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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clara May 23. 2020

만족스러운 소비경험 3가지

진의 질문
Q. 두고두고 만족스러운 소비가 있다. 최근 소비경험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3가지를 공유해보자.


윤 says


01 애플의 모든 제품들


나의 첫 애플 제품은 애플 스마트 폰 1세대였다. 호기심반 디자인 반 만족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차가운 제품에 터치감을 느끼고 소통하는 느낌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한번도 기대조차 못해 본 것이었다. 조금 과장을 더한다면 영화 이티의 명장면 속 인간아이 의 손과 미지의 무엇이 처음 맞대는 순간의 전율과 비슷하지 않을까 허풍을 보태어 본다.


아! 아니다. 나의 첫 애플은 스무살 대학교 디자인실에서 처음 만난 전설의 애플 컴퓨터였다. 88올림픽 당시 부모님이 사주신 첫 컴퓨터는 하얀색 각진 박스 같았다. 금새 먼지가 쌓였다. 그런데 맥OS라는 낯선 컴퓨터는 전원버튼을 켜기도 전에 그 아름답고 위트 있는 모습에 입가에 미소가 베시시 번지고 나의 디자인 열정은 예열시간도 필요없이 부릉부릉 신이 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포토샵 일러스트 프로그램은 유독 이 OS에서 유연하고 빠르게 돌아갔다. 스포츠카를 타고 고속질주를 하는 기분이었다. 나의 디자인 실력의 3할 이상은 애플 맥이 키워준 것이다.


그 다음이 아주 작은 MP3 아이팟 셔플, 나의 만보를 채워준 효자 같은 녀석. 우선 이뻐서 어디든 잘 보이게 끼워두면, 고개가 올라가고 파워 워킹이 자동 가능했다. 내가 센스있어 보이는 것 같아 두근거렸다.


그렇다. 첫 아이폰이 3번째 경험이었다. 그후로 12년이 지난 지금 나는 4대째 아이폰을 두대의 아이패드, 두대의 맥북과 아이맥 한대, 에어팟 한개를 보유하고 있다. 아직 고장난 녀석은 없다. 그래서일까 이녀석들 단지 기계만 같아 보이지 않는다. 감성을 만족시키고 소통하고 있다고 느끼는 제품들이다.  작업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널려있어도 가끔은 멍하니 참 멋지다 바라보게하니..참으로 질리지 않는 아름다움이다.



02 미안하지만 펜만은 저팬. UNI JETSTREAM0.38


독일에서 돌아오고 얼마 뒤 일본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국민적 다짐이 있었다. 나도 굳이 일본제품을 무의식적으로 사지 않으며, 몇년 째 잘 입던 유니클로 나시를 사지 않고 대체품을 찾으러 발품을 팔았다. 사실 아직 그만큼 오래 입어도 늘어나지 않고 내구성 좋은 것은 찾지 못했다. 펜도 역시 그랬다. 문구덕후, 기록덕후인 나에게 종이만큼 펜의 필기감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국산의 펜을 무수히 사보아도, 내가 딱 원하는 얇기의 적당한 필기감은 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양심이 쿡쿡 찔리는 와중에 큰맘 먹고 일폰펜을 구입하고 말았다.



03 몰스킨 클래식 노트, 나의 몰스킨


어릴적 노트 가격에 놀라 덜덜 떨리는 손으로 처음 구매하여 두손에 꼬옥 쥐고 기쁜 마음으로 광화문 교보문고를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던 순간을 또렷히 기억한다. 그렇게 20권이상 빼곡히 가득 적힌 메모들과 일상은 내 보물 0호가 되었다.  몰스킨만큼 필기하는 순간이 오롯이 몰입되는 노트를 찾기 힘들다. 노트라는 것이 소모품이다보니 재질과 그램수 제본 방식은 천차만별, 배려없이 매우 거칠게 묶인 것부터 펼쳤을 때와 필기하는 사각소리의 스치움과 번짐까지 무수한 고민이 담긴 노트가 있다.


