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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MAMBA Mar 02. 2022

2022년 여덟 번째 주

2월 결산

여덟 번째 주를 마치며,


2월에는 좀 더 나은 직장인이 되어가고 있다. 어느덧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일하며 새로운 직무를 배운 지 달 수로는 3개월, 주 수로는 11주를 꼬박 채웠다. 총 육 개월 여가 걸리는 온보딩의 절반 가량을 달려온 셈이다. 레벨 1 평가 항목에 점점 패스한 것들이 늘어가고, 간단한 직업은 이제 관리감독 없이 혼자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자율성이 늘었다는 것은 일이 잘못되었을 때 내가 져야 할 책임이 더 늘어난다는 뜻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좀 더 신중하고 반복되는 실수를 줄이는 다음 달이 되었으면 좋겠다.


연휴로 시작한 이번 달,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지 벌써 3월이 되었다. 굳이 따지자면, 한 해의 1/6이 끝난 셈이다. 그 누가 새해의 기분을 즐길 수 있는 것은 3월까지였댔나. 1분기의 2/3이 지난 만큼, 이제 2022년과도 친해져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일기를 쓸 때 무심코 2021을 적을 때가 있다. 하긴, 나의 시간은 아직 2019년 연말에 멈춰있는 것만 같다. 작년에는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고, 올해는 재택근무를 하기 위해서 벌써 2년째 내 방 책상 위에 앉아있는 중이다.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체감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2월의 ⭐️ ⭐️ ⭐️


2월의 영화


2월에는 다섯 편의 영화를 보았다. 그중 제일 기억에 남는 영화는 바로 톰 홀랜드 주연의 언차티드.  배경이 뉴욕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1월에 본 영화가 스파이더맨이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똑같이 재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 쓸이 능력은 출중했지만 - 모습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미스테리오 때문에 사람들에게 정체가 밝혀진 후 친구들을 잃는 선택을 한 피터가 너무 분해서 비행을 저지르고 다니는... 느낌이 드는 영화였다.


몇 가지 너무 뻔한 요소들이 있었고, 또 이야기 진행이 예측 가능해서 재미가 반감되는 부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월의 영화가 된 이유는... 톰 홀랜드의 연기가 좋고, 2편이 기다려지기 때문이다. 2편이 나오면 꼭 보러 가야지.


2월의 책


생각 난 김에 책 목록 업데이트해야겠다.

구정 무렵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알게 된 독서모임, '느슨한 독서모임'의 멤버로 합류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좀 더 의식적으로 책을 나의 곁에 두려고 노력했더랬다. 올해, 나의 독서 목표는 한 달에 두-세 권 정도의 책을 읽는 것. 하지만, 연휴의 힘으로 그 주에만 다섯 권이 되는 책을 완독 하고, 졸업을 앞두고는 마지막까지 학비를 뽑아 먹겠다는 일념으로 학교 전자책 대여 서비스 - 우리 학교 학술정보관... 대학원생은 무려 20권이나 동시 대출이 되는데 1년 반 내내 못 누려서 너무 아쉽다 - 를 불태운 덕분에 독서 목표를 초과 달성하게 되었다.


2월에는 총 15권의 책을 읽었다. 사실 건드리고 완독 하지 못했거나, 너무 재미없어서 그만두었거나, 혹은 아이패드 드로잉같이 기록과 다소 무관한 책의 개수까지 합하면 스무 권이 훨씬 넘는 책과 만났더랬다. 사실 2월에 읽은 책의 대부분은 학교 도서관의 전자책 대여 서비스의 뽕을 뽑아먹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나의 취향을 반영한 책의 선정이라기보다는 '거기에 있어서'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인지 돈 주고 사 읽으라고 했다면 안 읽었을 것들이 많았는데...


손에 잡히는 대로 읽다가 결국 책 읽는 습관이라도 생긴 것인지, SNS에 흥미를 잃고 밀리의 서재까지 손을 뻗었고, 그곳에서 좋은 책 한 권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전선영 작가의 어쩌다 가방끈이 길어졌습니다만 이다.


