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모 May 25. 2021

니모의 상담 일기 #8

나의 자아는 조기에 분화된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관계에서 내 생각과 감정에 치중하는 폐쇄적인 바운더리를 갖고 있다고 느꼈다. 특히 내가 너무 약한 바운더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있을 때 그게 더 강화된다고 느껴졌는데 그래서 관계에서 의도치 않게 상대방을 힘들게 하게 된다. 내 바운더리가 충분히 유연하지 않은데 미분화된 타인을 건강하게 대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애착관계에서 무조건적으로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나의 전경으로 강하게 떠오르는데 그것이 만남이나 스킨십, 대화 등을 통해 해소가 되었다가 아주 짧은 주기로 다시 떠오른다. 분리불안 수준에 가까운 것 같다. 계속해서 애착 대상과의 친밀감을 회복하기 위해 과도하거나 적대적인 행동을 하니 자기 경계가 약한 상대방은 그걸 막아낼 힘이 점점 고갈되어 갔다. 


나는 계속해서 상대방이 필요하다며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애착을 만들었다. ‘우리’가 만들어 가는 공생적 관계라기 보단 이기적인 필요성에 천착했다. 나의 어린 시절 양육자가 너무 일찍 분리되어 사라져 버린 것 같은 상실감을 계속해서 상대방에게 투사하는 것을 멈추기가 어려웠다. 


혼자서도 잘 지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력하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자꾸 의존적인 관계를 만들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지금 나의 전경에는 ‘애착 손상의 치유’가 떠올라 있다. 아주 오랫동안 나의 이슈였던 것이고 계속해서 이 게슈탈트를 다루고자 애써왔다.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도 안다. 전처럼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은 아니니까. 그리고 나를 지지하고 견뎌준 사람들을 통해 조금씩 메워지는 마음의 구멍들도 느껴진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나와 타인 모두를 존중하려고 노력해가고 싶다. 




https://blog.samsungfire.com/3904 

매거진의 이전글 니모의 상담 일기 #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