거슬림없이 필기 할 수 있는 노트를 찾기까지의 방황과 지출을 생각해보면, 몰스킨의 가격은 비싸다고만 할수 없다. 좋은 것을 구매하여 마지막 종이까지 그 쓰임새를 다 쓰는 것이 또 하나의 절약이라고 본다. 가격이 싸 너무 쉽게 구매를 결정하고 그 쓰임을 다하지 못한 채, 정리의 이름으로 버려지는 무수한 쓰레기를 생각하면 그것처럼 지구를 망치는 사치는 없다고 다짐한다. 욕심내어 다먹지 못한 음식을 버릴 때의 죄책감 이상으로 다쓰지 않은 종이를 버리는 때가 가장 죄스럽다.



진 says


01 빈토리오 와인에어레이터


와인은 늘 관심의 대상이기는 했지만 즐기기는 어려웠다.  어떤 와인을 골라야 할지 어렵고, 약간만 마셔도 숙취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와인에 대한 생각을 바꾼 두 번의 경험이 있다.


첫번째는 포르투갈에서 포트와인을 마셨을 때이다.


프랑스 와인이든 칠레 와인이든 그 맛이 항상 똑같이 느껴졌고 단 한번도 "맛있다"라고 느낀적이 없었다. 그런데 포트와인은 마시는 순간 "너무 맛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와인이었다. 그 맛은 묵직하고 깊고 진하다. 그리고 일단 가격이 1만원대로 매우 저렴하다. 포르투갈에서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어서 와인을 마실 기회가 있으면 항상 포트와인이 있는지 묻는데, 일반 레스토랑이나 마트에서 잘 구비해두진 않는다. 마침 오늘 이마트에서 와인장터가 열려 들렀더니 포트와인이 딱 한병 남아있길래 당장 집어왔다. 이 글을 쓰고 나면 한잔 마시고 자려고 한다.


와인에 대한 생각을 바꾼 두번째 경험은 와인에어레이터를 샀을 때이다.


이건 웬만한 와인은 다 맛있게 만들어준다. 디켄팅을 단시간에 매우 손쉽게 해주는 도구인데, 병에 끼워 따르면 산소 접촉면을 넓히면서 단시간에 와인을 디켄팅을 해준다. 요즘 드라마 부부의 세계 덕에 와인 소비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 (부부의 세계에서 김희애가 밤마다 와인을 마신다) 나도 드라마 덕에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에어레이터 덕에 이제 와인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까베르네쇼비뇽인지 피노누아인지, 이런건 여전히 모른다. 하지만 에어레이터만 있으면 너무 맛있다.



02 perugino  스니커즈


니트소재로 된 스니커즈다. 스니커즈니 어떤 옷에나 잘 어울리고, 니트소재라 착화감이 정말 편하다. 니트 소재로 된 삭스슈즈의 경우 신고 벗기 불편한 경우가 많은데 이건 신고 벗기도 편하다. 편하다, 정말 편하다.


(가끔 이제품을 찾는 분이 계신거 같아 덧붙이면, 이 운동화는 '더일마'라는 편집숍에서 5만원대의 가격에 구입했습니다)



03 벨르 바디핏


셀룰라이트 제거 크림이다. 요즘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다이어트. 어느새 1키로씩 불어난 살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결혼전보다 10키로가 불었다. 그리고 덜먹으면 유지, 조금 배부르게 먹었다 싶은 날은 체중이 또 늘어 버린다.


다급한 마음에 숀리바이크를 샀고,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운동하고 있다. 그리고 샤워 후 꼬박꼬박 벨르바디핏을 바르고 마사지를 해준다. 마사지는 주먹을 쥐고 뾰족 튀어나온 부분으로 살을 문지르는 방식으로 하는데 제법 시원하고 붓기도 빠지는 느낌이다. 벨르 바디핏을 바르고 마사지를 하면 일단 향이 좋고, 청량감 덕에 기분이 좋아진다. 제품 후기를 보니 어떤 사람은 너무 많이 바르면 잘 때 춥다고도 하더라.


