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란 히

육호수

by 단발의 챠밍레이디

소반 위에

갓 씻은 젓가락

한 켤레

나란히 올려두고

기도의 말을 고를 때

저녁의 허기와

저녁의 안식이 나란하고

마주 모은 두 손이 나란하다

나란해서 서로 돕는다

식은 소망을 데우려 눈 감을 때

기도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반쪽 달이 창을 넘어

입술 나란히 귓바퀴를 대어올 때

영원과 하루가 나란하다

요람에 누워 잠드는 밤과무덤에 누워 깨어나는 아침

포개어둔다

감상 : 오랜만에 시를 한편 읽었다. 지난 번 읽을 때는 공감되는 바가 없어 패스했던 시인데, 이번에는 가슴에 일렁이는 것이 느껴진다.

밥상 위에 젓가락 올려두고 기도의 말을 고르며, 하루의 허기와 그것을 채워주는 따뜻한 밥상이 안식을 부른다. 마주한 두 손이 나란해 기도가 간절하다. 퇴색된 소망을 위해 눈감아 두 손 모아 기도드리며 입술도 모아 희망찬 소망이기를 그려본다. 하루를 마감하는 안식과 시작하는 피로함이 매일 교차하여 나란하다. 우리의 하루를 곱게 기도하고 소망하고 감사하며 마무리하는 아름다운 시로 느껴진다. 이 시를 가슴에 새기며 하루를 차분히 즐기고 마무리하려한다.

매거진의 이전글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