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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MAMBA Feb 15. 2022

2022년 여섯 번째 주

트라우마에 대한 소고

여섯 번째 주를 보내며, 


이번 주에도 어김없이, 세 가지 목표

이번 주에도 세 가지의 작은 목표를 만들었다. 1) 명절 후유증에서 벗어나기, 2) 태국어 공부 계획표 만들기(노션으로**), 그리고 3) 새로운 취미 찾아보기. 


주말을 끼지 않은 휴일, 덕분에 주말까지 연이어 5일을 쉬었던 명절 주간을 보낸 뒤 문득 이름도 무서운 '명절 후유증'이 오진 않을까 걱정했었다. 종강 이후 하루도 쉬지 않고 바로 일을 시작한 탓에 휴식이 간절했던 만큼, 책도, 드라마도, 영화도, 끝없는 명절 전 부치기도 있는 힘껏 불태웠다. 노는 것(?)에 살짝 지겨워질 즈음엔 이틀 정도 일을 하고, 또 이틀의 주말을 보내고 나니 나니 아 사실 난 노는 게 체질이구나 싶어서 해이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여섯 번째 주 제1 목표 '명절 후유증에서 벗어나기'. 목표가 목표이니만큼 성과를 가시적으로 명시하긴 힘들지만, 적어도 나태해지지 않고 일에 집중했다는 데에 만족. 


다음은 7월 태국어 Flex 시험을 치르기 위한 '준비를 4월에 시작하기 위한' 준비운동, 즉, 가지고 있는 기초 교재 1 회독을 마치기 위해서 공부 계획을 세웠다. 평소에는 워드에 표를 만들거나 혹은 다이어리에 작성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내 주변의 하이테크를 십분 활용하는 것을 세부목표(의 세부목표)로 삼아 노션에 작성하기로 했다. 사실, 노션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느슨한 독서모임을 하게 되면서 다시 노션을 들락날락거리기 시작해, 노션에 기웃대는 것이긴 하지만. 아직 세부적인 할 일 목록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평일을 기준으로 3월까지 세 개의 교재를 끝내고자 한다. 이참에, 외국어 공부 기록을 하나 만들어볼까? 


https://claraful.notion.site/Overall-Timeline-e7bdc849b1934ed1b668addbac529d5f


세상을 살다 보면 (오래 살진 않았지만) 사람들에게 '취미가 뭐예요?'라는 질문을 심심치 않게 듣곤 한다. 예전엔 '노래하기'나 '가야금 연주하기'라고 하곤 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그것들은 취미보다는 본업에 가까우므로 (나름 전공생이었으니까) 취미라고 칭하기에는 너무 거창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책 읽기라고 하면, 그것은 뭔가 숨 쉬듯 하는 거지 취미라고 할 수 없다고 허세를 부려보고 싶기 때문에 뭐라고 취미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는 뭔가 '뽀대(?)'나는 것을 하고 싶었다. 


고민하다가 가지고 있는 장비로 쉽게 자기 전에 하루를 마무리하며 할 수 있는 '디지털 드로잉'을 시작하기로 했다. 똥 손이기도 하고 중학교 때 이후로 처음 붓(?)을 들어보는 거라 몇 조금이나 갈까 싶지만 그래도 정말 휴식다운 휴식을 취해봐야지. 나도 이제 취미 있어, '디지털 드로잉'이야. 



트라우마에 대한 소고


일주일을 마무리하던 주말, '오늘 아침은 우울하지 않았습니다'라는 책을 만났다. 제목만 보고는 요즘 트렌드인 '개인 에세이'일 줄 알고 다소 가볍게 생각하고 첫 장을 펼쳤으나, 실제 내용은 나의 예상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핵심 감정이 무엇이고, 그 감정을 피하기 위해서 어떤 '방어'를 하고 있는지. 어떤 것들이 '작은 트라우마'가 되어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하게 해 준 책. 


이 책을 읽은 영향인지 이상한 꿈을 꾸었다. 나는 외국의 어느 학교에 있었고, 내가 입을 여는 순간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음식을 주문하던 나를 그 공간에 있던 모든 백인들이 쳐다보던 꿈.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왜 이런 꿈을 꾸었을까 생각하다가 나도 잊고 있었던 두려움을 발견했다. 라틴계 교수님의 영어 발음을 비웃으며 수군대다가 내가 질문을 하자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모든 학생들이 나를 쳐다보던 순간을. 공교롭게도 그 교실에서 나는 유일한 유색인종이었고, 그다음 수업에서 가장 효과적인 Speech는 키 180 이상의 중저음을 가진 백인 남성에게서 나온다는 교수님의 어택까지 받아야 했던 나는 (그러니까 그 말은 그나마 풋볼 선수였던 흑인 친구는 1) 180 이상이고 2)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졌으므로 나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키 155에, 높은 목소리를 가진, 유색인종인 나는 절대 효과적인 스피치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지.)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던 모양이다. 


누구보다도 다문화에 진심이어야 하고 심지어 제2외국어가 필수인 커뮤니케이션 교수들과 전공생들이 이렇게 행동을 한다는 것에 작은 놀라움과, 작은 분노와, 작은 짜증을 느꼈던 그날. 그것이 나의 트라우마가 되어 가슴 한편에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혹시나 내 안의 두려움이나 트라우마를 꺼내 치유하고 싶은 사람은 다음의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989386


<옷소매 붉은 끝동>이 끝나고 이런 인생 드라마를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했었던 것이 우습게도, <기상청 사람들>과 <스물다섯스물하나>가 여섯 번째 주의 내 마음을 사로잡은 가운데, 시간은 너무 빠르게도 흘러가고 있다. 언제 끝나나 했던 학교도 이제 다음 주면 졸업식을 하고, 나는 또 이렇게 가방끈 길이를 조금 늘리겠지. 


어릴 때는 그렇게도 가지 않던 시간이, 점점 더 빨리 가는 것 같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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