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하는 개고생은 이어진다.

[인도]찬디가르에서 암리차르로

by ClaraSue


호숫가에서 일어나기 싫은 몸을 일으켜,



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너무 더워서 더 누워서 쉬라고 해도 쉴 수가 없었다.

그늘에 있어도 마찬가지. 바람 한점 없고 후덥지근 하고 에어컨, 에어컨이 너무나 간절했다.

어쨌든 찬디가르에서 페니가 안내 책자에 체크해 둔 마지막 한군데를 더 가야만 했다.

우린 아직, 버스 타기까지 시간이 있고 시간을 좀 더 알차게 보내기 위한 선택이었다.

나랑 좀 더 비슷한 친구거나 친한 친구였더라면, 아니면 내가 조금만 더 스스로를 더 잘 알았더라면

나는 그냥 어디 들어가서 쉬다가 가자고 했을 거다.


그러나 나는 페니가 하자는 대로 동의하는 사람이었고,

나 자신도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욕심에 차 있었다.

그래서 찬디가르 락가든 (Rock garden)으로 고고!

한명이 혼자 만들었다고 하는데, 입장권을 사는 곳부터 범상치 않다.


SAM_0349.jpg 락 가든 가는길.
SAM_0381.jpg 벽 끝쪽에 구멍이 조그맣게 나 있는데 저기가 입장권 사는 곳이다.



여기서부터는 말도 없이 사진만 찍어 대서 사진이 많다...

마지막 열정을 불살랐다.


SAM_0351.jpg 어딜가나 사람이 많아 돌아버리겠다는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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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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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폭포가 제일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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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락가든을 구경하고 나온 소감은,

집에나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귀찮았다. 덥고, 힘들고, 짐은 지고 다니고,

락가든은 멋졌지만 내가 인도에서 보고 싶었던 것, 느끼고 싶었던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던 같다.

관광지에 가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사진을 찍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사람들이 넘쳐난다고 청계천도 안가는 내가, 한국에 이런 장소가 있다고 해도 절대 안갈 듯한 내가 왜 여기에 와서 이런 곳을 구경하고 있는 거지.



여행에 대해 배운 두번째 교훈.

진정 즐거운 자유 여행을 원한다면 여행에서 본인이 원하는 것을 확실히 정해서 움직여야 하고

나의 여행 스타일을 잘 알아야 하고, 본인이 직접 여행 계획을 짜야 한다.

시간과 체력, 재화는 한정적이고, 모든 것을 다 선택할 수는 없다.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도 여행을 망치는 길이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나중에야 나는 내가 어떤 스타일의 여행을 좋아하는지, 어떤 스타일이 나와 맞는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런 관광지를 가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도시와 인공 조형물보다는 자연과 휴양, 액티비티를 더 좋아하는 사람었다.



여행자가 되어가는 것은 그런 것인가보다.

개고생의 경험이 쌓이면서 여행하는 법을 배워가는 것.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고 그냥 덥석 배낭메고 고생 한번 해보겠다고 집 나온 어리버리한 나.

호되게 '여행' 하고 있다.




버스 정류장으로 가기 전 17구역 시내 마켓으로 돌아가 돌아다녔다.

이번에는 에어컨이 달린 버스를 탔는데 버스비가 5루피 더 비싼 15루피다.

아침 일찍 나왔던 시내와 늦은 오후의 마켓은 분위기가 천지차이다.

페니가 유럽인답게 인도에서 인도식 디저트 먹어보고 싶다고 주장해서 Lindy's sweet라는 곳에 갔다.

거기 가서 각종 단 후식들을 맛보고, 깨끗한 화장실도 이용했다. 점원들도 무지 친절했다.

인도에서 깨끗한 화장실이란 얼마나 소중한 장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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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_0343.jpg 거기서 만난 한국식 짝퉁 초코파이



내가 원체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 아무것도 사진 않았다.

인도의 디저트는 그 특유의 단 맛이 있다. 한국식으로 치면 우리나라 전통 유과나 조청의 맛 같은,

단 맛은 단 맛인데 서양식 디저트와는 다른 단 맛이랄까.


plaza를 헤매다 무엇인가 핫한 플레이스 같은 blue ice 라는 곳을 들어갔다.

근데 들어가서 보니 라운지 바 같은 곳이었다. 바도 있고, 디제이도 있고, 스테이지도 있는.

배낭메고 클럽간거야 우리? (심지어 우리를 들어보내 줬다)

아직 7시밖에 안돼서 사람은 없었지만 안이 너무 시원해서 페니는 칵테일 한잔 마시고 나는 버거를 먹었다. 너무 더운데서 고생해서 그런지 입맛은 하나도 없고 배도 안 고팠다. 그래도 뭐라도 안먹으면 쓰러질까봐 어거지로 먹었다.

f4a551eedcbcdce20199637696f770c8.jpg 검색해 보니 라운지 바가 맞구나



버스 시간 될때까지 플라자에 앉아서 사람 구경 했다.

가게들도 늦게까지 열고 모든 사람들이 밖에 나와서 돌아다니고 있다.

해가 지니 드디어 사람들이 나와서 활동한다. 다들 더위 때문에 자동으로 야행성이 된 것이다.

인도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먹어보고, 분수 구경, 레이저 쇼 구경, 짝퉁 선글라스 구경도 했다.

아이들이 풍선 들고 하나만 팔아달아고, 짜파티 먹고 싶다고 하면서 쫓아온다.

마음속으로 갈등이 정말 심했다. 하나 사줘 말어?

그런데 안그래도 외국인이라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특히 구걸인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지갑에서 돈이 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하면 모든 사람들이 달려 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결국 자린고비처럼 한푼도 안주고 버텼는데 속으로 자괴감도 들었다.

