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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clara Aug 10. 2020

퇴사과정에서 배운 것

퇴사하겠습니다 part3.

2주가 넘는 숙려기간이 있었고, 결국 나는 퇴사를 선택했다.


결론을 내리기까지 나한테 던진 질문은 2가지였다.


1) 10년후에 내가 가지고 싶은게 100억인가 자립인가.
2) 지금 하는 일이 향후 10년간 헌신하고 싶은 일인가


1번에 대한 답은 웃프게도 '자립'이었고(젠장...), 2번에 대한 답은 '아니오' 였다.

그래서 다시 한번 퇴사를 선언했다.


퇴사면담을 하고 회의실에서 나오는데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곡소리 내면서 울고 싶었다. 이보다 더 좋을수 없는 조건을 버리고 굳이 고생길을 가려는 내 스스로가 원망스러워서. 그리고 스타트업에서는 멤버 한명 한명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의미를 알기 때문에, 남은 팀멤버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오후에는 앞으로 업무를 인수인계를 받을 분과 차를 마셨다. 나보다 업력도 많고 조직장 경험도 많은 분이라 여러가지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한다. 


내가 퇴사한다는 것을 팀에 공개하고 나면 다들 각자 2가지 생각을 떠올릴 것이라고 했다. 한가지는 '내가 이사람에게 뭘 잘못했나'이고, 다른 한가지는 '내가 타고 있는 로켓에 뭔가 문제가 있나'라는 것. 사람은 누구나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실제로 왜 떠나는가에는 다들 별로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것도.



| 떠나는 사람은 해결해줄 수 없는 문제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두가지 문제를 떠나는 사람이 해결할 수도, 해결하려고 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이전에 일했던 스타트업을 떠날 때는 마무리가 아름답지 못했다. 좋게 마무리하려고 최선을 다한다는게 역효과를 불러왔다. 떠나면서 나를 따르던 팀원들의 모티베이션이 꺾일까 너무 걱정되었고, 내가 떠난후에도 흔들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팀원들에게 열심히 회사의 잠재력에 대해 이야기 했다. 하지만 돌아온 피드백은 남은 사람들 마음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흔들지 말라는 경고였다.


그때의 아픈 기억 때문에 이번 퇴사는 나에게 또한번의 숙제였다. 어떻게 마무리를 잘 할 수 있을 것인가. 남은 사람들에게 뭐라고 말해야할까. 그런데 그건 나의 역할도 아니고 해서도 안된다는 조언을 들었다. 그건 대표와 시니어들의 역할이고, 나가는 사람이 나였든 다른 사람이었든 똑같이 조직이 고민하고 해결해나가야할 문제라고 말이다. 나갈 때는 '인수인계 단 하나'만 깔끔하게 하고 드라이하게 떠나는게 맞는거라고.


아직도 이전회사 팀원들과 가끔 연락을 주고 받는다. 회사에 힘든 일은 없는지 묻는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으면 내가 더 분노하고 해결하려 든다. 그런데 오늘 이 조언을 듣고 이제야 이전 직장과도 이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남은 사람들의 몫이지 내가 나설일이 아니라는 것... 연애에 비유하자면 헤어진 남자(여자)친구가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격이니 연애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황당하고 우스울까.  


오늘 나는 현재 회사에 이별을 고했고, 이전 회사와도 진짜 이별을 하게됐다.



| 삼성전자 주식 안산건 잠깐의 후회지만, 가지 않은 길은 오랜 후회로 남는다.


내가 떠난뒤에 회사가 너무 잘 되면 후회하지 않을까 그것 역시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건 내가 그때 삼성전자 주식을 샀어야하는데 류의 고민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주식을 사지 않은건 잠깐의 후회로 남지만, 그때 용기내서 가지 못한길은 결과가 어찌됐든 두고두고 미련으로 남는다고 했다.


앞으로 20년 후에는 당신이 했던 일들보다 하지 않았던 일들을 더 후회할 것이다. 그러니 배를 묶어둔 밧줄을 풀어라. 안전한 항구를 떠나라. 무역풍을 타고 항해하라. 탐험하라. 꿈꾸라. 발견하라

- 마크 트웨인 (Mark Twain) 





몇년후 나와같은 고민을 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용기내서 지르는게 후회하지 않는 길이라고 말해줄 수 있었으면 한다. 이제 온전히 자유의 무게를 느낄 시간.


오늘의 BGM은 GOD 의 <길>

https://youtu.be/YS10Cdaz2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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