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유치원 Q&A ] 이제 2주 차, 아이가 울어요

그분이 오셨다!

by 환한

2주 차,

첫째 주에 보지 못했던 아이들의 진짜 모습을 조금씩 볼 수 있게 되는 때입니다.


잔뜩 긴장한 채로 새로운 선생님, 원, 그리고 친구들을 탐색하다가 조금씩,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시기이죠. 이제는 선생님 이름이 뭔지, 어느 반으로 가는지, 교실에 들어서면 어디에 재킷을 놓아야 하는지, 내 가방과 색연필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요 (7세). 아니, 적어도 자신이 배울 책이 어디에 놓아져 있는지 알 수 있는 정도가 되겠죠 (6세)?


저희 반 친구들도 이제 간단한 몇 가지를 배우고 활발하게 원에 적응 중이랍니다. 오늘은 대망의 첫 번 째 스펠링 테스트를 보았어요. 겨우 beginning sound a, b, c를 받아 적은 것뿐이지만, 한 주 동안 열심히 공부해온 것이니만큼 성취도는 어려운 시험 못지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수업 이틀 째인 3월 5일부터 아이들이 원에서 생활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조금씩, 매일, 반복적으로 알려주었어요. 첫 번째는 Bathroom과 Water의 사용이에요. 다른 것 보다 수업 중에 화장실을 가고 싶을 때, 말을 할 수 없으면 큰일이잖아요. 지금까지 지켜본 바 아이들이 제일 먼저 배우고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어휘에는 순서가 있었어요. Bathroom -> Water -> Pencil -> Eraser -> Homework & Bag -> 그리고 제가 점심 지도를 했을 때에는 "rice more please!"까지. 대부분 본인이 생활할 때 필수적인 부분을 먼저 배우고, 나머지가 따라오더라고요. 우리도 외국에 나가면 똑같듯이요. 이렇게 선생님들에게 자신의 필요를 조금씩, 조금씩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점차 원 생활에 적응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모든 친구들이 다들 행복하게 수업 시간에 공부하고 놀이 시간에 놀고 하면 좋겠지만, 사실 이렇게 행복한 순간만 있지는 않아요. 아이들을 적응시키기까지, 사실 적잖은 노력과 밀당이 소요됩니다. 보통 제가 가르쳤던 친구들은 3월에 이런 반응을 많이 보였어요. 우선 7세부터 말씀드리면


1) 1시간에 화장실만 10번!


나중에 적응이 되면 다른 이야기지만, 화장실을 한 번 가면 물을 엄청 많이 들이마시지 않은 이상 1시간에 1번 이상 화장실을 갈 일이 없어요. 보통 수업 시간 전에 화장실을 데려가고, 선생님이 바뀔 때마다 아이들이 화장실 갈 시간을 충분히 주기 때문이죠. 하지만 학기 초의 경우, 5분에 한 번, 10분에 한 번 화장실을 가겠다고 이야기할 때가 있어요. 첫 한 두 번은 진짜 화장실을 가고 싶을 수가 있지만, 사실 세 번 이상 반복되면 아닐 가능성이 99퍼센트. 소통을 할 수 없는 답답함을 교실에서 나와 한 번 휙 돌고 들어 감으로써 해소시키는 친구들이 종종 있습니다.


=> 이때, 저희 원은 원장님이 많이 도와주세요. 아이들이 결국 찾아가는 건 한국어가 가능한 원장님이거든요. 몇 마디 받아주고 들어가서 공부하라고 하면 또 얌전히 돌아와 공부합니다. 보통 아는 단어가 많아지고 수업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하면 교실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요. 사실 3월 말, 4월쯤이 되면 "응~ 조금 이따 5분 지나면 수업 끝나니까, 그때 화장실 가자~" 하면 보통 "네~"합니다. 대부분 이런 반응을 보이는 친구들은 제 학생들의 경우 정말 말하기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아서, 학기 말이 되면 영어로 폭풍 수다를 떠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2) 엉엉엉. 엄마 보고 싶어요 ㅠㅠㅠㅠㅠ


두 번째 유형은 7세보다도 6세 아이들 반에서 더 많이 봤던 유형이에요. 꼭 한 두 명은 원에서 울던 집에서 울던 해서 선생님과 학부모님의 속을 태우는 친구들이 있곤 했습니다. 같은 울음이라도 여러 갈래로 나눠지는데요.


2-1. 등원 거부형

첫 번째는 등원 거부형이에요. 온몸으로 저항하고 절대 원에 못 간다고 바닥에 주저앉아서, 처음 봤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를 싸맸던 유형이에요. 하지만 일단 부모님과 떨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울음을 그치고 옆에 앉은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곤 해서 방금까지 바닥에 누워 있던 아이가 맞나 싶을 때가 있어요. 물론 아이의 성격마다 다르겠지만 이 때는 선생님과 학부모님이 한 팀이 되어야 해요. 울고 붙잡는 아이를 뒤로한 채 냉정하게 가시거나, 등원 버스에 번쩍 들어 태워 주시거나 하면 돼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친구들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 되어 주거든요.


