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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모 May 12. 2021

니모의 상담 일기 #7

마음이 너무 무너져버렸다. 어제 상담을 통해 이야기한 것은 나는 늘 사랑을 주기보단 받기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간절히 돌봄과 애정을 필요로 할 때 주위에 부모님이 없었고 오히려 상처를 받았던 경험이 스스로 수동적인 위치에 나를 멈추어 놓고 있었다. 


사랑을 주지 않으면 받을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 그렇지만 이제 나도 사랑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다리지 말고 기다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힘들 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렵지만 전화라는 매체가 나를 한 편으론 굉장히 편안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 앞에서 엉엉 우는 것을 못하는데도 전화로는 내 표정이 보이지 않으니까 울 수 있었다. 꽤 오랜만에 나의 마음 깊숙이 있던 외로움을 불러왔고 실컷 울고 나니 결국 이것도 내가 끌어다 쓰기 나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지난 일주일 동안 화가 나고, 절망적이고, 슬프고, 우울한데도 미친 듯이 일을 해대면서 그것들을 무시하다가 문득 왜 난 울고 있지 않지? 차라리 눈물이라도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선생님이 이러한 내 이야기를 수용하면서도 내가 상황을 왜곡되게 보고 있는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 주셨다. 내 안에 있는 이해받고 싶은 마음과 또 이 상황을 타개해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선생님과 나 사이에서 정확하게 만나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몇 회기 전 나의 이상주의자적 면모에 대해 지적을 받았을 때도 그 당시에는 의아했지만 납득이 되는 부분이 있었고 그것을 통해 또 나를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선생님과 나 사이에서 일어나는 핑퐁이 양쪽 모두의 협력적이고 적극적인 시도를 통해 추진력을 낸다고 느껴졌다. 


늘 받기만 원하는 입장을 고수하면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고 또 상처를 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이제 나는 어떤 선택을 하면 좋을까. 내 삶에서 나를 이롭게 하는 선택, 그리고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이 무엇인지 연습하고 실험해 나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분명한 것은 내가 퇴행에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한다는 것, 창의 경계를 넓혀가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에 나를 지키고 행복하게 만드는 건 내 마음의 선택이니까. 나도, 누군가의 마음의 힘을 이끌어내는 상담자가 되고 싶다. 


삶에 파도는 늘 치니까. 위기에도 좌절하지 않는 서퍼가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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