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고민했던 대학시절
대학 입학 후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면서 남자들 사이에서 항상 치열하게 달려왔다.
공학기초 과목이나 소프트웨어, 설계과목은 그나마 괜찮았지만 하드웨어나 코딩 과목들은 항상 따라가기에 벅찼고, 과제를 하며 밤새기 일쑤였다.
나름 성적도 나쁘지 않았고, 학부 연구실도 들어가서 스터디도 했지만 학년이 올라가고 졸업의 시기가 다가오면서 진로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내가 이 일을 평생 할 수 있을까?"
"취업을 할 수 있을까?"
내가 견딜 수 없었던 것은 10시간을 투자(input) 해도 1시간의 결과물이 (output) 나오는 것에 대한 좌절이었다. (항상 밤을 새워서 프로젝트를 하고 코딩을 하면 뿌듯하고 성장한 것이 아니라 제자리걸음 한 느낌..)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고 동기들은 코딩을 위해 태어난 것 같았다.
이런 고민을 할 시기 즈음 "마케팅" 교양수업을 듣게 되었다.
수업을 들으며 마케팅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학부 연구실을 그만두고 블로그를 시작했다.
학교가 공과대학이다 보니 만나는 사람들은 죄다 공대에, 고등학교 친구들도 다 이공계열 친구들 뿐이라 대외활동을 하면서 인문계열 학생들을 만난다는 것은 너무나 신선했다.
다들 말을 조리 있게 잘했고, 생각의 깊이가 있었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좋아하고 즐기는 인문학도들이 신기하고 부러웠다.
"내가 잘하는 것은?"
"전공을 살리지 않고 취업할 수 있을까?"
이 친구들과 취업을 경쟁해야 할 텐데 나의 강점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부터 인문학, 경제/경영 수업을 찾아서 듣고 책도 열심히 읽었다.
그들보다 앞서지는 못할지언정 뒤쳐지지는 말자고 다짐했다.
또한 나의 취업역량을 키우고자 학교에서 진행하는 여러 취업교육에 참여했다.
나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 입사서류나 면접도 모의로 준비해보면서 운이 좋게 면접 1등 상도 받았다.
치열하게 진로를 고민하고 준비한 끝에 4학년 1학기 여름방학 이후 기획/마케팅 직무에 합격하게 되었다.
난 뭘 하면서 먹고살아야 하나?
이 길이 나의 길이 맞는 것일까?
졸업 또는 취업을 앞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하게 되는, 아니 평생을 하게 되는 고민이다.
졸업 후 모교에서 컨설턴트로서 후배들을 만나다 보니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며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았다.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다양하게 경험해보고 많이 시도해봐야 한다. 잘하는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아직 못 찾은 것뿐이다. (물론 중, 고등학교 때 여러 가지를 경험하며 진로 고민을 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현실은 학교-학원-집을 쳇바퀴 돌고 있기에..)
빨리 나의 길을 찾자고 조급해하지도 말고, 나는 잘하는 것이 없다고 자책할 필요도 없다.
관심이 있는 분야를 경험해보고, 체험해보고, 시도하다 보면 조금씩 길이 열리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