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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모 Oct 23. 2019

여자의 오르가즘

섹스도 명상과 다르지 않다 

나에게 섹스는 두려운 것이었다. 만족스러운 섹스를 해본 경험이 없었고 오히려 뭔가에 짓눌린듯한 위압감에 의무적으로 끝내버리고만 경험이 내가 알고 있는 섹스의 전부였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섹스에 환장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내게 자위보다 못한 것이 섹스였으니까. 


만약 지금 당신이 만족스럽지 못한 섹스를 하고 있다면 나는 감히 당신의 파트너가 당신과 맞지 않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새롭게 시작한 파트너와의 섹스를 통해 나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 


무엇이 다른걸까. 정말 많은 것이 다르다. 

먼저 우리의 관계가 소모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나는 파트너로부터 나 자신으로 온전하게 존중받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겁이 많고 쉽게 다른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 내가 어떤 위압감없이 오르가즘을 차곡차곡 쌓아올릴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있다. 내가 무얼 해도 괜찮은 안전한 울타리를 파트너가 만들어주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섹스를 즐겁게 만든다. 


체력적으로 준비가 된 상황이라는 것도 중요한 지점이다.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떨어지는 근력을 보강하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고 몸의 근육들을 잘 만들어 두었던 것이 섹스할 때 정말 큰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이는 근육을 크게 만드는 운동 보다는 속근육을 강하게 단련하는 요가, 필라테스, 기공, 명상과 호흡 수련이 진가를 발휘했다. 몸의 내부에서부터 움직이는 근육들이 오르가즘을 꽉 붙잡아 주는 느낌이 든다. 


파트너는 내게 굉장히 긴 시간을 애무에 투자한다. 우리가 처음 섹스를 한 날엔 정말 하루종일 섹스만 했던 것 같다. 입을 맞추고 한텀의 시간이 끝나고 보니 3시간이 지나있었다. 20분의 섹스도 길고 지루하다고 느꼈던 내가 30분 같던 3시간의 섹스를 하다니. 파트너도 놀랐고 나도 놀랐다. 나는 파트너의 손길에 오롯이 반응했고 모든 터치에 명상하듯 집중했다. 아마 내가 그간 명상에 투자한 시간들이 길었기 때문에 현재에 머무는 느낌을 확실히 익힌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행위들을 온전하게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파트너와 내가 놀라울 정도로 서로 잘 맞는 사람들이라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는 요소이다. 나는 애인의 모든 터치들을 사랑한다. 나에게 딱 적당한 강도와 스피드로 어루만지는 상대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수줍음을 무척 많이 타는 성격이라 표현에도 서툴어서 상대방의 배려가 가득한 터치들이 무척이나 고맙고 기쁘다. 


내가 파트너의 모든 움직임들에 즐겁게 반응하는 것이 그에게도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 같다. 쾌락에 몸부림치는 날 보면서 애인은 더 깊게 날 파고든다. 서로에게 에너지를 빼앗지 않고 계속해서 에너지를 주고, 증폭시키는 이 관계가 나는 아직도 잘 믿기지 않는다. 


명상을 하면서 나 자신에게 이롭고, 누군가에게도 이로운 삶을 실천하기 위해 애썼던 지난 시간에 대한 하늘의 선물이 아닐까. 나는 이 사람을 통해 처음으로 섹스가 너무도 사랑해서 할 수 밖에 없는 행위라는 사실을 온 몸과 마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다른 글에서 이어서 써보려고 한다. 


올해 시작한 나의 명상 수업에 요즘은 커플들이 많이 온다. 한강공원의 달빛 아래에서 서로의 에너지를 느끼고 힐링하는 그 시간을 나의 파트너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꿈만 같다.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2016~) 니모의 "퀴어를 위한 힐링 명상 클래스"가 매달 열리고 있습니다. 신청은 링크를 통해 해주세요. 퀴어 커플을 위한 테라피 명상, 스트레스에 지친 개인을 위한 힐링 명상, 수험생을 위한 집중력 명상 등 신청자에 적합한 커리큘럼으로 구성됩니다. 감사합니다. 


글쓴이 니모는 대학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대안학교에서 명상과 자존감 트레이닝 수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2-30대를 위한 힐링워크샵을 주로 기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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