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봐도 기분 좋아지는 색이 존재하지만 나의 미묘한 심리와 감정, 열망에 따라 꽂히는 색상이 조금씩 변화한다. 매일 아침 8시, 8년의 요가로 접하게 된 챠크라 컬러와 컬러 테러피를 통해 오묘한 컬러의 깊은 속내를 언뜻 엿본 적이 있다. 국가 구성원이 하나 되어 열망하는 지향점에 따라 개발도상국, 선진국 국가 컬러도 변화한다. 2002년 한국의 모두가 레드에 열광했듯이,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둔 팀이 꽂히는 컬러가 같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요즘 공식적으로 강렬한 컬러에 꽂히는 중이다. 뜨거운 코발트블루와 형광색에 끌리고, 비비드 한 컬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와는 별도로 개인적으로 꽂힌 비공식 컬러가 있는데... 빛바랜 살구색, 회 블루, 연한 레몬, 얇은 그린, 은은한 회베이지 색이다. 역사와 시간이 깃든 유럽을 닮은 컬러, 그리움을 닮은 나만의 시크릿 컬러이다.
진 says
| 노란색을 좋아한 초등학생
초등학생 때 앞집에 살던 아주머니네와 같이 백화점에 쇼핑을 간적이 있다. 당시 장면이 또렷이 기억나는데, 엄마가 U2라는 브랜드에서 누빔조끼를 골라주셨고, 조끼를 입은 모습을 보고는 앞집 아주머니가 "ㅇㅇ아~ 노란색이 너무 잘 어울리네"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들은 이후로 10여년간 노란색은 내 최애 컬러였다. 취향이라는걸 갖기엔 아직 어려서였을까, 그때는 그 말이 그대로 내 기준이 되어버렸다. 노란색 옷, 노란색 커튼... 나에게 선택권이 주어지면 무조건 노란색을 골랐다.
| 시골에서 상경한 대학생의 주황
대학생 때 가장 좋아한 컬러는 주황색이었다. 주황색 중에서도 촌스럽지 않은 주황색. 주황색이란 색깔이 신기하게도 잘못 배합하면 굉장히 촌스러운데, 잘 쓰면 센스가 돋보이는 색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기준에 잘 배합된 주황색을 보면 필통이든 가방이든 블라우스든, 필요에 상관없이 사들이곤 했다. 이 글을 쓰면서 촌스럽지 않은 주황에 대한 선호가 어쩌면 시골에서 왔다는 컴플렉스의 반영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본다. 시골에서 왔지만 난 촌스럽지 않아라고 색으로 말하고 싶었던 건지도.. (당시에 친구들 사이에서 사투리를 쓰는 것도 낯설고 부끄러워 서울살이를 시작한지 몇달만에 말투를 고쳤으니 그럴만도 하다)
| 이제는 색 자체가 아닌 색의 '조합'에 대한 선호
지금은 특정 색상에 대한 선호는 없어졌다. 다만, 어떤 색과 같이 놓이느냐에 따라 선호가 갈린다. 노란색과 주황색이 나란히 쓰이는건 싫지만, 깨끗하고 밝은 회색에 레몬 컬러가 덧대어 진건 너무 좋다. 검정색과 채도 높은 빨강색이 나란히 놓이는건 싫지만 검정색에 포인트로 핫핑크가 놓여진건 좋다.
색상에 대한 선호가 바뀌어 온 과정을 돌이켜 보면 주어진 한가지 색상만을 좇던 단계에서 능동적으로 다양한 색상을 소화하는 단계로 취향이 나름의 발전을 해온게 아닌가 싶다. 나라는 사람의 취향이 나도 모르는 사이 발전해왔다면, 60대가 되었을 때 색상에 대한 취향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해 진다.
문 says
예전에는 원색을 그리 선호하지 않았는데, 애기 옷을 고르다보니 참 원색이 예쁘다. 특히 노랑색.
해바라기꽃잎색 있잖아, 그 샛노란색이 요즘 얼마나 땡기는지.
얼마전에 아가랑 동대문에 갔을때 딱 요 색 배합으로 하늘색&노란색 스트라이프 패턴 원단이 있는데 그걸로 우리 둘이 원피스를 만들어 입으면 예쁘겠다라고 생각했다가 올해 설에 로쇼쿄 설빔 배자 만들어준다고 배넷저고리로 쓰레기를 만든 기억이 있어 5초만에 포기.
하지만 현실은 조금이라도 날씬해보일까 블랙만 챙겨입는 (남이 볼때만) 블랙성애자이다. 내 남은 인생에 충분히 날씬할 날이 올일이 이제 없겠다싶어서 (너무 이른 포기인가...) 난 앞으로도 쭈욱 블랙성애자로 살아야할 판이다. (왜 나에게 뚱뚱이 DNA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