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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레린 Clairene Oct 22. 2024

내 아이를 특목고에 보내야 할까?

2028 수능개편안으로 본 특목고의 유불리

'내 아이를 특목고에 보낼 것인가, 아니면 일반고에 보내야 하나? 

어떻게 하는 것이 아이의 진로와 좋은 대학 합격에 도움이 될까?'  

많은 학부모님들이 아이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결정하기 위해 열심히 알아보는 주제일 것이다. 최근 2년 사이에 특목고 학교 설명회에 참석해 보면, 중학생 학부모뿐만 아니라 초등학생 학부모들이 벌써 참석하여 학교 분위기와 선생님들을 알아보는 등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곤 한다. 미리 준비하는 모습에 놀랐던 적이 꽤 있다.  


그런데 특목고의 장, 단점을 논하기에 앞서, 금년에 많은 학부모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던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에 대해 먼저 짚어보는 것이 좋겠다. 당장 내년인 2025학년도에 고등학교 1학년부터 2022 개정교육안에 의거한 새로운 교육과정 및 평가체제-고교학점제와 5등급제-로 학교수업과 시험이 바뀌게 된다. 그리고 2022 개정교육과정을 기반으로 고등학교 3년을 보낸 아이들은 2028 대입개편안을 기준으로 바뀔 새로운 수능시험을 치르고 대학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2028학년도 수능 개편안***

앞서 밝힌 것처럼 2028학년도 수능 개편안은 '2022년 개정 교육과정'과 함께 진행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금년 8월 말에 2022년 개정교육과정에 의거해 과목별로 개정 교과서가 출간되었다. 새로 개발된 교과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과 상관없이- 바로 몇 개월 뒤인 2025년 1학기부터 중, 고등학교 1학년 생에게 매년 지급되어 2027년에 중, 고등학교 3학년 생 대상 교과서까지 바뀌면 2022년 개정교과서의 교체가 마무리된다. 그리고 2027년 11월 18일 목요일*에는 새로운 교과서를 바탕으로 한 2028학년도 수능시험이 치러지게 된다. 


 2028학년도 수능의 가장 큰 변화는 선택의 유불리를 없앤 진정한 통합형 수능이라는 것이다. 

‘2015 개정 교육 과정'에 의거하여 2018년 박근혜정부에서 발표한 문이과 통합수능은 2022학년도부터 시행되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급변하는 미래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방안이라고 보기엔 많이 부족한 교육정책이었다고 업계에서는 평가한다. 문과와 이과의 학문적 결합이 필요한 상황에서 오히려 문과지원생과 이과지원생 간 격차만 벌어졌고 탐구영역의 선택과목으로 인해 오히려 학습의 폭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학생이 원하는 진로에 맞춰 좀 더 깊이 학습하는 장점은 있지만 아래와 같이 많은 문제들을 야기한 것이 사실이었다. 


현재 수능체계의 문제점#1

문제는 학교 교육과정에서는 문/이과가 분리되는데, 수능 시험에서는 문/이과가 통합되어 상대등급과 표준점수를 내는 과정에서 문과생들에게 지극히 불리한 시험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에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은 문이과 통합수능 3회 차였는데, 지난 3년간 수학과 탐구영역, 그리고 국어에서도 선택의 유불리 문제가 점점 심화되어 국어, 수학 과목에서 1등급은 대다수가 이과생이 차지하게 된다. 그 결과, '4차 산업혁명 대비'와는 정반대 현상인 '이과(생의 문과) 침공'사태가 심각할 정도로 나타나게 되면서 문과생 아이들이 입시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해졌다. 입시 관계자들이 지속적으로 비판을 제기해 왔으나, 이에 대한 교육부의 태도는 미온적이었다. 또한 대학 측에서도 이과침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목별 배점비중을 보정하는 노력도 매우 미미했다. 앞으로도 2027학년도 수능까지 3년간 이 수능체계는 그대로 유지된다.   

그런데, 이과생들이 인문계열 모집단위에 침공해 대거 합격하는 문제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2차 문제가 파생된다. 더 좋은 학벌을 만들고자 하는 과열된 입시로 인해 이과생들이 문과대학에 입학했지만, 문과 수업에 흥미를 잃고 다시 N수의 길로 들어서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현상 말이다. 결국 대학교 인문대학의 강의실이 비는 등, 대학 수업의 질과 운영에 악영향을 끼쳐왔다. 인문계열 학과임에도 정시 합격자의 과반수가 이과 학생들로 채워지면서, 문과 침공에 성공한 이과생들이 대학교가 아닌 학원가로 출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에 따라 대학교 수업이 폐강되어 버리거나 휴학생 증가 등으로 대학의 주요 수입원에 구멍이 생기는 폐해가 커졌다. 본인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수능점수를 기준으로 대학 간판을 정하고, 과를 선택하는 현상은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할까. 어렵게 대학 입학에 성공해 부모가 힘들게 번 등록금을 내고도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거나 적성에 맞지 않아 회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니,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고등학교 3년간 공부하느라 고생고생해서 들어간 대학이 안 맞아 결국 재수를 하게 되는 '재수생 양산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게다가 원하지 않던 과에 들어간 아이들의 숫자는 곧 그 과를 간절히 원했고, 합격했다면 수업을 적극적으로 따라가면서 학문적 탐구와 발전을 이루었을, 불합격의 피해를 본 인문계열 아이들의 숫자인 것이다. 실제로 대학교 교수들의 많은 연구자료에서 여러 번 입증된 것처럼, 정시전형으로 입학한 아이들의 대학교 성적(GPA)이 가장 낮게 나타났고,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입학한 아이들이 대학교 성적이 대체로 가장 우수했다. 


