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일을 하려했을까

by Viva La Vida

지자체에서 일을 하면 때때로 그 지역 주민들과 함께 회의를 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그러다 실수가 있었다. 날짜와 요일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실수를 바로잡지 못한 채 위원회 단체카톡에 회의일정을 업로드 했는데, 그것을 본 위원 중 한명이 '@@@ 씨는 회의날짜를 잘 못 써서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는 게 취미인가 보네요!' 라고 답글을 달아 놓았다. 핸드폰 화면 안의 글들이 밖으로 튀어나와 내 얼굴 주변을 맴도는 것 같았다. 얼굴이 화끈 거렸고, 눈 앞에 그 사람이 없음에도 그 사람을 피해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었다.


또 한번은 또 다른 위원에게 전화가 왔는데, 그 위원은 질문을 하고 내 대답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쩔쩔매며 대답할 기회를 찾아야 했다. 그 분과의 통화에서는 내 대답이 계속 잘려서 시작한 문장을 끝맺을 수가 없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꾸중으로 가득한 10여 분 간의 통화 내내 나는 진땀을 흘리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아야 했다.


내가 왜 여기서 이런 대접을 받아야할까..라는 생각이 떠오를 때 마다 내가 왜 일을 하려고 했는지, 얼마나 일을 하고 하고 싶어 했는지를 기억해 냈다. 왜 나는 일을 하려고 그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여기저기 찾아다니고, 공부 했고,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고, 떨어지고, 울었던가.


무엇때문에.


남편은 소위 대기업이라 불리는 회사에 다녔다. 열심히 일했고, 나름 인정도 받고 있었다. 미국에서 돌아온 후 아이들이 한국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나는 옆에서 도와야 했다. 살짝 숨어서 눈을 감으면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열 가지쯤 됐지만 그럼에도 내가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나는 내 이름으로 살고 싶었다.


누구의 아내도 아니고, 누구의 엄마도 아니고, 누구의 딸도 아닌 그저 나 자신으로 살고 싶었다. 나는 그냥 내가 되고 싶었을 뿐이다.


내 이름 석자. 그것으로 살기 위해서 나는 위태로웠던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는 순간, 괜히 손발이 덜덜 떨리는 순간들을 오늘도 견뎌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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