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by Viva La Vida

지난 채용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팀 누구도 합격과 불합격을 확신할 수 없었기에 궁금해도 서로 묻지 않고, 나 역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말하지 않았다.


결과 발표 날.

아침부터 홈페이지에 들어갔지만 발표는 나지 않았고, 속은 타들어갔다.

면접을 마치고 나오면서 면접 분위기상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했기 때문에 설사 떨어진다 해도 후회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막상 발표 날이 되니 초조하기만 했다.


새로고침, 새로고침 그리고 새로고침.


그 곳도 결재받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은 기다리는 나로서는 속이 타는 시간이었다. 퇴근 직전. 내 수험번호가 화면 안에 있었다. 안도감일까? 기운이 약간 빠지는 것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저 됐어요..'라고 조용히 얘기했다. '새로고침을 얼마나 눌렀는지 몰라요..'라고 웃으며 말했는데, 팀장님이 '저도요..'라고 답했다. 나처럼 속 타 하고 있었던 사람이 또 있었구나. 팀장님은 내가 부담 느낄까봐 물어보지도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고 있었구나. 수정자매는 눈물을 흘린 것 같았는데, 맞는 기억인지 모르겠다. 수정자매 역시 말없이 긴장하고 있었나보다. 뒷자리에 앉은 영재계장님, 의자를 드르륵 밀고 왔다. 말도 없이 어깨를 툭 치며, 찡긋 웃는다. 말 안 해도 안다. 계장님 마음.


뭐야 이 사람들... 왜 사람 감동시키고 난리야...


합격발표가 나고 그 다음 날, 작년에 같이 일했던 팀장님이 연락이 왔다. 업무로 물어볼 게 있어서 전화를 하신 거였다. 물어본 내용을 확인하고 답을 전달해 드리며, 합격소식을 톡으로 보냈다. 톡을 보내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됐어요? 잘 됐다. 진짜 잘 됐다. 그래.. 성실한 사람이니까 당연히 그 부서에서도 알아보지.. 팀 조정할 때부터 보경주임 걱정을 제일 많이 했는데 진짜 잘 됐다. 다음 주 중에 치맥이나 합시다."


허 참... 이 사람들.. 직장에서 왜 감동을 주고 이래...


내 사직원을 제출하면서 팀장님은 과장님께 합격 소식을 전했다. 그것 참 잘 됐다며 우리 팀만 따로 저녁을 하자고 하신다. 그래서 결성된 삼겹살 회식. 맥주를 따라 주시며 정말 잘 됐다고, 떠나는 임기제 공무원들 많이 봐왔지만 아쉽고 서운한 마음에 다음엔 어디서 일 하느냐고 묻지 못했는데 이렇게 바로 연결되어 일하게 되어 진짜 잘 됐다고, 한숨 놓인다고, 더 좋은 부서 가는 거니까 더 잘 된 거라고. 그 날 배가 터지게 삼겹살을 먹었다.


우리 부서에도 갑질을 하는 팀장도 있고 상처받으며 이를 바득바득 가는 직원들이 있다. 직장은 아름다운 공간이 아니며, 사랑이 꽃피는 곳도 아니다. 심지어 아름답거나 사랑이 꽃피는 공간이길 기대 조차 하지 않는다. 더욱이 임기제 공무원인 나는 여전히 이 공간에서 손님처럼 어색하게 느낄 때가 수없이 많다.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고, 사람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사람으로부터 무시를 받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사람으로부터 위로와 사랑을 받는다. 함께 웃기도 하고, 함께 울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쌤쌤으로 치며 서로의 어깨를 빌려주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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