2-2. 오매불망 엄마 찾기 형

보통 어머니를 찾는 경우 아이들이 원에서 많이 울어요. 옆에서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아무리 달래 주어도 적어도 2주에서 한 달은 엉엉 울고, 또 울어서 가슴이 아픈 유형입니다.


어느 해에는 원장님 붙들고, 외국인 선생님 붙들고 전화를 해 달라고 해서, 전화를 해 주었다가 더 힘들어졌을 때도 있었어요. 엄마 목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약해지고 더 슬퍼지잖아요 ㅠㅠ. 원에서 전화를 해서 하소연을 하면, 아이들이 차라리 친구들에게 기댈 수 있도록 응원과 함께 끊어주시는 게 빠른 적응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비슷한 예로, 절대 안 떨어지려고 해서 부모님께서 한 달가량 원에서 계속 남아 아이들 옆에 계신 경우도 있었는데... 이 때는 정말 힘들었던 게, 잘하고 있던 아이들도 엄마를 찾고... 아이도 선생님의 말을 듣거나 원의 규칙에 따르거나, 친구들을 사귀는 대신, 수업만 끝나면 엄마에게 가서 안기느라 수업 분위기도 좀 어수선해지고, 아이 적응 기간도 더더더 길어지는 악 효과를 낳았었어요.


2-3 유치원 가기 싫어요 ㅠㅠ 집에서 하염없이 울어요.


오늘 갑자기 이 포스팅을 써야지 싶었던 이유 중에 하나예요. 이제까지 곧잘 했는데 영어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운다는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어서요. 이런 친구들도 매 해 하나 둘씩은 꼭 있어서, 선생님 입장에서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어요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아이들이 한순간에 모든 수업을 영어로 듣게 되는 건, 물론 고등학교 수업처럼, 입시 준비처럼 엄청나게 인텐시브 한 수업이 아닌 단순한 알파벳을 배운다고 하더라도, 색칠하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숫자 연결을 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갑자기 하나, 둘, 셋 세다가 원, 투, 쓰리를 하려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더 쉬운 언어를 뒤로한 채 미지의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거잖아요.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친구들은 아무리 하루의 반을 유치원에서 보낸다고 하더라도 사실 제2외국어로써 영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잖아요. 일상생활에서 받쳐주지 않으니 당연히 힘든 부분입니다.


그래서 3월 한 달, 스스로가 영어 유치원에서 즐거움을 찾기 전까지, 영어 유치원 오는 게 싫고, 재미없고, 힘들 수 있습니다. 집에서 엉엉 울고, 숙제도 힘들고, 짜증 날 수 있습니다. 절친한 친구가 생겨서 친구랑 노는 게 너무 좋다거나, 영어로 노래 부르는 시간이 너무 좋다거나, 금요일에 선생님이랑 만들기 하는 시간이 좋다거나,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그 어떤 것이 생기기 전까지는 너무나도 힘든 하루하루가 될 수 있어요. 다른 이유는 필요 없습니다. 진짜 영어가 어려워서 일 수도 있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다 말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답답함에서 울 수도 있고,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생 전 처음 들어보는 말을 하는 게 정말 말 그대로 overwhelming 할 수도 있습니다. 이유는 어려 개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힘들다는 거겠지요?


이때 학부모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많이 다독여주시고, 칭찬해 주시고, 웃어주시고, 응원해주세요. 알파벳도 모르는 친구들을 가르치게 되는 3월, 선생님들의 모습은 안 봐도 눈에 선합니다. 아주 작은 것에도 칭찬, 칭찬, 칭찬, 칭찬. 자신감을 붙여줘야 하거든요.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줘야 하거든요. 영어 같은 거 하나도 어렵지 않다, 지루하지 않다, 재미있다는 걸 알려줘야 하거든요. 적어도 좀 생각해야 하고 어려운 것은 읽을 수 있을 정도가 되어서야 시작할 수 있으니까 흥미를 잡는 게 최우선 순위입니다. 적어도 영어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저에게는 그래요. 학습적인 부분에서 원에서 생활하는 부분에서, 단순히 컵에 물을 따라 잘 마셔주기만 해도, 숙제 책을 잘 가져다 주기만 해도 two thumbs up! 빵빵하게 쏴 주고, 하이파이브하는 건 선생님이 할 수 있는 일인데, 사실 하원하고 이후의 상황은 저희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이때, 아이와 대화를 많이 나눠 주시고, 특히나 힘든 부분이 무언지 선생님과 소통해주시고, 알려주시고, 이야기해주시면 적극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는 무언가가 생깁니다. 차라리 수업시간에 눈도 안 마주치고, 딴청 피우고 하는 친구들은 아 어렵구나, 또는 문제가 있구나 가늠이라도 하는데, 수업 시간에 잘하면서 집에 가서 서럽게 운다고 하면... 학부모님들께서 피드백을 주시지 않으면 선생님이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들도 할 수 없게 되니까요.




2주 차, 긴장의 끈을 살짝 놓고, 차차 서로를 보기 시작하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시간입니다. 끊임없는 격려와 소통이 더 빨리, 더 잘 적응할 수 있게 해 주리라 생각합니다.


See you soo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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