현재 수능체계의 문제점#2

탐구영역 선택과목에서 미적분의 공부량이 많고 난이도가 매우 높다. 또한 과학 영억은 서울대에서 I, II 과목 조합의 경우 가산점을 주는 정책(2024학년도부터 철회함)으로 이과생들의 공부량과 공부 난이도가 매우 높아지면서 이과생들의 원하는 점수 미획득으로 재수가 일종의 트렌드처럼 자리 잡게 된다. 실제로 2024학년도 한양대 정시 합격생의 70% 이상이 N수생이었다. 상위권 대학교의 정시 합격생 비율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게 높게 나타난다. 이 역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교육정책과는 완전히 反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현재 수능체계의 문제점#3

前 정부와 교육부의 정시비중 확대정책으로 인해 서울 및 수도권 대학의 정시비중이 40%에 육박하면서 수능문제풀이를 위한 사교육비는 정부의 바람과는 반대로 오히려 천정부지로 솟아났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여 우리 아이들이 미래지향적이고 가치 있는 공부를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암기식 내신공부와 객관식 시험 위주의 수능에서 발전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교육 현주소는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이,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들이 과거 지향적인 암기식 공부에 매달리게 만든다. 


위에서 지적한 문제점 1, 2에 대해 드디어 뒤늦게 교육부에서 고육지책으로 안을 내놓았고, 학계의 비판과정을 거쳐 수정하여 발표한 것이 바로 2028학년도 수능 개편 확정안이다. 작년 12월에 발표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28학년도 수능 개편 확정안
출처: 교육부 보도자료에서 발췌, 2023.12.27

위 표에서 붉은색과 파란색 부분을 보면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국어수학사회·과학탐구 영역에서 선택과목제를 폐지한 것이다. 통합수능 시행 이후 가장 이슈가 되었던 수학과 탐구 선택과목의 유불리 문제를 없애고자 한 교육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현재까지 사회·과학탐구 영역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의해 신설된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공부한 후, 본인의 관심분야나 진로에 관련된 심화과목 2개를 선택해 수능을 치렀다. 문과 아이들은 사회탐구 9개 과목 중 본인이 선호하는 2개 과목을 골라 공부하면 수능을 볼 수 있었고, 이과 아이들도 과학 8개 과목 중 본인에게 유리한 과목을 골라 2과목을 치렀다. 


그런데, 2028학년부터는 수능 응시자 모두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동일하게 치르게 되었다. 즉,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문과생이든 이과생이든 상관없이 통합사회, 통합과학의 2개 과목을 모두 응시해야 하므로, 이제는 관심이 없거나 싫거나 못하는 과목이 있더라도 무조건 전체적인 기초과목을 제대로 알고 내신공부뿐 아니라 수능시험에 대비하여 피 터치게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시험의 변별력을 고려해 본다면, 과연 통합사회/통학과학만 공부하는 것으로 1등급을 받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해당 과목에서 1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현재 중3 학생들부터 내신뿐 아니라 수능을 위해 공부해야 할 범위와 양이 매우 늘어나게 될 것이다. 문과 아이들은 통합과학에서 다루는 물리/화학/생물/지구 4과목을 어느 정도 깊이 이해하고 학습해야 수능을 잘 치를 수 있기 때문에 공부 난이도가 급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과 성향의 아이들도 상대적으로 약한 과목인 사회문화/정치와 법/경제/지리 분야까지 모두 공부를 해야 한다. 즉, 수능 변별력을 위한 어려운 문제들은 공통사회/공통과학의 범위를 벗어나게 될 것이 자명해 보인다. 그런데, 지난번 발표한 평가원의 수능문제 유형을 보면 단순히 난이도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이론적 배경을 정확히 깊이 있게 이해하고 이를 현실문제에 적용해야 하는 통합적 사고과정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학교에서 얼마나 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수업을 할 수 있느냐가 정시의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금까지는 고1 때에는 수능범위의 기초가 되는 과목을 배우고 고 2, 고3학년으로 올라가 수능 과목을 배우는 방식이었는데, 이제는 고1 때 배우는 과목이 수능과목이 되고, 고2, 3학년 때 배우는 과목은 수능과 상관없는 과목이 되어, 학년별 균형이 깨지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수능 대비 수업을 운영하기 때문에, 고2, 고3 학년 때 사회 또는 과학 과목 수업이 원래의 목적대로 깊이 있게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능을 대비한 수업으로 전락할 위험은 없을지 우려가 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대한민국에서 고등학교 3년을 보낸다는 것은 상당히, 아니 너무나 가혹하다. 이미 입시지옥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이의 적성과는 잘 맞지 않는 과목까지 모두 공부해야 하는 부담이 더해진 것이다. 어느 정도까지 심화공부를 해야 좋은 내신성적과 좋은 수능점수를 받을 수 있는지를 가늠하려면 한동안은 꽤 혼란스러울 것 같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심히 우려가 된다.


