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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MAMBA Mar 20. 2022

2022년 열 번째 주

Happy Clara Day!

열 번째 주를 마치며,


휴일이 안 반가운 적은 처음이야


직장인에게 제일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당신은 뭐라고 답할 것인가? 매달 나의 통장에 똑똑 노크를 하는 작고 소중한 월급? 토요일과 일요일이 다가오는 금요일 오후? 아니면 평일에 껴 있는 빨간 날?


직장인으로 살면서 내게 제일 반가웠던 것은 매주 돌아오는 주말이나 월말에 들어오는 월급보다 평일에 껴 있는 빨간 날이었다. 새로운 달이 시작되면 우선 달력의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보고, 오 이번 달에는 삼일절이 있네, 오 올해 부처님은 참 자비 로우시다 사랑해요 백 번 외치고, 올해 예수님 생신은 토요일이시구나 하면서 한숨 한 번씩 쉬고. 직장인이 되고 나니 검정 사이에 낀 빨강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예쁘기만 하던 빨강이 그렇게 반갑지 않게 느껴진 것은 바로 실무를 맡기 시작한 2월 말. SNS 창이 '대표님이 일찍 퇴근하랬음'하며 룰룰랄라 휴일을 맞이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가능하다면 5시 30분에 퇴근하라'는 매니저님을 보면서 칼퇴를 꿈꿨지만, 곧 알게 되었다. 휴일 다음 날이 편하려면, 야근을 불사하고서라도 휴일 전날 열일을 하고 가야 한다는 것을.


7시가 넘어갈 무렵,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은 나의 컴퓨터 창을 보면서, 이렇게 가다간 내일 즐겁게 쉰 만큼 지옥 같은 모레를 보내겠다는 생각에 아, 내일이 휴일이 아니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 아니야, 정신 차려, 그런 생각 하는 거 아니야, 하고 도리질을 쳐봤지만 자꾸 휴일 다음 날 얼마나 바빠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휴일이 안 반가운 적은 처음이야.


대선, 그리고 소무의도


투표를 하기 위해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투표 안내문을 접어 가방에 고이 챙겨 투표장으로 향했다. 이번 선거는 뭐랄까. 그래도 바로 이전 선거판은 '탈원전'이라느니 하는 키워드라도 뇌리에 남아있었는데, 이번엔 서로 물고 뜯는 개싸움만을 본 느낌이랄까. 새로운 대통령이 나왔으니, 뭐 결과야 어쨌든 퇴보하는 세상만 오지 않길.


그래도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장면은 있었다. 대선 후보자 토론 때 시간제한에 맞춰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심상정 후보의 모습이다.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면서 준비했던 수많은 스피치. 교수님들은 제한된 시간을 초과하지 않고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했는데, 그 중요성을 이번 후보자 토론회를 통해 체감한 것 같다. 말을 반도 못 들은 것 같은데 중간에 끊겨서 뭘 말하고자 했는지 모르겠는 것과 하고자 하는 말을 다 하고 끝맺음 말 정도가 끝나는 것은 천지차이였다. 나도 간결하게 효율적으로 시간 안에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끝으로는, 마지막으로, '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질질 끄는 비효율적인 스피치는 지양해야지.


투표를 마치고 하루 생긴 휴일을 야무지게 누려보자는 생각에 영종도로 날아갔다. 치즈 라테가 맛있는 집이라나. 인테리어가 예쁜 집이라나. 뷰가 예쁜 집이라나. 어쨌든 예쁘다는 카페로.


5,500원이라는 거금을 들여서 왔는데 이렇게 집에 가기는 아쉬워서 주변에 가볼만한 관광지를 수소문했다. 카페를 기준으로, 무의도, 소무의도, 실미도. 다 섬이라니. 섬이니까 뭔가 낭만적이어서 일단 못 먹어도 고 하기로 했다. 어딜 갈까. 실미도는 뭔가 모르겠지만 무서운 영화의 배경이라서 가기가 조심스럽고, 무의도는 등산을 해야 할 것 같으니까 말고. 소무의도가 당첨됐다. 듣기로는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란다.



Happy Clara Day!


오랜만에 오빠가 집에 왔다. 오, 며칠 뒤에 내 생일이라서 오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내 생일인 건 몰랐고 화이트데이 사탕 사주려고 들렸단다. 그러더니 "네 미래 남자 친구는 좋겠다, 화이트 데이랑 생일을 따로 챙길 필요가 없네?"란다 ㅋㅋㅋㅋㅋㅋㅋ너무 찐 남매 바이브라서 웃음이 터졌다. 기억하기도 좋은 날인데 3월 14일, 파이 데이. ㅋㅋㅋㅋㅋ


육아에 지친 친구를 꼬여내(라고 하겠다, 멀쩡히 예쁜 아가랑 시간 보냈을 텐데 내가 불러내 수다 삼매경 했으니까) 맛있는 칼국수도 먹었다. 그래도 나름 여유롭고 행복했고, 너무 빨리 지나가서 아쉬웠던 생일 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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