암리차르에서도 이 갈등은 계속 되었다. 도와줘. 말아.

다음 편에서 이 이야기를 좀 더 깊게 해보도록 하겠다.




찬디가르에서 암리차르로 밤버스를 타러 터미널로 다시 갔는데 (3번째다) 버스가 없다고 난리 치고, 사람들이 몰려들고, 그 와중에 나랑 같이 가자는 사람들, 달라 붙는 사람들, 진짜 페니랑 나랑 혼이 빠졌다. 잘못 갔다가 장기 뺏기는 거야 이거. 어디선가 인도에서는 먼저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지 말고, 무심하게 있는 사람(신뢰가 가게 생긴 사람) 에게 직접 가서 도움을 요청하는게 더 안전하다고 했다. 그래서 페니와 나는 몰려드는 사람을 헤치고 저쪽에 자기 볼일 보고 있던 안경쓴 시크계 청년(영어도 잘 했다)에게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달라고 도와달라고 했다. 그 사람은 다행히 정말 정상적인 사람이었고, 그 사람이 지금 버스를 타고 가면 3시에 암리차르에 도착하고 거기에 3시에 도착하면 숙소도 없이 힘들거라고 말했다.

페니는 그 말까지 듣고 완전히 여기서 숙소 잡아서 하루 자고 가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결국 그 사람이 여기가 괜찮을 것 같다고 함께 알아봐 준 숙소로 갔는데,

시내는 너무 어두컴컴하고, 호텔들은 다 방이 찼다고 한다!

아니 찬디가르에 뭐 볼게 있다고 방이 다 차??!!


결국 3번째 호텔에서 1800루피나 불렀는데 울며 겨자먹기로 체크인을 했고

가난한 배낭여행자의 여행을 하자는 우리의 패기는 포근한 침대와 시원한 샤워, 에어컨 속에서 사라졌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비싼 숙박비를 내기 위해 atm기를 찾아 근처를 헤맸고, 그렇게 예상치 못하게 찬디가르의 아침을 구경하게 되었다. 무사히 돈을 내고, 다시 릭샤를 타고 터미널로 가는데 호텔에서 돈 나눠 내기로 하고 같이 릭샤를 탄 인도 아저씨(혹은 청년..?) 이 수다를 떠는데 IT 전문가고 한국에서도 일한적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에게 친한척 하는 것 같았지만 부담스러워서 터미널에서 내리자마자 빨리 헤어졌다.


드디어 암리차르 행 버스 탑승. 3시간 반 정도 걸렸는데 이제 이정도는 아주 가까운 거리처럼 느껴진다.

서울에서 광주까지가 버스로 3시간 반이었고 항상 너~무 멀어서 힘들다고 느꼈는데 왠걸, 인도에서 3시간 반은 옆동네다 옆동네.



암리차르 도착해서 점심을 먹자고 하고 릭샤꾼들을 뿌리치고 정신없는 버스정류장을 용감히 걸어 나와

페니의 책자에 있는 레스토랑을 찾아가는데 (역시 잘못된 선택이었다. 그냥 둘이 릭샤 타는게 나았다 처음부터)

걸어도 걸어도 길도 모르겠고 아무것도 안 나온다. 우리, 지금 걸어서 인도의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걸까...?



짐은 여전히 어깨를 짓누르고, 날씨는 찜통이고, 흙길에서 먼지는 풀풀 날리고, 아무도 걸어다니는 사람은 없고, 아무래도 느낌이 우리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만 같다.

문 연 가게에 들어가서 길을 물어보는데 아무도 모른다.

페니는 열받아서 상대방이 알아듣든 말든 they are useless( 쓸모없는 인간들)을 외치기 시작했다.

이럴때마다 '어리석은 백인의 패기'를 느낀다. 인도사람들 대부분이 알아듣는 영어로 면전에서 욕하는 건 무슨 경우인건지.

서양 애들은 이럴 때가 있다. 종종 자기들이 세상에서 제일 잘난 척 한다. 의식 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그렇게 행동할 때가 있다. 백인이 아닌 나는 그런걸 느낄 때마다 어이없기도 하고 , 부럽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하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걔네들에게 설명하기도 힘든 그런 미묘한 감정.



결국 두손 두발 들고 릭샤 타고 우리가 찾던 식당인 brothers dhaba 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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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은 굉장히 컸고 사람들은 꽉 차있었다. 나름 유명한 곳인 듯 햇다.

우리가 상상한 다이닝 바가 아니라 패밀리 레스토랑 느낌 이었다. 엄청 큰 식탁마다 많은 사람들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여러명이 와서 많은 음식을 시켜서 나눠먹는 느낌. 아무래도 이런 식문화는 아시아권 문화인 것 같아. 우리나라도 그렇고, 중국도, 인도도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가서 음식을 다양하게 많이 시켜서 고루 나눠먹는 걸 좋아한다. 반면 서양권은 아무리 많이 가도 개인별로 코스가 나오는 스타일인데 말이다.



나에게는 음식이 입에 맞지도 않았고 (그냥 이때 컨디션으로는 아무것도 입에 맞지 않았다) 시끌시끌 정신없는 분위기도 싫었다(이것이 진정한 인도의 분위기라는 것을 몰랐다) 에어컨도 없이 선풍기만 틀어놓았다.

심지어 식사 중에 전기가 나갔는데, 우리 빼고 아무도 신경을 안쓰는 것 같았다! 불이 나갔는데, 선풍기도 꺼졌는데, 정전인데!! 다들 그러려니 하고 밥을 먹었다.



이렇게 한끼를 또 간신히 해결했다.

암리차르에 온 목적인 골든템플로 드디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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