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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 Park 박민경 Aug 27. 2017

로컬 사람들이 추천하는  LA의 숨은 명소

할리우드를 온 몸으로 땀 흘리며 느껴보기

그리피스 공원은 1896년 개장하였고 미국에 있는 도심 공원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전망이 좋아 LA 여행자들의 투어 일정에서 거의 빠지지 않는 곳이다. 그 중 시간여유가 있는 사람은 그리피스 천문대를 둘러보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차장 옆에서 LA시내의 전망과 그 유명한 할리우드 사인(HOLLYWOOD) 앞에서 사진을 이리저리 여러 각도에서 찍고 서둘러 내려간다.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동네의 작은 체력단련장에서 만난 로컬 친구들이 좋은 장소를 소개해 주겠다며 우리 가족을 그리피스 공원 할리우드 하이킹에 데려갔고, 이후로 분기에 한 번씩 이 친구들과 지속적으로 가게 되었다.



 <그리피스 천문대 주차장에서 보는 풍경. 건너편에 HOLLYWOOD 글자가 선명하다. 이 곳에서부터 공원의 정상까지 걸어서 한 시간 넘게 걸린다>
<정상에는 말을 묶어두고 휴식을 취할 수 있을 정도의 넓은 평지가 나온다. 가운데 펜스가 쳐있는 작은 공간이 피크닉 장소>



땀을 식힐 그늘 한 점 없이 쨍한 햇빛 아래 흙길을 구불구불 따라 올라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한국에서도 종종 등산에 데려간 덕분인지 아이는 불평 한 마디 없이 곧잘 따라 올라갔고 이런 아이가 기특하다며 일행들은 칭찬을 거듭하며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말을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곳곳의 말똥을 밟지 않으려고 까치발을 해야 하기도 했다.


정상까지 올라가면 펜스를 쳐 둔 높고 자그마한 피크닉 공간이 나오고, LA 시내를 포함한 360도 전경이 발아래 펼쳐진다. 테이블에 우리 동네에서 생산한 (즉, 캘리포니아산^^) 와인과 아몬드, 건포도, 치즈, 잘 익은 포도와 수박까지 각자의 가방에 담아 온 간식거리를 펼쳐 두고 나눠 먹고 있자면……웃음이 절로 나왔다.


Mike가 짊어지고 온 가방은 터질 듯 불룩하고 무거워서 나는 벽돌이라도 짊어지고 온 것이냐며 놀렸는데 가방 안에 든 물건을 테이블에 꺼내는 순간 자동으로 "오~~ 땡큐, Mike~!" 감사인사가 터져 나온다. 온도 유지를 위해 얼음을 한가득 채운 주머니에서 꺼내지는 와인이 무려 세 병.


<땀 흘려 올라간 이 곳에서 맛보는 모든 캘리포니아산 음식-싱싱한과일, 견과류, 와인과 치즈는 어떤 고급레스토랑에도 비할 수 없다>



<1935년에 문을 연 그리피스 천문대>

Mike가 와인을 가져올 것이라는 말에 나는 100년이 넘는 역사의 파머스마켓(LA 다운타운 그로브 몰 내에 위치)에 들러 여러 종류의 치즈를 사 갔다. 치즈 전문샵 점원은 같이 먹을 와인의 종류와 나의 취향을 묻더니 몇 가지 치즈를 추천해 주었고, 골고루 맛까지 봐가며 신중히 선택했다. 세 가지 치즈를 하프 파운드씩 구입했더니 하얀 종이에 둘둘 말아준다. 그렇게 사 온 치즈와 함께 화이트 와인부터 레드와인까지 골고루 맛보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하산길에 Mike가 와인병 대신 나를 업고 내려가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까 하는 걱정만 아니라면 병을 싹 다 비울 참이었다.


막걸리에 파전을 먹기 위해 등산한다는 우리나라 등산객들의 우스개 소리처럼 피크(peak, 정상)에서의 피크닉(picnic)이 하이킹의 목적이 된 것 같았다. Picnic 대신 Peaknic.




<왼쪽에 빌딩이 밀집한 곳이 LA 다운타운, 가운데 돔 형태의 하얀 건물이 그리피스 천문대 Griffith Obsevatory>


<분기마다 gym 식구들 여럿과 하이킹을 가고는 했다>

그리피스 공원의 입구에서부터 시작해 올라가면 시간도 꽤 걸리고 짧지 않은 거리이지만 그리피스 천문대 주차장에서부터 올라가는 길은 성인의 빠른 걸음으로 한 시간 가량이면 올라갈 수 있다.


반나절 정도면 할리우드 사인과 그리피스 천문대, 다운타운 전망을 바라보며 두 발로 산에 오르고, 정상에서 피크닉을 즐기며  LA를 현지인처럼 즐기고 올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넓은 것은 오지랖, 깊은 것은 정, 많은 것은 흥 뿐이고

좁은 것은 세상, 얇은 것은 지갑, 적은 것은 겁 뿐인 가족'


<'겁 없이 살아 본 미국' 책은>

평범한 40대 회사원 남자가 미국 경영전문대학원(MBA) 입학부터 졸업하기까지,  

10년 차 워킹맘 직장을 그만두고 떠나 무료영어강좌에서 수십 개 나라의 사람들과 부대끼며 생활하고,

알파벳도 구분하지 못하던 큰 딸이 2년 만에 해리포터 시리즈를 완독하고,

Yes/No도 모르던 작은 딸의 미국 유치원 적응기까지, 다양한 미국의 교육 현장 이야기와

전화도 터지지 않는 서부 국립공원 열 곳에서 한 달 이상의 텐트 캠핑,

현지인들과의 소중한 인연,

경험이 없는 덕분에 좌충우돌 해 볼 수 있었던 경험을 생생하게 담은 책.


출간 두 달 만에 2쇄 인쇄. 브런치 글 100만 뷰.

페이스북 팔로워 1400명(www.facebook.com/MKLivingUSA)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그리워지는 장소와 사람과 음식이 생겼고

나이와 국적에 대해 견고하던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친구 삼을 수 있는 사람의 스펙트럼이 넓어졌고,

서로 다른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며 다름을 인정하게 되었고

낯선 곳에 뚝 떨어져 어떠한 상황이 닥쳐도 당황해서 주저 앉아 울고만 있지 않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그것이 결국은 '성숙해진다'는 것이 아닐까.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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