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박힌 사람

김승희

by 단발의 챠밍레이디

못 박힌 사람은

못 박은 사람을 잊을 수가 없다

네가 못 박았지

네가 못 박았다고


재의 수요일이 지나고

아름다운 라일락, 산수유, 라벤더 꽃 핀 봄날

아침에 떴던 해가 저녁에 지는 것을 바라보면

못 박힌 사람이 못 박은 사람이고

못 박은 사람이 못 박힌 사람이고

못 자국마다 어느 가슴에든 찬란한 꽃이 피어나고 있는데


못 박힌 사람이

못 박은 사람을 잊을 수가 없듯이

못 박힌 사람과 못 박은 사람만 있는 곳이 에덴의 동쪽


시는 그런 사람들이 쓰는 것

아픈데 정녕 낫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쓰는 것

못 박힌 아픈 가슴 움켜쥐고도

못을 빼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에덴의 동쪽에서 시를 쓴다


감상 :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가슴에 못이 된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은 죄, 사랑받지 못한 죄가 못이 되어 남는다. 내 가슴에도 못이 여러 개 있다. 그 못은 박은 사람은 모르는 것 같다. 내가 예민한 것인지 고민하면 나 혼자 더 깊이 못을 박는다.

그러나 50이 넘어 보니, 내가 예민한 것도 아니고 그가 그렇게 잘못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런 마음으로 붉은 노을 바라보며, 국화 꽃 바라보며, 이 가을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면 그 못이 조금은 흔들거리며 빠질 때가 있다. 빠졌다가 다시 박히기도 하지만, 그것은 좀 덜 박히는 것 같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에 그 못을 움켜쥐고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못 박힌 사람도 어딘가는 못이 박혀 있을 것이고, 못 박힌 나도 누군가에 못을 박았을 수 있다. 하느님, 부처님이 아닌 이상 우리는 선행도 하고 악행도 저지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의 품행을 먼저 바르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서로 못을 박지 않은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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