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분(一人前)의 몫

by 유자토마토
Charlie: 배고프네.. 우리 오늘 뭐 먹지? 뭐 먹을까?
Sally: 음 글쎄.. 뭐 먹지 뭐가 맛있을까나~
Charlie: 우선 한 중 일 중에 골라볼까?
Sally: 음.. 그럼 난 한그릇 음식!
Charlie: ..?!


음식의 카테고리를 구분하는 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음식의 기원이 된 나라에 따라 한식, 중식, 일식으로 구분하는가 하면, 재료에 따라 육식 채식으로, 또는 맛에 따라 매운 음식 짠 음식으로 나눌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나에게 있어 음식 종류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한 그릇인 것과 아닌 것.



한그릇 음식이란 한 그릇 안에 밥과 반찬이 모두 든 것으로, 한 끼를 그 안에서 부족함 없이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을 말한다. 내가 대표적으로 좋아하는 한그릇 음식은 텐동으로, 밥 위에 새우, 단호박, 가지, 꽈리고추, 붕장어 등을 튀겨 얹고 간장 베이스의 소스를 뿌려 먹는다. 그리고 이 모든 게 단 한 그릇에 담겨 나온다.



한그릇 음식은 여러 가지 매력을 갖고 있다. 음식은 한 편의 서사다. 무얼 먼저 먹을지 혹은 어떤 것을 조합해서 먹을지, 매번 그 선택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완성된다. 한그릇 음식은 오롯이 나에게만 주어진 분량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서사로부터 구애받지 않고 온전히 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데에 편리하다. 하지만 필자가 느끼는 한그릇 음식의 가장 큰 매력은 ‘홀로 일 인분을 해낸다’는 점에 있다.



때는 2016년, 대학 졸업을 앞두고 업에 대한 고민이 많던 시절이었다.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여느 대학생처럼 스펙 쌓기에 몰두해 있었는데 개중에 하나가 일본어 공부였다. 혼자 하는 공부보다 여럿이 같이 하는 공부가 더 잘 맞았던 나는 일본어 학원을 다녔다.



수업은 교재에 실린 산문을 읽기 전 본문에 있는 주요 단어나 숙어를 먼저 짚고 넘어가는 식이었는데, 그때 일인분의 새로운 의미를 처음 접하게 됐다. 우리나라말로 일 인분은 ‘한 사람이 먹을 만큼의 음식’을 뜻하지만 일본에서는 다른 뜻을 한 가지 더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한 사람으로서 제 구실을 하게 됨’이라는 의미로, 흔히 ‘早く、一人前になりたい。(하루빨리 한 사람 몫을 하고 싶어)’처럼 쓰였다. 한자도 우리나라는 일인분(一人分), 일본은 일인분(一人前)이라고 적었다.



이 예문은 당시 졸업을 앞둔 취업준비생이었던 내 가슴에 퍽하고 박혔다. 나는 그때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제 몫을 다 해내고자 하는 마음이 여느 때보다 절실했다. 그러다 한그릇 음식만큼 혼자서도 부족함 없이 제 역할을 다 해내는 음식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직장인이 되었지만, 한그릇 음식을 먹고 있노라면 여전히 그 일인분의 의미를 곱씹게 된다. 그리고 오늘도 그때와 같은 마음으로 사회의 멋진 어른으로, 제 몫을 오롯이 해내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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