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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MAMBA Apr 04. 2022

2022년 열두 번째 주

열두 번째 주를 마치며,


프랑스어 시작


한 달 내내 잠잠하던 소비욕이 폭발하는 때가 있다. 꼭 잠잠하다가 뭐 하나에 푹 빠져서는 꼭 사야 되겠다는 집념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지난달에는 이북 리더기가 그랬고 (사실 이번 달에도), 가까스로 전자책 리더기의 유혹해서 빠져나가고 난 뒤에는 바로 이 '미니 학습지'가 그랬다. 


이제야 백수 및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다시 돈을 벌게 된 것에 대한 콩깍지가 벗겨진 것처럼, 이대로 직장 생활만 하다가는 소모품처럼 갈리고 갈리다가 힘이 없어져 버려지겠다는 생각에 갑자기 프랑스에서 제과제빵 기술을 배워와야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사실 지금은 학자금 대출도 뜬금없이 생긴 데다가 연이은 대학원 생활이 지쳐있는 중이라 공부를 쉬기로 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하고 있진 않지만, 주변 사람들이 많이 아쉬워하는 바, 배우기 좋아하는 뇌가 드릉드릉 시동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프랑스에서 제과제빵을 배우면 회사에서 일하지 않고도 엄마와 나의 작은 베이커리를 운영할 수 있겠지, 그럼 아침에는 빵을 만들고 오후에는 계속 공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서재에서, 내가 원하는 서울이 아닌(치열하지 않은) 곳에서. 그런 생각들이 그저 공중을 유유히 떠다니기만 하던 중 우연히 유튜브에서 다음의 동영상을 봤다. 


https://www.youtube.com/watch?v=jWuSjDdgDwM&t=429s&ab_channel=%EB%82%98%EB%8A%94%EC%A7%84%EC%96%B8%EB%8B%88


8주 만에 입을 뗐다니. 그럼 8주 후에는 한국인인 나보다도 한국어를 더 잘해서 자꾸 프랑스인인 걸 까먹는 내 친구와도 프랑스어로 안부를 물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에 사로잡혀버렸다. 


'미니 학습지'는 외국어 좀 배워보겠다고 인터넷 좀 뒤져본 사람들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너무 과도한 일반화인가) 학습지로, 요즘은 1+1과 같은 행사를 많이 진행하고 있다. (예전에는 환급 이벤트를 했던 것 같은데) 1+1에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버린 건, 아이패드 활용방법과 넘쳐나는 물건들의 처분이 난처한 나를 위한 제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딱인 디지털 Only 30% 할인 이벤트. 지면 학습지로 사면 이것저것 굿즈가 있는 모양이지만, 굿즈에는 미련 없다. 그냥 30% 할인이라는 말에 못 먹어도 일단 고 해 보기로. 


... 일단 지를 땐 내가 태국어를 배우고 있고, 7월에 자격증 시험을 보려고 했었다는 걸 잊어버렸지만, 아침에 태국어를 하고, 저녁에 프랑스어를 하면 되지 않을까. 어차피 둘은 매우 다른 언어니까 이참에 병렬 독서와 더불어 병렬 외국어 공부 도전!


이제는 낭비하지 않아


방금 충동적인 소비를 했다고 썼지만, 기특하게 무료 이용기간 이전에 서비스 해지를 하는 데 성공한 뿌듯한 성장도 있었던 주였다. 


밀리의 서재와 스포티파이에서 각각 1개월과 6개월의 무료 이용권을 받은 바, 그 기간 동안 나와 맞는 서비스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철저한 탐색의 시간을 가졌다.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이라서 많이 쓸 줄 알았는데 유튜브 프리미엄에 포함된 뮤직 서비스가 있는 데다 어릴 때와 달리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줄어 (음악을 들으면서 일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나와는 맞지 않는 서비스라고 판단했다. 


밀리의 서재의 경우, 서비스 자체는 너무 좋았지만, 내가 원하는 책들이 모두 있지도 않거니와 현재 읽어야 할 (협찬 도서라거나 서포터스 활동을 위해, 그리고 밀려있는 구독 잡지들) 책들이 너무 많아서 잠깐 보류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 달, 아니면 두 달 정도는 해지하는 것을 잊는 바람에 낭비하는 돈들이 많았는데, 나도 한 발자국 성장했다. 작은 보람이다. 



해보고 싶었던 '직장인 Night' 


대학교 이전 한국에서 정식으로 마친 교육과정이 초등학교라서 한국에 친구가 많이 없는 편이다. 게다가 그 친구들도 반은 외국에 나가 있고 반은 한국에 남은 데다가, 본인이 해외에 나가 살면서 이제는 연락하는 것이 조심스러워진 사람들도 많다. 


진짜 친구는 고등학교 친구들이라고 누가 말했던 것 같은데,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동네 친구가 없다는 건 정말 아쉬운 일이다. 한국에만 들어오면, 친구들이랑 '야, 나와' 하고 술 한 잔 기울이는 일이 쉬울 줄 알았는데, 일단 내가 술을 먹지 않을뿐더러 쉽사리 나오라고 불러 낼 친구가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모두가 한 동네에 뭉쳐 살던 유학시절은 그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유학생은 친구와 갈라지는 게 동네나 지역 수준이 아니라 국가단위가 되다 보니, 2012년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한 친구들이 SNS에만 수두룩하다. 평생에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은 사람들도. 항상 '한국에 오면 연락해'라고 말하지만, 그 친구들이 한국에 올 일도, 내가 나갈 기회도 쉽게 찾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친구들과 내가 모두 직장인이 되면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바로 직장인 신분으로 처음 같이 저녁을 즐겨보는 것. 다시 직장의 품으로 돌아간 뒤, 3월 기준으로 약 4개월이 되었지만 열두 번째 주가 될 때까지 직장인 Night은 가질 수 없었다. 그 와중에 3월부터 인천에 있는 한 회사에서 일하게 된 인도 친구가 퇴근 후 내가 사는 쪽으로 오겠다는 연락을 해 왔다. 재택근무가 끝나면 나는 항상 서울에 있을 텐데, 이렇게 재택근무할 때 부질없은지 만나 두어야 하지 않겠냐는 말은 덤이었다. 내가 거절할 이유가 없지, 지난 1.8년을 함께 고군분투한 친구의 방문이 퍽 반가웠다. 


앞으로 더 많은 경험과 경력을 쌓은 직장인이 되고, 여유라는 걸 가진 어른으로 성장하면 친구들과 직장인 Night을 밥먹듯이 하게 될 거고, 그러다 보면 오늘의 이 날도 추억 저편으로 잊히고 말 테지만, 부디 이날의 기쁨을 잊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하나하나의 순간들을 소중히 간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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