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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 Park 박민경 Aug 22. 2017

해리포터's 생일 파티

b와 d도 구분하지 못하던 아이가 해리포터 덕후가 되기까지

요즘은 한국 도서관도 그렇지만, 미국 도서관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운영되어 왔으며 잘 정착되어 있다.

많은 도서관에서는 손가락 인형 공연(puppet show)이나 구연동화(storytelling)를 율동과 함께 하는 어린이 프로그램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도서 토론회도 자주 열린다. 우리가 자주 가던 클레어몬트 공공도서관에서는 방학 중 몇 권 이상의 책을 읽으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미국은 교과과정이 과목보다는 ‘주제’ 중심이므로 한 주제를 다각도로 다루고 깊이 있게 배운다. 그래서, 아이가 날씨에 대해 배우고 있다면 나와 아이는 집 근처 도서관에 가서 날씨 칸에서 관련된 책을 몽땅 빌려왔다. 다 읽지 못하더라도 사진만이라도 보여 주었다. 그러면 확실히 그 주제에 대해 훨씬 더 관심이 생겼다.

  


서점에도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공주님이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책을 읽어주는데 마다할 소녀가 있을까.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을 읽어주는 날에는 직원들이 공주 옷을 입고 책을 읽어주고 기념촬영까지 해주어 꼬마 아가씨들을 황홀하게 만든다.

 

스토리텔링을 기다리는 동안 알록달록한 캔디가 뿌려진 앙증맞은 미니사이즈의 스타벅스 음료가 서빙됐다



서점 내부에 있는 스타벅스에서도 참석한 아이들에게 무료 음료를 서빙해주니 책 읽는 것을 그저 즐거운 경험으로 기억한다.















민주가 해리포터의 광팬이 된 것은 서점에서 열린 해리포터 생일파티에 참석하면서부터였다.

해리포터의 생일인 7월 31일(작가 JK. 롤링의 생일이기도 하다)에 미리 접수를 받아 서점 내에 백여 명의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기숙사 이름인 그린핀도르, 후플푸프, 슬리데린, 레번클로의 네 개 팀을 나누어 퀴즈대회를 열고 마법의 약을 제조한다.


그때만 해도 민주는 해리포터를 읽기 전이었는데 그저 이벤트가 궁금해서 참석했다가 책에 그렇게 강력한 팬덤이 있을 수 있다는 자체에 매우 놀랐고, 아이들뿐 아니라 참석자의 절반 가량인 어른들까지 열광하는 것을 보니 대체 어떤 내용인지 매우 궁금해했다. 참석자들은 해리포터 티셔츠, 가운, 안경, 마법 지팡이 등 가지고 있던 용품을 죄다 착용하고 나왔다.


그날부터 아이가 해리포터를 읽어 보고 싶다고 해서 책을 사 주긴 했지만 설마 권 당 최대 900페이지에 달하는 7권의 시리즈를 모두 읽어내리라고는 나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때가 b와 d도 구분하지 못한 채로 미국에 간지 1년 반 되었을 무렵이다.  

꾸준히 읽어나가더니 마침내 수개월 만에 시리즈를 완독 했다. 해리포터도 중간에 조금은 느슨해지는 부분이 있다. 나는 해리포터 DVD를 구매해두고 아이가 책 한 권을 끝낼 때마다 동일한 파트의 영화를 보여 주었고 그러자 더 흥미롭게 다음 책을 또 집어 들었다.



나의 친구이자 해리포터 광팬인 레이 Rae와 자주 만나 서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한 페이지씩 번갈아 읽기도 하고 마법의 주문을 서로 연습하기도 하고 캐릭터에 대한 열띤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민주는 노트에 빼곡히 캐릭터 분석을 해서 시험 보듯이 읽고 또 읽으며 다시 한번 퀴즈대회에 나간다면 우승할 자신이 있다고 벼르기도 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최근 생긴 해리포터 세트장


한국에 돌아온 지 한참이 지난 지금도 아이는 짬이 날 때마다 해리포터 주인공들의 영화 촬영 모습이나 인터뷰 등을 검색해 찾아보고, 지난겨울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새로 생긴 해리포터 세트장에 레이와 둘이 다녀오기도 했다.  


마치 성냥으로 불을 켜듯이 아이의 흥미를 번쩍 끌어당기는 작은 계기가 엄청난 재미와 배움과 성취감을 맛보게 하는 큰 결과물을 만들어다.


아이는 지금도 영어와 한국어 두 가지 버전의 해리포터 책을 번갈아 보면서, 많이 행복해한다.


언어를 즐겁게 배우고, 그렇게 언어를 배움으로써 인생에서 한 가지 행복이 더 생긴다는 것. 그것이 언어 습득의 근본적인 의미와 목적이 아닐런지.










'넓은 것은 오지랖, 깊은 것은 정, 많은 것은 흥 뿐이고

좁은 것은 세상, 얇은 것은 지갑, 적은 것은 겁 뿐인 가족'


<'겁 없이 살아 본 미국' 책은>

평범한 40대 회사원 남자가 미국 경영전문대학원(MBA) 입학부터 졸업하기까지,  

10년 차 워킹맘 직장을 그만두고 떠나 무료영어강좌에서 수십 개 나라의 사람들과 부대끼며 생활하고,

알파벳도 구분하지 못하던 큰 딸이 2년 만에 해리포터 시리즈를 완독하고,

Yes/No도 모르던 작은 딸의 미국 유치원 적응기까지, 다양한 미국의 교육 현장 이야기와

전화도 터지지 않는 서부 국립공원 열 곳에서 한 달 이상의 텐트 캠핑,

현지인들과의 소중한 인연,

경험이 없는 덕분에 좌충우돌 해 볼 수 있었던 경험을 생생하게 담은 책.


출간 두 달 만에 2쇄 인쇄. 브런치 글 100만 뷰.

페이스북 팔로워 1400명(www.facebook.com/MKLivingUSA)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그리워지는 장소와 사람과 음식이 생겼고

나이와 국적에 대해 견고하던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친구 삼을 수 있는 사람의 스펙트럼이 넓어졌고,

서로 다른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며 다름을 인정하게 되었고

낯선 곳에 뚝 떨어져 어떠한 상황이 닥쳐도 당황해서 주저 앉아 울고만 있지 않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그것이 결국은 '성숙해진다'는 것이 아닐까.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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