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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모 Oct 22. 2019

서른 직전의 연애

20대의 끝을 바라보다

연애를 시작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만남이었다. 3년 간의 지독한 연애를 끝내고 과연 새로운 연애라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일일지 의심밖에 남지 않은 내게 새로운 사람이 나타났다.


전혀 예상치 못한 시작이었다. 부모님의 이혼 후 연락이 끊겼던 엄마와 겨우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벽에 가로막힌 상황에서 누군가를 새롭게 만난다는 사실이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가장 사랑받고 싶은 존재로부터 끊임없이 거부당했던 경험들이 지금으로 돌아와 재생되고 있는 시점에서 새로운 사람이라니, 새로운 사랑이라니.


겁도 없이 내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이 어린 사람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왜 나는 너를 밀어낼 수 없었을까.


너와 내가 얽힌 우연한 연결 고리들 속에서 나는 네 손바닥에 번호를 적었다. 너의 귀여운 의도적인 행동들이 내 마음을 스쳐 흔적들을 남겼다.


나는 너를 사랑하기 시작한 내 마음을 걷잡을 수 없어 뭐라도 잡아야만 했다. 하루에 몇 시간씩 명상음악을 듣고, 기도를 하며 이 마음이 뭔지 갈피를 잡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대체 내가 이 시점에 너를 만나게 된 이유가 무엇일지 끊임없이 되물었다.


나에게 모든 인연은 어떤 균형을 위해 존재하는 만남이기 때문에. 너와 내가 어떤 균형을 이루어야 할지 나는 여전한 궁금증 속에 있다. 얼핏 알 것 같으면서도 싱그런 너의 마음에 나도 그냥 웃어버리고 마는 지금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열어보던 대여섯 살의 기억 속에 있는 그것 같다.


밀어내려 하면 이내 나를 끌어안고 무너진 모래집을 정성 들여 다시 쌓아 올리던 그 따뜻한 햇빛 속의 손길처럼 너는 내 마음을 토닥였다.


너를 두고 나는 이기적인 생각을 해본다. 마냥 사랑받는 연인이 되고 싶다고.


나의 그런 마음조차 너는 끌어안아 주겠지. 오래전부터 바라던 사랑이 내게 쏟아지고 있는 지금이 믿기지 않아 나는 이따금씩 새삼스럽게 몸을 쓸어본다.


네게 오래 속삭여도 좋을,

오래도록 남아도 괜찮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너의 손길 속에서 가장 편안해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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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니모는 대학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대안학교에서 명상과 자존감 트레이닝 수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2-30대를 위한 힐링워크샵을 주로 기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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