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주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AMAMBA Apr 09. 2022

2022년 열세 번째 주

3월 결산

반성으로 시작하는 2022년 세 번째 달의 마무리. 


이렇게 기록에 무신경할 수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읽은 책 목록 하나 제대로 작성하지 않은 삼월. 독서 목록은 물론이거니와 가계부도 완전히 비어있을 정도로 형편없는 기록 생활을 한 3월을 보면서, 4월에는 적어도 내가 읽은 책 하나만큼은 잘 정리해두자 하고 반성해본다. 다섯 권은 넘게 읽은 것 같은데, 도대체 뭘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변명하자면, 일에 치여서 바빴고, 아팠고, 정신없었던 3월. 2월보다는 좀 더 능숙하고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직장인이 되었지만 이와 동시에 처음으로 고객으로부터 컴플레인도 받아보고, 처음으로 연차도 써봤던 한 주. 다시 돈 벌기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며칠간의 휴식이 그렇게 반가울 데가. 


3월의 ⭐️ ⭐️ ⭐️


3월의 영화


3월에 본 영화 중에 최고를 꼽으라면 역시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전형적인 한국 영화 스타일의 스토리 진행 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부분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한지우가 멋있었고, 안타까운, 그리고 외로운 아이를 티 내지 않고 품어주는 이학성도 멋있었고, 처음의 접근법은 미숙했지만,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보람이도 멋있었다. 


영화 속에서 수학은 차별이 없는 단 한 가지 세상이다. 열일곱 살짜리 아이와 중년 남성이 유대감을 쌓을 수 있게, 남한의 수학자와 북한의 수학자가 우정을 나눌 수 있게, 학문과 예술의 영역을 넘나들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세계. 바흐의 악보만 있다면 세상 모든 음악을 복원할 수 있다니. 고작, 영화 하나 봤을 뿐인데 이런 지식(실제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까지 얻게 되다니, 좋지 아니한가. 


나도 쉴 때 중학교 수학이나 다시 풀어볼까 (응, 그만. 이미 하는 게 많아)


3월의 책


3월에도 장르를 넘나드는 많은 책을 읽었지만 우습게도 '3월의 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책은 아무 기대 없이 도서관에서 나오는 길에 집어 든 '알자스의 맛'이었다. 


신이현 작가가 프랑스인 남편과 결혼한 뒤 프랑스에서 보냈던 사계절을 그래픽 노블로 담았다는 책. 그래픽 노블이니 멋있는 말로 설명했지만 쉽게 말하면 만화책. 평소 잘 읽지 않는 종류의 책이었지만 초반엔 실제 인물들은 이랬으려나 하면서 상상하는 맛에, 중반쯤 가서는 알자스의 풍경을 상상하는 재미에, 마지막에는 등장인물들과 정이 들어서 한 장 더 보고 싶은데 또 책이 끝나서 이별하기 싫은 마음에 한숨에 다 읽어버린 책이다. 


어디 나가기도 어려운 요즘, 독일 맥주와 소시지가 맛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알자스의 맥주와 와인과 소시지는 과연 어떤 맛일까 상상하면서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barcode=9791186843161

아주 조금 더 자세한 서평이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 클릭!



3월의 물건


3월에 산 물건 중 제일 만족하는 것은 바로 '버티컬 마우스'. 컴퓨터 앞에 앉아 하루에도 몇십 통의 메일을 쓰고 계속해서 마우스를 움직이다 보니, 손목에 통증이 올라오기 시작해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야심 차게 구매한 제품. 


사실 내게 '마우스'라는 건, 맥북을 처음 샀을 때 샀던 (무려 10년 된) 배터리가 들어가는 매직 마우스(물건 안 망가지는 튼튼함, 정말 인정. 완전 인정)를 제외하고는 그냥 컴퓨터 살 때 공짜로 받는 거지 돈 쓰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었기에 정말 굳은 마음으로 카드를 긁은 제품. 버티컬 마우스가 오히려 더 불편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왕왕 있었기에 나에게도 안 맞는 것 아닐까 걱정했었는데, 기우였다. 세상에 이렇게 좋을 데가. 손이 작은 편인데도 운 좋게 나에게 알맞은 크기의 제품을 찾은 모양이었다. 


이로써 손목 아픈 것은 좀 줄였고... 이제 손가락 ㅠㅠ


3월의 식당


모든지 기대가 없을 때 제일 맛있는 법이다. 항상 지나가기만 하던 '알로하 테이블'이 그렇게 맛있을 줄은. 그날은 어쩌다 백화점 상품권 2만 원이 생긴 날이었고, 평소보다 조금 긴 쇼핑 시간을 보낸 후에 아주 조금 허기져있을 때였다. 엄청나게 배고팠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식당을 찾아 멀리 갈 정도로 덜 배고픈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저 눈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던 것뿐이었는데....


세상에 이런. 감히 3월의 맛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입맛에 딱 맞는 식당을 찾아버린 것이다. 그 무엇보다 코코넛 오일에 흠뻑 적신 것 같은 밥맛이 일품이다 (왜 메인 요리 말고 밥이냐고 묻는다면... 나도 몰라...) 


3월의 순간


우리 회사는 생일 달에 하루의 생일 휴가를 준다. 그래서 3월의 마지막 날과 4월의 첫날에 생에 첫 연차를 냈다. 12월 종강 이후 휴식 없이 바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사실은 조금 지쳐있을 무렵이긴 했다. 


생일 휴가 겸 연차를 냈다는 소식을 들은 오빠가 엄마랑 호캉스를 하고 오라며 3월 마지막 날, 근처 송도의 센트럴파크 호텔에 객실을 예약해 주었고, 덕분에 멀리 가지 않고도 멀리 여행을 온 것만 같은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에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집이 있는데 호텔이라니.... 정말 짜릿해, 역시 돈 쓰는 게 최고야. 


센트럴파크가 보이던 호텔 뷰 


사실 3월이 이렇게나 정신없이 지나간 것은 갑자기 찾아온 몸살 때문이었다. 사실 몸살이었는지, 오미크론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목감기가 찾아오기 직전처럼 목이 아프고 미열이 나고 근육통이 있었던 첫 이틀은 그 증상이 몸살이 났을 때와 똑같았고, 8시 반을 넘기는 야근을 연달아 며칠 동안 하면서 그저 피곤에 지친 줄만 알았기 때문이다. 그 후 맞이한 불금과 주말에는 침대 밖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올 정도로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이미 거의 5일이 지난 후에야 자가 키트로 검사를 했고, 세 번에 걸친 테스트는 모두 음성이었기 때문에 그저 그저 아니었구나 할 뿐. 목에 유리조각이 박힌 듯한 아픔은 다시 겪고 싶지 않다 (자가 키트... 확실한 건가?) 

매거진의 이전글 2022년 열두 번째 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