의 대학입시를 위해 이미 중용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
첫째, 고교 내신은 기존 9등급제를 5등급 제로 개편하고 과목별로 절대평가(A~E)와 상대평가(1~5등급) 성적을 함께 기재한다.
둘째, 체육·예술·교양 교과, 과학탐구실험 과목 및 융합 선택과목 중 사회·과학 교과 9개 과목은 상대평가 등급을 병기하지 않고, 절대평가 성취도만 표기한다.
셋째, 지식암기 위주의 평가인 5지선다형을 가급적 지양하고, 사고력·문제해결력을 평가할 수 있는 논·서술형 평가를 확대한다.
언뜻 생각하면 고교 5등급 제로 변하면서 아이들이 좋은 등급을 받기가 쉬워지고, 내신 스트레스에서도 좀 더 자유로워질 것 같다. 특히 5지선다 문제가 줄어들고 논술형 평가가 확대된다면 미래 사회에서 하등 필요가 없는 전근대적인 암기식·주입식 시험 출제와 이에 대한 공부도 줄어들고, 수업의 질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소수가 선택하는 소인수 과목이 많은 학교라면 5등급제를 환영할 만하다. 최근에 학종 전형의 등급컷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탓에 현재 9등급제에서 평범한 서울권 일반고의 경우 2등급 밑의 학생은 서울의 주요 15개 대학에 합격하는 것이 어렵다. 일반적인 특목고의 경우에도 서울 15개 주요 대학 합격 기준 등급이 4등급대까지 올라온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5등급제의 변별력이 과연 있느냐이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현재 9등급제는 중간에 5등급(20% 차지)을 중심으로 한 정규 분포인데, 신 5등급제에서는 3등급(32%)이 그 중심역할을 한다. 그리고 신 1등급의 비율은 10%로 꽤 넉넉해져서 9등급제의 누적 11%를 차지하는 2등급과 비슷한 위치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5등급제에서 "1등급 10%"는 일반고에서 서울권 주요 대학*을 갈 수 있는 실제 마지노선을 의미한다. 또한, "2등급 누적 34%"는 현재의 3등급과 4등급 중반까지 해당되어, 특목고 기준으로 서울 주요 대학을 갈 수 있는 실제 마지노선이 될 것이다.
아래 표는 2028 입시부터 대학에 제공될 고교 과목별 성적 산출방식인데, 보통교과에서 1) 사회·과학 융합선택 과목은 원래 취지에 맞게 성취도로만 평가된다. 그리고 2) 지금도 성취도로 평가되는 4개 분야 과목들-예체능 및 교양, 과학실험도 그대로 성취도로만 평가됨을 알 수 있다. 또한, 현재 대학에 제공되는 학생부 성적표의 '표준편차'가 삭제된다는 사실도 파악할 수 있다. 표준편차는 대학에서 서류 평가 시 학생의 학업역량과 학교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데, 표준편차가 빠지게 됨으로써 대학교에서 지원자의 학업 수준과 고교유형을 '쉽게' 파악하는 것이 지금처럼 간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 표를 전 교과 과목이 모두 표시된 보통교과로 정리해 자세히 보면, 교육과정이 개정된 상황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오히려 현재보다 어려워지는 점이 있다. 아래 표 두 개에는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부터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수강하게 될 수많은 과목들이 정리되어 있다. 첫 번째 표에는 주요 과목인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 교과군에 대한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이, 두 번째 표에는 그 외 과목들이 있다. 고등학교 개설 과목은 기초과목인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으로 구분되며, 선택 과목은 주요 과목이라 할 수 있는 일반선택 과목과, 심화를 위한 진로선택 과목, 그리고 교과 융합 및 응용을 위한 융합 선택과목까지 네 그룹으로 나뉜다.
위 과목들은 시험과 관련하여 다시 네 개 집단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그룹은 살구색으로 묶인 과목들로, 2028학년도부터 수능에서 출제되는 과목이다. 문과생, 이과생 조건 없이 모든 수험생이 동일하게 치르게 된다. 사회 및 과학은 1학년 때 듣는 공통과목에서 수능 문제가 출제되며, 국/영/수 주요 과목 및 제2 외국어/한문은 일반 선택과목으로 분류되어 주로 2학년 때 듣는 과목에서 수능 문제가 출제됨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이 과목들 모두 상대평가인 5등급제와 성취도 평가인 절대등급이 학생부에 병기되는 과목들이다.
두 번째 그룹은 노란색 박스로 묶인 사회 및 과학 교과에 신설되는 융합선택 과목들이다. 과목명만 보더라도 우리가 속한 사회의 실생활과 관련된, 현재 진행형인 이슈를 탐구해 보고 해결방안을 고민해 보는 현실적이고 유용한 수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과목이 제대로 진행되어 탐구 프로젝트와 토의가 주가 되면 좋겠다. 이들 과목은 수업 특성에 맞게 A/B/C/D/E의 '5단계' 성취도의 절대등급으로만 평가된다.
세 번째 그룹은 회색 박스로 묶인 예체능 및 교양과목이며, 현재와 동일하게 절대등급인 A·B·C 3단계 또는 P여부로 성취도만 평가된다.
마지막 네 번째 그룹은 색깔 박스로 묶이지 않은 나머지 모든 과목들인데, 공통과목부터 일반선택 과목, 진로선택 과목, 그리고 융합선택 과목에 걸쳐 상대등급으로 평가되어 절대등급과 병기되는 과목들이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상대등급 평가 대상인 과목수가 매우 증가했다는 것이다. 특히 진로선택 과목은 신설된 과목들이 많은데, 현재는 주로 성취도로만 가볍게 평가되던 과목들이 이제는 5등급 제의 상대평가도 포함하는 것으로 바뀌는 점이 중요하다.
