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미안해

선천성 갑상선기능저하증

by 은 선

나는 세 아이의 엄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약을 먹고 있다는 사실도 임신 초기에 병원에 알렸고, 내분비내과에도 꾸준히 다녔다. 임신 기간 동안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완화되기도 한다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그 경우에 해당되지 않았다. 임신부이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자주 검사를 받으며 약을 조절했다. 반 알에서 1알 정도를 왔다 갔다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태아에게 나쁜 영향이 있을까 봐 걱정했는데, 의사 선생님은 100%라는 건 없지만 그래도 내가 복용하 는 약은 임신 중에도 복용할 수 있는 유일한 약이라 고 하셨다 (안전하다고 하진 않았다. 다만 태반 통과가 다른 약에 비해 적다는 것일 뿐). 엄마가 먹는 약이 호르몬을 경감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이 약물 이 탯줄을 타고 태아에게 넘어가서 아이가 선천적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선천성 갑상선 기능저하증의 경우 아이의 지능 발달에 문제가 있고 기형아 비율도 높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을 먹었을 때의 이득이 더 크니 빼먹으면 안된다고 하셨다. 불안했지만 그래도 나를 믿고, 아이를 믿고, 또 의사 선생님을 믿고, 아무 일도 없으리라 믿으며 최대한 편하게 지내려고 애썼다.


아이가 태어나면, 보통 발뒤꿈치에서 피를 조금 뽑아 선천성 대사질환을 검사한다. 혈액형도 이때 알려준다. 아이를 낳고 아직 입원중일 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들었다. 아이의 혈액검사 결과에 문제가 있다고. 갑상선 기능저하증 소견이 나왔다고 했다. 최초 검사 시 오류의 가능성을 고려해 재검사를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라고. 엄마 병력사항에 갑상선 기록이 있으니 아무래도 아이를 소아과로 데려가 보는 것이 좋겠다고.


그렇게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생아를 데리고 종합병원 소아과에 갔다. 소아과에서는 다시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려면 발뒤꿈치에서 몇 방울 정도로는 안 되고, 제대로 채혈해야 하는데, 신생아라 채혈이 가능한 혈관을 찾아서 피를 뽑으려면 - 예를 들면 머리에서 뽑아야 할 수도 있는데 - 그 광경을 보면 엄마들이 너무 마음 아파하고 어떨 땐 방해를 하기도 한다며 엄마는 밖에서 대기하라고 했다.


간호사가 아이를 안고 채혈실로 들어갔다. 두꺼운 철문이 닫히고 조금 후 아이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밖에 남겨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채혈실 철문을 어루만지며 조금만 견디라고, 조금만 견디자고 되뇌었다.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는데, 울음이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아 정말 초인적인 힘으로 참았던 것 같다.


실제로는 오래 걸리지 않았겠으나, 나에게는 억겁의 시간이 지나고, 간호사가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아이는 그새 목이 쉬었다. 아이를 받아 꼭 안고 달래며 귀가했다. 며칠 후 검사 결과를 들으러 다시 간 소아과에서는, 수치가 정상을 조금 벗어나긴 했지만 약물치료를 바로 할 필요까지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아이가 크면서 자연적으로 해결되기도 한다고. 다만 신생아 검사 때는 알기 어려운 청력 상실의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잘 지켜보라고.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검사해 보자고.


결론만 얘기하면, 그 후로로 계속 추적관찰을 했고, 다행히 아무 이상은 없었다. 다만 이 모든 과정을 둘째가 태어나며 다시 한번 겪어야 했다. 둘째 아이는 첫째 때와 다른 병원 소아과를 갔는데, 갑상선 질환이 반드시 유전되는 것은 아니라는 새롭고 반가운 얘기를 들었다. 물론 다른 질환과 마찬 가지로 가족력이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절대적인 관점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을 정도로 낮다고 했다. 수년 동안 마음 깊은 곳에 항상 자리잡고 있던 두려움과 걱정이, 그 말을 듣고나서 조금 가라앉았고, 내가 얼마나 안도했을지 상상이 되시는지….


다행스럽게도 셋째 아이는 신생아 검사에서도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제 아이들은 각각 만 19세, 16세, 13세가 되었고 감사하게도 모두 다 건강 하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첫 아이를 채혈실 밖에서 기다리던 때를 떠올리면 여전히 가슴 한켠이 서늘해진다. 그럴 수만 있다면, 그 당시 겨우 스물일곱이던 젊은 엄마인 나를 위로해 주고 싶다. 다 괜찮아질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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