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빵미나리 Aug 12. 2018

어려운 위로의 말

친구야, 너의 곁엔 내가 있다

한동안 못 볼 것 같아


몇 주전 가장 친한 고등학교 친구들이 있는 단톡 방에 장문의 메시지가 왔다. 작년에도 한동안 잠수 타고 연락이 안돼 애태웠던 친구 A였다.


고등학교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친척과 함께 지내는 A가 항상 마음이 쓰였다. 물론 싹싹하고 성격 좋은 A는 친척동생과 친자매처럼 잘 지내고 있다.
친척 집에 안 좋은 일이 생겨 당분간 못 볼 것 같다는 A의 장문 메시지에 잘 정리하고 연락하라는 카톡을 보내 놓고는 한참 동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소식을 들은 친구 B는 결혼하고 멀리 살고 있지만 A가 걱정이 된다며 둘이라도 보자고 주말에 아이를 데리고 왔다. 항상 셋이 수다를 떨다 둘이서 보니 A가 더욱 걱정되고, 보고 싶었다.

마침 8월 초에 휴가라 평일에 시간이 났다.
A에게 만나자고 연락했지만 역시나 전화는 받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연락하고 메시지를 남겼더니, 저녁때 잠깐 볼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만나서 평소처럼 밥을 먹고, 카페를 가고, 3년 전 함께 여행했던 통영을 이번에 다시 갔다 왔다고 아무렇지 않은 척 떠들었다.


어떻게 지냈어?


나는 눈물이 많다. 드라마를 보면서 주인공과 동화되어 울기도 하고, 상대방과 이야기하면서 감정이 쉽게 전이되기도 한다.


한참을 떠들다 만난 지 2시간이 넘어서야 어떻게 지냈냐는 한마디를 꺼낼 수 있었다. 말을 꺼내면서도 눈가가 촉촉해졌다.


A의 이야기를 들으며 핸드폰도 만지작 거리기도 하고, 괜히 음료수를 홀짝홀짝 마시기도 하며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애썼다.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A의 목소리가 더욱 슬프게 들렸다.


그러던 중 집이 멀어서 오지 못하는 B 에게서 영상통화가 왔다. 결국 우리는 눈물을 흘렸다. 


친구야,
너의 곁엔 내가 있다.


나는 표현을 잘 못한다
누군가 아파할 때, 힘든 일이 있을 때, 위로의 말을 해주고 싶은데 힘내라는 식상한 표현밖에 할 줄 모르는 내가 너무 속상하다.

힘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저 같이 울어주고, 옆에 있어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다.


풍부한 표현력으로 서투른 위로의 말이 아닌 따뜻한 위로의 말을 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