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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MAMBA Apr 11. 2022

모두 그렇게 꼰대가 된다

이제 겨우 스물다섯, 자꾸만 라테를 찾는 자신을 마주하다

"나 한 입만!" "잠깐, 너 무슨 형이야?"


MBTI가 대한민국을 강타(?) 하기 전 우리에게는 '혈액형'이 있었다. A형은 성격이 어떻고, B형은 누구랑 궁합이 잘 맞는지. 때로는 혈액형을 맞춰보라면서 퀴즈를 내기도 했다. '나 무슨 형 같아 보이는데?' 하고 (TMI지만 나의 혈액형을 단번에 맞추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만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아니었을까). 


2020년대에 들어 겨우 4가지에 불과하던 사람을 나누는 '기준'이 열여섯 가지로 늘었다. 겨우 네 가지에서 열여섯 가지로 그 분류가 늘었으니, 세상 사람들을 이해하는 기준이 늘어난 데에 대해서 좋다고 해야 할지, 감사하다고 해야 할지. 


혈액형이나 MBTI처럼 흔하게 사람을 나누는 또 다른 단어를 고르자면 그것은 바로 '꼰대'가 아닐까. 혈액형이나 MBTI가 동년배 사이에 '셩격'이나 '성향'으로 사람을 나눈다면, '꼰대'는 바로 MZ세대와 기성세대를 세대 구별의 기준이 아닐까. 


https://www.youtube.com/watch?v=ysuKPA_o_G4&list=WL&index=2&t=573s


얼마 전 큰 화제가 된 드라마, '스물다섯스물하나'에서 승완과 희도가 떡볶이를 먹는 장면에서 이진이 꼰대인지 아닌지를 묻는 장면이 나온다. 절대 '꼰대'성격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사실 이진은 승완이 방송부 후배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앉아있는 자세부터 달라지는 젊은 꼰대다. 


예능 버라이어티 '일박이일'에서는 문세윤과 딘딘이 OB와 YB 중에서 제일가는 '꼰대'로 꼽힌다. 가장 맏형인 연정훈보다 어린 문세윤과, 아직 '기성세대'라고 부르기에는 한참 어린 딘딘이 꼰대라니. 그렇다면 MZ세대와 기성세대가 갈리는 이유가 '나이'가 아니었던 것일까?


사실 꼰대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턱걸이로 Z세대에 걸쳐있는 20대 후반을 바라보는, 기성세대는 커녕 밀레니얼 세대도 먼 얘기만 같은 나도 벌써 여러 번, 꼰대였고, 꼰대 일 것이고, 꼰대 짓을 할 예정이다. 


대학교 4학년인 내가 1학년 입학생들을 만났을 때


처음 꼰대가 된 건 대학교 4학년 때. 나는 이미 거쳐온 단계의 문을 이제 막 넘어온 신입생들에게 무언가 조언이란 걸 할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되면서였다. 교양과목은 어떤 것을 들어야 좋을지, 어떤 교수님이 점수를 잘 주시는지, 감히 말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래도 이때는 같은 전공생들이 없어서 그나마 라떼 대신 아메리카노 정도를 마셨을까.


갓 졸업한 석사생이 갓 입학한 석사생을 만났을 때


내가 석사 졸업 논문을 쓰는 과정이 얼마나 험난했는지 아는가. 적어도 '라떼는' 그랬다. 예심이나 본심은 당연히 그렇다고 쳐도, 지도교수 선정원 하나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하고자 하는 연구 분야와 관련 없이 학교 내의 정교수만이 지도교수가 될 수 있었기에, 전공 수업을 진행해주시는 겸임교수에게도 선뜻 도움을 청할 수 없었더랬다. '라떼는' 


그렇게 2년 반이 흘렀고, 대학원장님도 바뀌고, 논문 쓰는 과정도 바뀌었을 때, 갓 졸업한 졸업생의 신분으로 '논문을 썼던 경험'을 나누기 위해 다시 학교를 찾았다. 겸임교수도 논문지도를 할 수 있게 되고, 비 논문 트랙으로 졸업하라던 학교 분위기도 논문 관련 행사를 열어 줄 정도로 바뀌었을 때. 그래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논문에 도전할 수 있게 되고, 그에 따른 면학 분위기가 만들어졌을 때. 


샷 하나 정도가 추가된 연한 라떼를 마시고야 말았다. 


4년 차 선생이 이제 갓 입사한 신입을 만났을 때. 


2016년 입사 이래로 2019년까지 장장 3년 동안 막내 생활을 하면서 나의 위치는 따지자면 지시를 받는 쪽이었고, 다소 수동적인 위치였다. 회사에 있는 모두가 나의 선배님이었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도긴개긴 한 사람들끼리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하기보다 그저 질문하면 그만이었고, 문제가 생겨도 그저 손만 뻗으면 되었다. 1년 차인 나에게 4년 차의 동료는, 20년 차의 부장님은 마치 닿을 수 없는 하늘과 같은 느낌이었다. 아이들의 한마디에도 널을 뛰는 나의 마음과 달리 언제나 여유로워 보이는 동료들을 보면서, 와, 나는 언제쯤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게 4년 차로 접어드는 2019년, 난생처음으로 갓 대학을 졸업한 또래의 뉴비가 들어왔다. 나는 기존의 것을 고수하기보다는 항상 색다른 것을 찾는 선생님이 되어야지 했던 다짐이 조금 바라고, 기존의 방식에 젖어 새로운 물결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던 무렵이었다. 


교안, 과제물을 스테이플로 찍는 방식부터 시작해서 학부모에게 보내는 문자를 시작하는 문구까지 어느 하나 신경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서부의 끝인 캘리포니아에서 온 그와, 미국의 정중앙인 미주리에서 온 나의 어투가 같다면 그것이 더 이상할 일이었는데도. 결국,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조언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냐고, 그렇게 하지 말라고. 


투 샷 진하게 넣은 진한 라테를 타 먹던 내 나이, 겨우 스물다섯이었다. (만으로는 무려 24살!!!!!)


고작 20여 년을 살아보니 꼰대가 되는 필요충분조건은 나이가 아니라 '경험'과 변화를 거부하는 '관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는 꼰대이거나, 앞으로 꼰대일 예정일 사람들이다.


눈 떴더니 새 직장에서 달수로 5개월 정도를 보냈다. 또다시 눈을 감고 다시 눈을 뜨면 마치 3년이 지나있을 것만 같다. 입사 2년 차를 맞이하는 선배님들이 그러하듯, 나도 2년 차가 되고 3년 차가 되면 지금의 나와 같은 트레이니를 만날 것이고, 또다시 감히 조언이란 걸 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게 될 것이다. 그럼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어냐고? 아마도... 후배들이 배울 수 있고, 배우고 싶은, 같은 말이라도 좀 더 효율적으로 예쁘게 할 수 있는 꼰대로 성장하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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