셀룰라이트 크림이 뭐 별거 있겠나 싶어 한통만 주문했다가, 며칠뒤 바로 두통을 더 주문했다. 그만큼 만족스러운 제품이다. 셀룰라이트가 진짜 제거 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마사지를 열심히 해서 그런지 쌓인 살들이 조금은 정리가 되는 기분이고, 게을러서 바디로션을 잘 안발랐는데 바디로션 역할을 해주다 보니 여름에 밖으로 드러나는 살들이 촉촉하게 관리되는게 좋다.



문 says


01 중고 스토케 트립트랩


옛날 엄마들은 새끼들 입히고 먹이는데는 돈이 안아깝다는데 난 왜 그게 참 아까운지; 길게 몇번 쓰지도 못하는데 성인 제품에 비해 많이 비싸기도하고 (이해는 된다, 아기가 쓰는거니 더 견고하고 더 좋은 재료로 만들어야하기도 하고 각종 인증비용들도 많이 들어갔을테니 당연히 비싸질수밖에) 그래서 육아용품은 닥당근.


최근에 아기가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아기의자가 필요해졌다.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는 스토케 트립트랩. 사이즈 조절이 되서 아기때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서 까지 쓸수 있다는 둥, 거기서 먹으면 아기 식사 자세가 좋다는 둥.. 온갖 마케팅 단어에 현혹돼서 너무너무 사고 싶은데 의자에 아기 가드에 머에 등등하면 40만원이 훌쩍 넘어버리더라고. (도둑놈들)


그래서 무슨 애기 식탁의자를 그렇게까지 주고 사냐 싶어 그냥 당근에서 적당한 거 사서 쓰자 싶었는데 왠걸, 스토케 트립트랩이 5만원에 올라와있는거다. 횡재다싶어 얼릉가서 가져왔다. 그리고 며칠을 당근에서 기다렸다가 아기 가드도 만원에 구했다 (이것도 신품으로 사려면 십만원이 훌쩍 넘는다)


깨끗히 닦아 식탁앞에 세운 그날, 하루종일 왜이렇게 스스로가 뿌듯한지. 40만원을 6만원에 해결했으니 34만원 세이브 된걸로 고기 사먹어야지. 난 부지런한 엄마니 조만간 저 의자를 페일핑크로 셀프페인팅도 해줄 생각이다.   



02 고리아 DIY 미세방충방 만들기 세트


우리 부모님, 작년에 엄마 고향에 집을 지어 낙향하셨다. 농사를 짓긴 하시는데 그건 텃밭수준. 여튼 뒤쪽 테라스에 폴딩도어와 유리 천장을 달고 썬큰가든을 만들었는데 세상에, 모기랑 날벌레 때문에 문을 못열어서 정말 “온실”이 된거다. 서둘러 방충망을 알아봤는데 선큰가든 크기가 커서 방충망 견적만 150만원. 그래서 인터넷으로 방충망 DIY세트를 사서 만들었다. 나는 구매만 하고 만드는건 아빠가. 재료비 38,200원으로 대단히 멋진 방충망을 만들었다. 남은 자투리로 거실 방충망 보수까지. 나의 부지런함과 금손 유전자는 역시 아빠한테 물려받은 것이었다.   



03 브라이텍스 듀얼픽스 360도 회전 카시트


아기엄마들은 알거다. 6개월된 아기를 데리고 혼자 외출하는것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애기 짐은 말할 것도 없고 막히는 서울 길바닥에서 이 아이가 과연 차 안에서 버텨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 등. 그 대단한 일에 용기 한스푼을 추가해 준 아이템이 바로 이 브라이텍스 카시트.


우선 카시트가 360도 회전해서 아기를 태우고 내리는 것이 쉽고 좌석 각도가 조절되서 졸려보인다 싶으면 바로 뒤로 젖혀버리면 꿀잠 예약. 헤드시트도 조절되서 목꺾임이 없다. 게다가 100명 목숨을 구한 카시트라니, 항상 빠듯한 시간에 풀악셀 때려밟는 나같은 엄마에게는 필수템이다.


이 카시트 덕분에 코로나가 한창인 이 시국에도 사리분간 못하는 딸과 남편몰래 잘 돌아다녔다. 딸내미 미안, 엄마도 돈벌어야지. 워킹맘은 힘들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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