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기능항진증

by 은 선

주변 어른들에게 잔소리를 들으며 강행했던 종합건강검진에서 나온 두 가지 특이사항 중 하나가 갑상선기능항진증이다. 갑상선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르고, 가족력이 있는것도 아니어서 검진 결과를 듣고 조금 놀랐던 것은 사실이다. 아주 심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만한 수치도 아니라며 진료를 받으라고 했다.


그렇게 내원하게 된 내분비내과. 갑상선기능항진증은 갑상선에서 우리 몸에 필요한 양보다 많은 갑상선 호르몬이 분비되는,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이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증상은 쉽게 피로를 느끼는 것, 잘 먹어도 체중이 감소하는 것, 전반적으로 갑상선이 커질 수 있다는 것 (이 경우 목 부분이 불룩 튀어나올 수도 있다), 더위를 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 등 여러가지다.


원인에 대해서는 솔직히 납득이 가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원인 중 하나가 ‘그레이브스병’이며, 우리나라의 경우 80~90%가 그렇다고 한다. 나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럼, 그레이브스병은 또 뭐란 말인가? 여기에 대해서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설명을 듣지는 못했다. 다만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증상들 대부분이 여기에서 나오는 것 같다. 갑상선 부분이 커지는 것을 포함해 사람에 따라 피부 증상이 있을 수도 있고 소화기 쪽 문제나 그밖에 심혈관계, 신경계, 골격계, 순환기계 등 거의 모든 신체 기관에 여러 가지 증상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당시 20대 초반이던 나에게 가장 불행하게 느껴졌던 증상은 안구돌출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눈알’이 점점 튀어나오는 것 같아 신경이 쓰였고, 난 그게 시력이 나빠지고 안경 도수가 올라가서 그렇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갑상선, 아니 그레이브스 병 때문이라니! 더 안 좋은 소식은, 갑상선 치료를 하더라도 한번 돌출된 안구가 들어가진 않는다는 것. 그렇지 않아도 ‘개구리’라는 별명이 너무나 싫었 는데 나아질 수도 없다니 몸서리치게 싫었다.


위에 나열한 여러 증상은, 사실 안구돌출만 빼면 꽤나 흔하기 때문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피로’에 대해서는, 요즘 세상에 안 피곤한 사람이 있나 싶었던 것이다 (게다가 서로의 피로도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 살은 일부러도 빼는데 알아서 빠져준다니 좋은 일 아닌가?(...라고 20대 초반의 나는 생각했다)


여담이지만, 할머니는 대학교 졸업 직후 나를 보시곤 우셨다. 오랜만에 뵈어서 그런것도 있지만, 애가 너무 고생해서 말랐다며 속상해하셨다. 할머니, 그게 아니에요, 졸업 준비하면서 살이 너무 많이 쪄서, 고생고생해서 뺀 거랍니다. 아니, 그렇다면 고생해서 뺀 건 맞긴한건가? 아무튼 한창 살 쪄있을 때 저를 보셨으면 뚱뚱하다고, 보기 싫다고 우셨을지도 몰라요. 정말 너무도 힘들게 살을 뺀 후 라서, 갑상선이든 뭐든간에 살이 빠져주면 좋은거 아닌가 싶었다.


아무튼 나는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그래서 우선 약을 처방 받아왔다. 새끼손톱보다도 작은 알약 이었다. 어른들은 크기가 작은 약이 독한 약이라고 하셨다. 초반에는 1개월마다, 그 이후로는 간격을 조정해가면서 채혈을 하고, 의사 선생님을 만나고, 약을 타왔다.


피검사 결과 수치에 따라 복용해야 하는 약은 1알로 줄었다가 3알로 늘어나기를 반복했다. 어디가 특별 히 불편한 것도 아니고 딱히 눈에 보이는 증상이 있 는 것도 아니어서, 나는 아주 초창기를 제외하고는 약을 잘 챙겨 먹는 사람이 아니었다. 불성실한(?) 환자인 내게 하루는 의사 선생님이 진지하게 말씀 하셨다. 계속 이런 식이면 약물치료로는 부족할 수 있다고.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로 넘어가거나, 그래도 안 되면 수술로 절제해야 한다고.


수술도 그렇지만,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라는 건 그게 뭔지 모르지만 그 말만으로도 무서웠다. 수술은 갑상선을 아예 떼어내기 때문에 영구적으로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된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평생 약을 먹어줘야 한다.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라는 건 갑상선을 요오드로 일부 죽여 넘쳐나는 호르몬을 줄이는 시도라고 보면 된다. 다만 필요한 정도보다는 살짝 더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높은 확률로 평생 약을 먹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의 협박(?)은 곧바로 효과를 발휘했다. 나는 그때부터 성실하게 약을 챙겨 먹었고, 덕분에 수치도 안정적인 상태가 되었다. 안타깝게도 약을 끊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갑상선 호르몬인 T3과 T4 의 수치는 정상이지만, 갑상선 자극호르몬인 TSH 의 수치가 항상 정상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이었다.


결국 20대 초반부터 복용하기 시작한 갑상선기능 항진증 약은, 진료병원과 처방받는 약의 브랜드를 조금씩 달리하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안정적인 수치를 오랜 기간 유지되어 약을 끊어보는 시도를 한 적도 있었지만 (물론 의사 선생님이 그렇게 해보자고 하셨다), 막상 TSH 수치가 다시 불안정해 져서 결국 약은 저용량으로 계속 복용중이다. 어쩌면 평생 먹어야 할지도.




‘갑상선 항진증’의 명칭은 ‘갑상샘 항진증’ 으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혹여 갑상샘 암이 발견되더라도, 암의 진행이 워낙 느린 ‘거북이암’ 이라 예전만큼 수술을 많이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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