꿈을 좇다가 현실의 벽에 미국 유학을 선택했다는 식으로 서술되었지만, 사실 대학원을 두 번이나 다녀본 입장에서, 학부 지도교수님이 미국 유학 기회를 제안했다는 것과, 그 힘든 전공 시험과 논문이라는 산을 넘어 학위를 거머쥐었다는 사실 자체로 저자가 얼마나 뛰어난 사람인지, 그 일을 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쏟았을지 눈에 선하다. 유학생활의 서러움, 어려움, 그리고 힘듬을 잘 알기에 더더욱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던 책.


나도 어쩌다가 척척학학사를 거쳐 척척석석사가 되었다만, 저자처럼 전공 시험이란 산을 넘고 논문이라는 정상에 올라 학위라는 완봉에 오를 수 있을지 궁금하다.


2월의 물건


2월의 물건은 바로 미스 디올 오 드퍼퓸. 졸업을 맞아 엄마에게 졸업 선물로 받은 것으로, 사실 살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우연히 롯데백화점에 갔다가 맡아보라는 향에 반해 홀리듯 결제하고 있었다.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땀냄새 같은 것들이 많이 안 난다고는 하지만, 어릴 때 외국 친구들의 진한 냄새와 머리가 아플 정도로 진한 향수를 맡으며 자랐기 때문인지 향에 민감한 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Fresh, 안나수이, 조말론 등의 브랜드 향수를 비롯하여 개인 조향사들의 푸드 향수 (밀크티 향수 등,) 등을 사서 써왔더랬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디올 향수만은 산 적이 없는데, 그 이유는 우리 엄마(의역하자면 다 큰 어른 여성)만이 쓸 수 있는 향수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커피는 20살이 넘어서' '하이힐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만' '명품 가방(aka 샤넬이나 그 외)은 30살이 넘어서 내 돈 내산 한 것만'과 같은 (이상하고 개인적인) 내적 기준을 가지고 살았는데 - 왜냐고 물으면 글쎄라고 답하겠다 - 20대 후반의 직장인이자 두 개의 석사 학위를 가졌으면 나도 레벨 1의 어른 여자라고 감히 칭해도 되지 않을까, 그러니 이제 디올 향수는 써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천만 원짜리 가방도 아닌데 뭘.


2월의 순간


드디어 졸업. 졸업 기념으로 학교에서 이름을 새긴 가죽 시계를 선물해주었다. 나름 오천만 원짜리 시계인 셈이다.

2월 최고의 순간을 꼽으라면 역사 '졸업'이 아닐까. 2020년 8월 24일부터 2022년 2월 23일까지 장장 1.8년 동안 몸담았던 학교를 떠나게 되었다. 내가 처음 성대에 면접을 보러 간 것이 2016년이고, 첫 석사를 2017년에 시작하였으니, 장장 6년 만의 이별인 셈이다.


졸업을 앞두고 엄마와 스튜디오에 가서 사진을 찍었다. 첫 석사 졸업식 때 못 입혀드린 학위복을 이렇게 입혀드릴 수 있어서 기쁜 마음. 생각해보면 마지막으로 가족사진을 찍은 것이 2010년이므로 10년이 더 되었다. 이 기회에 가족사진도 업데이트한다고 생각하니 돈이 아깝지 않았다.


2014 - 2019 - 2022. 과연 또 한 번 학위복을 입게 될 것인가?


3월은 1년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달.


삼일절과 대통령 선거로 인한 공휴일이 있는 데다가, 생일 휴가까지 있어서 자그마치 '3일'이나 쉴 수도 있다. 종강 후 단 한 주도 쉬지 않고 일을 시작한 만큼, 달콤한 휴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3월엔 또 어떠한 찬란한 순간들로 나의 하루하루가 채워질지 기대된다.

그럼, 3월에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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