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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 Park 박민경 Aug 20. 2017

고양이가 바라 보는 서울

이화동 언덕 꼭대기 중 꼭대기에서...

혼자서도, 함께도,
비 오는 날도, 맑은 날도,
기분이 좋을 때도, 마음을 정리하고 싶을 때도,
어울려 밥 먹기도 하고, 혼술을 하기도 하러

혜화동을 자주 찾는다.


혜화동에서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
성곽이 둘러치고 있는 이화동.

벽화마을로 유명세를 탄 이후로
20여 년 전 처음 찾을 당시의 고즈넉함이 사라졌지만 혜화동과 이화동은 여전히 서울에서 가장 마음이 편해지는 곳 중 하나이다.


이화동 꼭대기 중에서도 꼭대기에 위치한 작은 카를 최근 발견했다.
아주 좁은 테라스에 딱 두 명 앉을 수 있는 협소한 공간이 있어서 항상 그 곳에 앉는다.
그 곳에서 고양이가 바라보는 서울의 풍경.

사람 냄새 진하게 나는 기와지붕과 슬레이트 지붕의 주택가 한가운데에 앉아

멀리 고층빌딩을 바라보고 있자면

한편 이질감과 한편 보듬어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든다.



누구를 기다리다 저렇게 까맣게 타버린 걸까.

서울 하늘을 내려다보는 검은 고양이는

비를 기다리고 있는것만 같았다.


조병화 시인의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이란 시가 생각나게 하는 고양이 한 마리와 오늘, 서울의 비.



비를 좋아하는 사람

                                         - 조병화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과거가 있단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과거가


비가 오는 거리를 혼자 걸으면서


무언가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은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란다


낙엽이 떨어져 뒹구는 거리에

한 줄의 시를 띄우지 못하는 사람은

애인이 없는 사람이란다



함박눈 내리는 밤에 혼자 앉아 있으면서도

꼭 닫힌 창문으로 눈이 가지 않는 사람은

사랑의 덫을 모르는 가엾은 사람이란다


캘리포니아 파사데나, 노튼 사이먼 뮤지엄, 멕시코 화가 디에고 리베라, '꽃을 파는 여인'.  

무릎 꿇고 앉아 꽃을 한아름 안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마치 기도하는 듯 보인다.




'넓은 것은 오지랖, 깊은 것은 정, 많은 것은 흥 뿐이고

좁은 것은 세상, 얇은 것은 지갑, 적은 것은 겁 뿐인 가족'


<'겁 없이 살아 본 미국' 책은>

평범한 40대 회사원 남자가 미국 경영전문대학원(MBA) 입학부터 졸업하기까지,  

10년 차 워킹맘 직장을 그만두고 떠나 무료영어강좌에서 수십 개 나라의 사람들과 부대끼며 생활하고,

알파벳도 구분하지 못하던 큰 딸이 2년 만에 해리포터 시리즈를 완독하고,

Yes/No도 모르던 작은 딸의 미국 유치원 적응기까지, 다양한 미국의 교육 현장 이야기와

전화도 터지지 않는 서부 국립공원 열 곳에서 한 달 이상의 텐트 캠핑,

현지인들과의 소중한 인연,

경험이 없는 덕분에 좌충우돌 해 볼 수 있었던 경험을 생생하게 담은 책.


출간 두 달 만에 2쇄 인쇄. 브런치 글 100만 뷰.

페이스북 팔로워 1400명(www.facebook.com/MKLivingUSA)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그리워지는 장소와 사람과 음식이 생겼고

나이와 국적에 대해 견고하던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친구 삼을 수 있는 사람의 스펙트럼이 넓어졌고,

서로 다른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며 다름을 인정하게 되었고

낯선 곳에 뚝 떨어져 어떠한 상황이 닥쳐도 당황해서 주저 앉아 울고만 있지 않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그것이 결국은 '성숙해진다'는 것이 아닐까.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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