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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모 Feb 01. 2022

니모의 명상 일기

초지- 천화구진법

초지 初知 단계는 물질에 대한 무상함을 느끼는 것부터 시작이다. 물질이 나의 영혼을 채울 수 없음을 자각하게 되면서 보이지 않는 정신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단계이다. 이러한 자각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물질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모든 기운을 다 써봐야 한다. 그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고, 그때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것이 만족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허하고 허전한 자기 영혼을 만나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물질에 대한 허무함이 정신을 원하게 한다. 사람들 중에서는 물질을 온전하게 취하고 나서도 뭔가 채워지지 않아 다른 물질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있고, 보이는 세계의 어떤 현상에 기운을 쏟다가 무상함을 느끼고 정신으로 넘어가는 사람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정신세계로 바로 넘어가는 사람이 있다. 


사람에 대해서도 똑같다. 이 사람이 정말 전부인 것 같아서 집착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또 다른 사람에게 집착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돈, 명예, 권력, 성에 집착하게 된다. 그래서 초지는 정신세계에 눈을 뜨게 되는 단계이다. 이렇게 물질에 대한 허망함을 느끼고 정신세계에 눈뜨려고 할 때 결정적으로 고리를 걸어주는 게 근원의 생명력을 깨우는 기운을 만나는 것이다. 그래서 정신세계에 눈을 뜰 수 있는 기준은 기운을 느낄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 


기운을 느꼈을 때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주체인 혼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 사람들이 혼돈을 많이 하는데 그 이유는 본래 영혼은 완전하지만, 처음에는 정말로 보기 싫을 정도로 힘들고 안타까운 자기 혼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행을 하면 누구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이것은 과거의 기억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혼이 우는 것이다. 혼을 느꼈을 때 이때 용기를 내야 한다. 불안하고 초라한 내 모습을 피하지 않고 끌어안을 때, 용기를 넘어 입지 단계의 중심에 서게 된다. 그것을 끌어안을 수 있고, 나의 존재감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알 수 없는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설명할 수 없는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영혼이 원하는 삶이 아니라 물질이나 욕망의 삶을 살며 천대하고 무시하고 때로는 취급하지도 않았던 혼을 내가 자각하고 존재감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혼을 만나거나 느끼지 않고는 자기 존재감을 인정할 수 없고, 또한 인정하지 않으면 진짜 혼의 기쁨이라는 것도 모른다. 그래서 혼의 기쁨은 내가 나를 만났을 때이며, 자기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못한 영혼은 다른 사람의 영혼도 인정할 수 없다. 


그래서 초지 단계에서 입지 단계로 넘어갈 때 수많은 생각이 오고 가고, 하루에 열두 번도 더 감정이 올라오는 등 많은 갈등이 시작된다. 그러나 이 갈등은 과거의 내가 하던 갈등과는 다른 차원의 갈등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계속 영적인 삶을 살아가는 정신세계의 공부를 할 것인지 그냥 남들 사는 대로 예전처럼 살 것인지 끊임없이 갈등이 일어나는 시기인 것이다. 


이때 꼭 필요한 것이 주변의 사랑과 정성이다. 이미 입지로 간 사람이 초지 단계의 사람을 잘 이끌어주어야 한다. 주변에서 뒷받침이 되어주지 않으면 넘어가기가 힘들기 때문에 앞서가는 사람들이 굉장히 중요하다. 


초지 단계는 깨달음을 얻어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상태, 그리고 혼돈스럽고 갈등도 많이 일어나지만 그것을 피하지 않는 상태, 그리고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의 공존을 이해할 수 있는 상태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게 전부가 아니라 경험해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에 대해서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단계이다. 


그리고 물질세계에서 정신세계로 가기 위해 방황하는 단계, 그리고 물질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자각이 일어나 혼란스러우면서도 정신세계에 대한 갈망을 버리지 않고 새로운 세계에 눈뜨기를 원하는 단계, 그리고 삶 자체에 대한 의문으로 삶의 목적을 찾고자 의지를 내는 단계. 그리고 혼을 처음으로 자각하는 단계이다. 이것을 구도심이라고 한다. 


- 한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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