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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clara Aug 17. 2020

뭐할거냐고 묻지 마세요

| 요 며칠 꽤나 예민했다


내 예민함의 바로미터는 아이의 징징거림을 얼마나 받아줄수 있느냐이다. 평소에는 아이가 아무리 떼를써도 너그러운편이었던 나인데, 요며칠은 아이에게 욱하는 마음이 드는 날이 많았다.


왜 마음의 여유가 없어졌을까...


퇴사를 하고 창업을 하겠다고 했다. 부모님을 비롯해 지지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애초에 지지를 기대하지 않았으니 그건 괜찮다. 그런데 "뭘 할거냐"는 질문을 계속해서 받는건 꽤나 마음이 힘들었나보다.



| 아직 '목표'를 정하지 못했다.


'스타트업'이 문제를 정의하고 해답을 찾으면서 스케일업(scale-up)해나가는 과정이라면, 나는 아직 문제를 정의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책만 본다고 문제가 떠오를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일단 작은 시행착오부터 겪기 위해 알리바바를 통해 2개 제품을 천개씩 사입해왔고, 쇼핑몰을 열었고,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연휴가 끝나면 라이브하기 위해 퍼포먼스 광고도 셋팅해뒀다. 이번주부터는 동대문시장에도 짬짬이 다닐 예정이다.



| 짧은 시간에도 쉼없이 배웠다.


일련의 과정을 준비하면서 중국에서 사입해온 물건을 파는 것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걸 알았다. 누구나 셀러로 참여가능한 시장이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고 가격경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사입이기 때문에 생산비를 절감하기 어렵고, 기본적으로 물류비와 관세는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 비용을 더 낮출수는 없다. 그러면 결국 판매자의 마진을 포기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래서 돈을 벌려면 2가지 방향이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B2B(Business to Business)다. 개인사업자만 내면 누구나 쇼핑몰에서 상품을 팔수가 있고, 1인 미디어(예.인스타그램, 틱톡)를 통해 홍보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소비자는 늘지 않아도 소매셀러는 앞으로 계속 많아질 것이다. 따라서 이들 소매상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서비스가 가능성이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신상마켓이나 도매꾹 같은 서비스가 일례가 되겠다.


둘째는 브랜드 구축이다. 사입은 동일한 물건을 여러 셀러가 판매하기 때문에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 단순 가격비교를 피하려면 자체 브랜드와 자체 상품을 구축해야 한다.


전자의 경우 플랫폼 개발을 위해 디자인&개발 인력이 필수적으로 필요한데 당장 동업 가능한 개발인력이 없어 후자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 그리고 염두해두고 있는 카테고리를 계속 탐색하는 중이다.


이런 일련의 고민을 "뭘 할거냐?"라는 질문에 한마디로 대답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질문을 던진 사람들 앞에선 무작정 퇴사부터 지르고 보는 무모한 사람이 돼있었다. (또르르...)



| 패자에겐 목표가, 승자에겐 체계가 있다


<타이탄의 도구들>이라는 책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1등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첫번째 방법은 목표 달성이 아니라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예를들어 글을 쓰는 작가가 되겠다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그가 가장 먼저 해야할일은 무엇일까? 단기적인 목표를 버리는 것이다. 출판사 투고나 신문사의 연재 지면을 얻는 것을 염두해두고 글쓰기를 시작하면 백발백중 실패한다.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연습하는 것이다.

스콧의 말을 들어보자. "내가 블로그에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모두 내게 '목표가 뭐냐?' 고 물었다. 나는 목표 때문이 아니라 '체계'때문이라고 말했지만 모두가 그냥 웃기만 했다. 별 신통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신통치 않으니까 지독하게 연습해 체계를 세우려고 블로그를 시작한 것이다. "

(중략) 그에게 블로그란 일종의 R&D같은 공간이었다. 그는 다양한 주제를 다양한 목소리와 각도에서 다루는 연습을 했다. 점점 늘어나는 그의 블로그 방문자들은 유머러스한 목소리, 화난목소리, 사려깊은 목소리, 분석적인 목소리, 반쯤 미친 목소리, 공격적인 목소리 등등이 언제 어떻게 활용돼야 효과를 발휘할지 탁월하게 알려주었다.


그렇다. 나는 아직 체계를 세우는 중이다. 10년을 헌신하고 싶은 문제를 단번에 찾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조용하고 성실하게 부지런히 가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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