정리하면, 공통과목과 일반선택과목, 진로과목은 모두 상대평가 대상이 되며, 융합선택 과목 중에서도 노란색 박스의 사회/과학 융합선택 과목 이외에는 모두 상대평가를 받게 된다. 즉, 현재는 간단히 A·B·C 3단계의 절대등급으로 성취도만 평가되던 진로 관련 심화 과목들까지 모두 상대등급 평가의 대상이 되므로, 선택 학생이 소수인 과목들은 공통과목이나 일반선택 과목에 비해 좋은 등급을 받기가 힘들기 때문에 특히 등급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시험기간이 되면, 비록 5등급 제 상대평가라도, 상대평가 과목수가 현재보다 많이 증가하기 때문에 내신공부를 계획적으로 하지 못한다면 전 과목에서 원했던 1등급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평균 1등급대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서울 주요 대학 합격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 아이의 진로와 관련하여 중요하게 눈여겨보아야 할 변화 부분을 두 가지 짚어본다.
첫째로 진로선택 과목 수가 현재 수준보다 많이 증가한다. 우선 과학 분야 진로선택 과목이 증가하였다. 특히 영어와 제2외국어 분야가 눈에 띈다. 현재 특목고 중 외고의 전문교과 일부를 흡수하여 일반고에서도 8개 외국어의 회화/문화 과목을 모두 개설할 수 있게 되어 외국어에 관한 선택의 폭이 넓혀진다. 즉, 이제 일반고에서 원한다면 모든 외국어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고등학교의 재정상태와 교사진 수급 여부, 수업 교재 및 수업 준비에 따라 실제 개설할 수 있는 과목은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고에서 예산을 할애하여 수준 있는 외국어 전문 교사를 추가로 채용하고 외국어 전문 수업을 개설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특목고의 수업보다 차별화되거나 비슷한 수준을 구현해 낼 수 있을지는 지켜보아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일반고에서 진로선택 외국어 수업을 듣는 학생이 소수일 경우에는 등급평가에서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학생 수요조사를 통해 개설한다고 하니 실제 개설 가능한 과목은 좀 더 좁혀질 수도 있다. 학교 측에서도 당장 내년부터 수업을 개설해야 할 텐데, 지나치게 많은 과목들 속에서 어떤 과목을 개설할지 고민이 될 것이다. 따라서, 수시 전형으로 한 번에 대학에 입학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아이 진로에 맞는 과목들이 많이 편제된 학교를 찾아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은 고등학교 3년 동안 더 많아진 과목들에 대해 1등급을 받기 위해 정말 쉴 새 없이, 지금의 고등학생들보다 더 많은 과목들-중학교 때와는 비교도 안되게 많은 과목들을 공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런 뒤바뀐 환경하에서 5등급제에서 최상위 등급을 받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둘째로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공통과목 수의 증가와 학기 구분이다. 국어과목을 예를 들면, 현재 교육과정에서는 3년에 걸쳐 기초과목으로 국어, 문학, 독서 및 화법과 작문 또는 언어와 매체 중 택 1 하여 4개 과목을 수강하게 되며, 각 과목당 500자의 교과세특이 기재된다. 그런데 내년에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1학년은 3년간 공통국어 1,2와 문학, 독서와 작문, 화법과 언어까지 5개 과목울 수강하므로, 한 과목이 늘어난다. 따라서 국어 교과세특도 500자가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 즉, 현재는 1,2학기에 걸쳐 국어 한 과목을 듣고 1년에 500자의 교과세특을 채운다면, 내년부터는 공통국어 1,2 과목에 대해 한 학기당 500자, 총 1,000자의 교과세특을 채우게 된다는 의미이다. 국어뿐만 아니라 수학, 영어, 사회, 과학, 한국사까지 6개 과목에 대해 각 500자의 교과세특이 늘어나 총 3,000자의 활동을 더 쓸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서 짚어야 할 점은 '교과 세특 증가로 인해 어떤 학교가 입시에 더 유리해질 것인가'이다. 교과세특을 성실하고 차별화되게 적어주는 선생님이 많은 학교가 2028 새로운 입시부터 지금의 유리한 정도보다 더 유리해질 것이다. 또한 특징적인 수행과제를 많이 보유한 학교가 보다 더 유리해질 것이다. 여러분이 보기에는 어떤 학교가 유리할 것 같은가?
여러분 아이가 입학할 고등학교를 결정하기 전에, 여러분이 관심 있는 고등학교에서는 교과 세특을 얼마나 우수하게 기록해 주는지 알아보아야 한다. 어떤 학교는 500자를 꽉꽉 채워주는 성의와 정성을 가진 선생님들이 많을 것이고 어떤 학교는 몇 줄만 성의 없이 적어주는 선생님이 많을 것이다. 우수한 평가내용을 적어주는 학교도 있는 반면, 학생들의 활동을 나열만 해주는 학교도 있을 것이다. 교과 세특의 질에 따라 대학입시에서 수시 전형,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의 성패가 갈린다. 현재 수시로 대학을 많이 보내는 학교들은 정시로만 보내는 학교에 비해 학생부 관리에 신경을 쓰는 학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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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AI ART app으로 직접 제작함.
자료 출처 : 9등급제와 5등급제 비교 그래프는 직접 제작함.
그 외 표는 교육부 보도자료(2023.12.27) 및 붙임자료에서 발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