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의 질문 Q. 종종 그때 그걸 알았더라면, 혹은 했더라면 이라는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후회가 다를 것 같은데, 20대의 나에게 한가지 조언을 한다면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가?
진 says
20대에는 시간이 참 많았다. 대학생 시절 수업이 없던 날은 자취방에서 뒹굴거리기 일쑤였고, 회사 신입시절엔 일이 없어 멍하게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았다. 나와 친구들의 자극적인 연애사를 제외하고는 세상사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일을 할때의 책임감은 가벼웠고, 어떤 일을 해낸 후의 성취감은 짧았다.
그래서 20살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다. 연애에 기울이는 관심 5할만 덜어 학문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장기간 여행을 떠나보라고, 가장 친한 친구관계에도 관계를 가꾸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라고...그 중 가장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돈을 벌라는 것이다.
| 시간이 돈이다
대학생때는 집에서 꼬박꼬박 용돈을 보내주셔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다음날 MT를 가야하는데 부모님께 대들었다가 용돈을 입금 안해주시는 바람에 대학입학 때 엄마가 해주신 금목걸이를 종로에 갖다 팔 정도였으니, 얼마나 경제관념이 없었는지는 더 길게 이야기 안해도 될 것 같다.
반면 대학때부터 꾸준히 일을 하고, 투자를 한 친구들은 지금 경제적으로 훨씬 앞서나가 있다. 대학생때 모은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일찍부터 경제관념에 눈을 떠서 돈을 만들고 굴리는 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A라는 대학친구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과외를 해서 꾸준히 돈을 모았다. 그리고 내가 N사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해 받은 첫월급으로 적금을 알아보기 시작하던 때에 그친구는 N사의 주식을 샀다. 결과는 어땠을까? 친구는 30살이 되던 즈음에 판교에 집을 장만했다.
물론 열에 아홉은 망한다는 주식투자에서 드물게 잘된 케이스이긴하다. 하지만 그 친구가 주식으로 돈을 다 잃었다 할지라도 경제적으로는 나보다 앞서 나갔을 것이다. 돈에 돈이 붙는 원리를 나보다 훨씬 먼저 깨달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돈이다. 생산활동과 저축과 투자는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게 이득이다. 누군가는 서른에 시작하는 재테크를 20살에 시작한다면 10년동안 버는 수익에 복리의 마법이 더해져 차이는 어마어마하게 벌어진다.
내가 20살로 돌아갈수는 없으니, 내 딸이라도 잘됐으면해서 성인이 되면 집에서 방출할 예정이다. (딸, 잘가)
윤 says
20대는 이유없이 불안하고, 어떤 장르든 영화의 한장면처럼 극적이게 폼나고 싶었다. 몸은 현실에 있었지만 머리는 늘 한발 앞서 상상하고 고민하고 계획하는데 썼다. 마음은 막연히 불안했고 현실이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아 조바심이 났다. 현재를 ‘미래의 더 나은 행복을 위해서’ 애쓰며 견디고 인내하지 말기를. 행복도 습관이라 매일 틈틈이 맛본 사람이 제대로 잘 즐기더라.
| 그 시절에 발을 붙이고 온전히 멋대로 사는 것
가장 후회되는 것은 나이에 안맞게 책임감있고 의젓하려고 노력했던 모든 시간, 늘 나보다 남을 위해 시간을 많이 쓴 것이다. 나를 위해 남몰래 감춰둔 무대를 향한 뜨거운 열망을 퇴근 후 탭댄스, 스윙댄스, 방송댄스로 풀었다.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나에게 더 집중하고, 쓸데없이 남눈치 안보고, 뜨겁게 춤추고, 내 욕망을 드러내며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베프 Q언니를 볼때면 아름다워서 멍해질때가 많았다. 살아있다는 생동감, 튀어오르듯 탄력있는 초원 위의 날짐승 같았다. 진짜 같았다.
반면 나는 너무 예의 차리고 매너 챙기는 배려많은 슴슴한 직장인 같았다. 도드라지지 않도록 나대지 않기 위해 노력하다가 차츰 옅어져 빛을 꺼뜨린 것만 같았다.
이제는 안다. 조금 튀어도 본인이 눈치 안보고 한결같을 수 있다면 어느결에 본인의 개성으로 자리잡아 타인도 적응한다는 것을. 하나만 하자! 눈치 보면서 하는 둥 마는 둥하며 시간 낭비 하지 말기를-나다움을 드러내는 것이 안전한 환경에 놓일 수 있도록- 나와 결이 같고 합이 맞아 나를 지지해주는 동료를 찾는 것 그리고 되어주는 것. 살아가는 가장 큰 힘이고 자산이 되어 줄 것이다.
문 says
| 세상 좁다 바르고 떳떳하게 살자
세상이 진짜 좁다라고 느낀적이 정말 많다. 아는사람의 누가 머 어쨌더라 이런거도 물론 있지만, 알고보니 그 사람이 누구랑 무슨 사이더라 인적도 많았다.
이직해서 첫출근을 했는데 뒷자리에 앉은 팀장님이 알고보니 남편 옛 동료의 남동생이라든지, 대학교 동아리 선배 언니랑 사촌동생이 같은 회사 팀원이라든지... 만날일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끼리 만나는 일이 생기는 걸 보며 “세상은 정말 좁구나”를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누구를 상처준다든지 손해를 입히는 짓은 의도적으로 하지 않고 내가 약간 손해를 입거나 불편을 겪는 편이 당장은 억울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낫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실천하는 편이다.
실례로, 예전 회사에서 안하무인 팀원에게 열이 끝까지 받은 팀장님이 (그 팀장님은 대체로 온화하셨던 분이셨다) “내가 너 잘되게는 못해도 너 망하게는 할수 있다” 라며 결국 그 팀원의 이직길을 죄다 막아버린적이 있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팀장님의 인맥인지... 그 팀원의 레퍼런스 체크가 모두 팀장님의 입김이 닿는 곳으로 들어가 번번히 레퍼런스 체크에서 떨어져 결국 원하는 곳으로 이직도 못하고 전배도 못가고 그 팀원은 결국 퇴사하게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진짜 나쁜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이 너무 괴롭혀요. 그래서 어쩔수 없이 나쁘게 헤어져야해요”라고 한다면?
그건 운by운이기도 한데, 내가 본 대부분의 나쁜 사람들은 어차피 주위 평판도 나쁘기 때문에 남을 망하게 할정도의 신뢰도를 가지고 있진 않다. 되려 그 사람에게 당했던 사람들이 똘똘 뭉치는 경우도 있고. 하지만 정말 나한테만 나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착한 소시오패스 같은 사람이라면...? 그건 나도 모르겠다. 아직 만나보지 못해서. 우선 그럴때 도망치는게 우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