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by Viva La Vida

여기저기 서류접수를 마쳤다.


전날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나는 눕고 5초 안에 잠드는 사람인데 무슨 옷을 입고 가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갑자기 모든 게 혼란스러워졌고 통 잠이 오지 않았다.


남편은 출장이었고, 아이들은 제각각 바쁜 시기를 보냈다.

어차피 '인생, 혼자 사는 독고다이'라고 했지만 누군가 필요했던 그 날 밤, 나는 그렇게 혼자였다.


면접을 마치고 할 일들을 생각해봤다.

근처에 문을 열 술집을 찾아서 혼자 낮술을 좀 하고,

꽃집에 가서 꽃을 좀 사고,

집에 돌아와 화장실 청소를 벅벅 한 다음

한 숨 푹 자야지...

라고 계획을 세웠다. 계획을 세우고 나니 잠을 잘 수 있었다.


전날 밤에 생각해 놓은 옷을 골라 입고, 잘 신지 않던 구두도 꺼내신고, 세상에서 제일 똑똑해 뵈는 얼굴을 하고 출근을 했다. 떨리긴보단 우왕좌왕했다. 떨리는 두근거림은 아니었는데 심장이 두근두근 거렸다. 그러다 눈물이 났다. 눈물이 나니 콧물이 줄줄줄 흘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멋있게 눈물이 주르륵 흐른 것도 아니고, 광대를 조금 걸치게 비지직 흐르다 말았다. 역시, 내 인생이 드라마는 아니었다.

아.. 여기 사무실인데 콧물이나 줄줄 흘리고 있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하루종일 연가를 쓸 걸....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앉아있다가 사무실을 나섰다. 내가 일하는 곳은 5층, 면접 볼 곳은 같은 건물 3층. 면접시간보다 일찍 조퇴신청을 하고 건물을 나섰기에 근처 커피숍에 들렀다. 여유있게 커피 한 잔 하려고 했지만 소주를 원샷하 듯 커피를 원샷했다.

커피를 마시고, 대기실에서 이런저런 서류에 사인을 하고, 기다리다 직원을 따라 문을 열고 들어섰다.


면접관 5명, 채용감사관 1명, 간사 1명, 그리고 나.

7 대 1.

외로운 싸움.


들어왔던 문을 다시 나가면서 다리에 힘이 풀렸다. 휘청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부여잡고 대기실로 돌아갔다. 집으로 바로 가도 됐지만 다리에 힘이 없어서 걸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앉아있다가 계속 있을 수가 없어서 간신히 일어났다.


도저히 술집을 찾아 술을 마실 기운은 없었고, 집에 가는 길에 있는 꽃집에서 꽃은 좀 샀다. 좀 나아졌다.

화장실 청소는 개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다.

그대로 누워 아이들이 돌아올 때까지 잤다. 자고 일어나니 개운해진다. 그래도 화장실 청소는 하지 않았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아이들 저녁을 만들어 주고 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하루를 정리했다.


사흘 뒤, 내 수험번호가 컴퓨터 화면 안에 있었다.


나는 다시 내가 일하던 지자체에서 주임이라 불리며 일을 하게 되었다.

2024년 6월 1일. '시간선택임기제 라급'의 삶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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