과연 통합사회, 통합과학이라는 기초 과목 2개를 수능에 넣는다고 융합형 인재가 길러질 수 있을까? 

하나의 주제를 사회와 과학 지식을 어우르며 함께 고민해 보는, 제대로 된 프로젝트형 융합 수업이 이루어져야 해결되는 문제인데, 이를 수능과목으로 편입되면 해결될 것으로 본 것은 너무 나이브한 생각이 아닌지. 2028학년부터 융합수업이 개설되지만, 융합수업을 접해보지 않은 학교의 현재 시스템에서 과연 평가 연수 위주만으로 융합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질지는 미지수이다. 


2028학년도 수능 개편 확정안에서 두 번째로 이슈가 되는 부분은 심화수학(미적분·기하)을 수능범위에 포함하지 않는 것이다. 현재 문이과 통합수능에서 미적분과 확률통계 선택 학생(즉, 문/이과생) 간에 유불리는 표준점수 10점 내외를 상회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이다. 작년 11월에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에서 수학과목 선택자 간의 유불리는 한층 심화되었다. 수학 1등급 수험생 중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한 수험생이 96.5%에 달하는 반면, 확률과 통계 응시자는 3.5%에 불과했고, 미적분 선택자와의 표준점수 격차가 11점이나 벌어졌다. 표준점수 1점으로도 지원한 대학의 합격/불합격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11점은 엄청나게 큰 변수가 된다. 참고로 통합수능 1년 차였던 2022학년에는 수학 1등급 수험생 중 미적분·기하 응시자 비율이 86.0%, 2023학년도 1등급 학생 중에는 81.4%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 내놓은 수능 개편안은 바로 수능 출제에서 ‘심화수학’을 제외하는 것이다. 수능 범위에 수학의 주요 내용을 다루는 과목인 대수(현재의 수 1)·미적분Ⅰ(현재의 수 2;미분, 적분 파트를 포함한다)·확률과 통계를 출제하되, ‘심화수학’(미적분Ⅱ-현재의 미적분·기하)는 제외하게 된 것이다. 공대 등 이과 학계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있었으나, 교육부에서는 내년인 2025학년도부터 시행되는 고교학점제 수업을 통해 심화수학이 진행되므로 그 학습 결과를 대학이 평가할 수 있기에, 통합 수능 개편의 취지에 맞게 심화수학은 제외하는 것으로 확정 지었다.


고등학교의 등급체계 변화와 달리 수능은 9등급 평가 체계가 그대로 유지된다.

 

만약, 현재 고1학생이 어쩔 수 없이 재수의 길로 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첫째, 국어는 공부범위가 달라지고 늘어나게 된다 ; 화법과 작문에서 화법을, 언어와 매체에서 언어를 모두 공부해야 하므로, 고등학교 3년간 선택하지 않아 배우지 않은 과목도 새로 공부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둘째, 수학은 이과생에게는 공부범위와 공부량이 줄어들어 부담이 적어질 것이다. 문과생의 경우 현재 방식에서 실질적으로 변하는 것이 없다고 보인다. 

셋째, 사회 및 과학 탐구를 모두 치러야 하는 만큼, 시험준비가 상당히 부담될 것이다. 2025학년도 입시부터 탐구과목 제한이 풀어지는 대학이 늘면서 이과생들의 '사람런'이 우려를 일으키고 있다. 수학이나 과학처럼 사회탐구 영역에서조차 이과생들이 압도적으로 상위 등급에 포진할지는 금년 입시결과가 나온 후 명확해질 것이다. 


따라서,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은 수시든 정시든 어떤 전형을 통해서든 재학생일 때 합격할 수 있도록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내년부터 교과과정 편제와 내신등급체제가 전면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재수나 N 수를 하여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현재 고1 학생들은 입시관문이라는 낭떠러지 앞에 놓여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고1 학부모들 또한 걱정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닐 것이다. 


같은 학부모의 마음으로, 현재 고1학생과 학부모 이하 학생 및 학부모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고교과정 및 대입체계가 바뀌게 된 배경을 차근차근 길게 짚어보았다. 그리고 중3 이하 학부모들은 수능체계가 바뀌게 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이해하여 최적의 고교 선택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썼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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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pixabay


* 수능일은 보통 매년 11월 3주 차 목요일로 정해진다. 따라서 현재 중 3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2028학년도 수능 날짜는 2027학년 11월 18일 목요일이 된다.


** 수능 : 공식 명칭은 '대학수학능력시험(大學修學能力試驗)'이며, '수능(修能)', '대수능(大修能)'이라고 줄여 부른다. 영어는 College Scholastic Ability Test, CSAT로 미국의 객관식 시험인 SAT가 그 원형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출제를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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