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친구가 별로 없다.
진심을 나누고, 기쁜 일에 나보다 더 좋아하고, 슬픈 일에 진심으로 울어주는 그런 친구. 내 마음과 생각과 시간을 나눠 가져도 아까울 게 하나도 없는 그런 친구. 그런 친구가 누가 있을까 하며 손에 꼽으려 하면 순식간에 끝이 난다.
가뭄에 콩나는 듯한 몇 안 되는 친구 중 하나가 멀리서 찾아왔다. 내 친구이자, 내 남편의 친구이자, 내 아이들의 친구이기도 한 친구가족이 비행기를 타고 시간과 공간을 넘어 이곳으로 왔다.
덥고 습한 폭염의 한 가운데 서있던 여름 날, 사람많고 복잡한 광화문 광장에서 나는 내 친구를 한 눈에 알아보았다. 마치 어제 헤어졌다가 오늘 다시 만나는 사람들처럼 한 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만난 게 3년 전이었고, 그때 꼬마였던 아이들은 이미 어른들의 키를 훌쩍 넘겼다. 서로의 아이들을 보며 어떻게 이렇게 큰 거냐며 신기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람들에 휩쓸려 광화문 광장을 흘러다니다 경복궁 근처에서 스티커 사진을 찍고, 다시 광화문으로 걸어 교보문고까지 가는 길에 사람들은 마치 파도인냥 여기저기서 넘실거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갈비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우리 집으로 향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이제 제대로 회포를 풀어야 할 시간이다. 한국이야기, 미국이야기, 아이들 커가는 이야기, 각자의 일들... 끝없는 이야기가 흐르고,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와인을 몇 잔 나누고, 서로를 위해 준비했던 선물이 오가고, 밤이 깊어지면서 우리들의 시간이 그렇게 채워지고 있었다.
반가움과 즐거움을 뒤로 하고 헤어져야 할 시간. 깊게 나누었던 포옹은 다음은 언제 볼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으로 가득했고, 택시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흔들었던 손을 내려놓고 돌아오는 발걸음에는 서운함이 가득했다.
사랑 받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 사람을 통해서 받을 수 있는 크나큰 위로이자 행복이다.
내가 받은 위로와 행복을 나를 통해서 내 친구도 느낄 수 있길를 바라며, 친구들이 한국여행을 잘 마치고 미국으로 잘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지민씨. 정말 반가웠어. 우리 조만간 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