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초짜 둘이 모이면? 개고생

[인도-찬디가르]

by ClaraSue


나는 찬디가르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들어본 적도 없다. 내가 오로지 이 도시에 온 이유는 바로 페니가 가져온 프랑스어로 된 여행 책자에서 찬디가르에 대해 구구절절히 멋지게 써 놨기 때문이다.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어떤 도시인지도 모르고, 페니가 자기 책 보고 다~ 알아서 한다고 하길래 그래 그럼! 가자! 하고 따라 나선 것이다.


점점 여행을 하면서 깨달은 중요한 사실은,

같이 자유 여행 할 때 한 명에게 의존하면 반!드!시! 불만이 생긴다는 것이다.

안내자를 맡은 역할은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스트레스를 받고,

나머지 사람들은 잘 안풀리면 답답해지고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고 역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니 여행을 갈때 같이 지도를 보는 것도 중요하고, 반드시 여행할때는 원래 힘들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마음을 편히 먹고, 다 그럴수도 있지 하는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고 서로를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줘야 한다.






하지만,

찜통 더위 속에 무거워 죽겠는 가방을 메고, 잠을 한숨도 못잔채로 헤매고 있는 상황이 되면

모든 너그러운 아량은 퍽이나, 절로 욕이 안나올 수가 없다.

우선 터미널을 나와서 페니의 여행 책자에 나와있는 대로 1구역에 있는 맛집(?)에 가서 아침을 먹는 것이 계획이었다. 1구역을 가기 위해 시내 버스를 탔다.

SAM_0339.jpg 찬디가르의 소방서


찬디가르는 계획도시다.

그래서 그런지 모든 구역이 반듯반듯하게 나눠져 있고 버스도 시설이 굉장히 좋았다. 가격도 10루피.

펀잡 주의 수도이고, 살기도 좋고 깨끗해서 많은 인도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도시라고 한다.

교차로가 대부분 라운드어바웃(회전 교차로) 이었고 확실히 부자 동네 느낌이 났다.


인도도 우리나라 경상도, 전라도 나누듯이 지역별로 구역이 나누어져 있는데 검색해보니 28개 주와 9개 연방 직할지로 나누어져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작으니까 사투리를 쓰지, 인도는 지역별로 인종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종교로 다르고 언어도 완전히 다르다!

나는 델리에서부터 하리아나 주를 거쳐 히말찬 프라데시, 인도의 가장 서북부에 있는 히말라야 산맥 밑에 있는 주로 바로 올라갔었는데 펀잡 지역은 이들과 또 다른 느낌이다. 인도의 사람들 중 굉장히 아랍스럽게 생긴 사람들, 대부분 시크교인 사람들을 펀자비라고 부르는데 이 지역 출신들이다. 펀잡 사람들은 외모도 서양인들 같고 인도 경제도 꽉 쥐고 있는 부자 사람들이라고 한다. 나중에 외국에서 인도 출신 중 성이 펀잡 인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아마도 이곳 출신이 아닐까 짐작했는데 짐작이 맞았다! (그들도 부자였다.)


캡처.PNG 델리에서 북쪽으로 하리아나 주, 펀자브 주, 히마찰 프라데시 주


그렇게 버스타고 시내 구경을 하며 1구역으로 왔는데, 아니 1구역이라고 생각하고 내렸더니 알고보니 17구역이었다.

거기서부터 둘이 배낭메고 그놈의 '레스토랑'을 찾아 헤매는데 방향은 모르겠고, 거리는 끝도 없이 넓고 ,멀고, 뭔가 도시 자체가 크다. (도시라서 당연한건가?)

한 구역 자체가 엄청 크다!

거리상으로는, 지도상으로는 가까운것 같은데 걸어가면 왜이렇게 멀지.


헤매다가 결국 포기하고 툭툭 탔는데 바로 코앞이었다. 툭툭 운전사도 레스토랑이 있다는 마켓은 아는데, 정확이 거기는 어딘지 모른대서 마켓을 돌면서 레스토랑을 찾았는데 사람들에게 물어도 몰라. 모르면 그냥 모른다고 하지 왜 잘못 알려주는 걸까.

그렇게 30분 넘게 배낭메고 마켓 안에서 헤매다가 둘이 설마 설마 했던 그곳이, 바로 그 곳이었다. 그 곳은 우리가 처음 갔던 곳이었고, 책에서 나온 레스토랑에서 이름이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그럼 더이상 맛집도 아닌 거잖아??!

SAM_0333.jpg 문제의 그 레스토랑



그렇게 헤맸는데 시간은 아직도 오전 8시반. 책자에는 식당이 8시 반에 연다고 써져 있었는데 주인장이 9시 반에 가게 연다고 했다. 그래서 하염없이 가게 앞에 죽치고 앉아서 카드나 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이 아저씨가 9시에 우리가 불쌍해 보였는지 들어오라고 했다.

밥 대충 시켜 먹고, 화장실에서 세수라도 하고, 옷도 더 시원한 옷으로 갈아입고 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우리가 맨 첫 손님이었고, 인도 가게에서 (힌두교 가게) 아침에 문 열기 전 지내는 제사를 보았다. 돈을 벌어다 준다는 가네슈 신에게 향을 피우고, 절을 하고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모시는 신(이 주인장이 모시는 신은 시바 신인 것 같았다.)에게도 똑같이 예를 표한 후 가게 문을 연다.


SAM_0382.jpg 가게에 있던 제단
SAM_0384.jpg 인도의 기본 식사


아침 먹고 어디로 가나 의논하는데, 우리 오늘 찬디가르 구경하고 암리차르로 밤 버스 타고 넘어가기로 했는데 버스 표를 안샀다는 사실을 까먹었다.



그렇다 이 여행계획 자체도 미친 계획이었다.

밤버스 타고 찬디가르 와서 쉬지 않고 구경 후 (숙소도 안잡음)

밤버스를 타고 암리차르로 넘어가서 황금사원 구경하고 거기에서 무료로 제공해준다는 숙소에서 자고 오는 거지. 이것은 우리 둘다 인도 여행에 대해 아무런 '생각' 이 없어서 가능한 무모한(이라 쓰고 어리석은 이라 읽는다)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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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됐든 다시 버스터미널로 갔다. 그런데 터미널에서는 표가 없다느니, 밤에 와서 버스 탈때 표를 사라느니 하기 시작했다. 거기서 혼란을 겪다가 결국 두손 두발 들고 나중에 다시 오기로 하고 찬디가르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다. 첫번째 목적지는 national gallery of portra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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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AL-GALLERY-OF-PORTRAITS.jpg


시내 버스 타고 갤러리를 찾아 가는데 버스에서 내려서 또 걸어가야 했다. 내가 그 길들을 찜통같은 더위 속에 배낭을 메고 갔다는 사실이 아직까지 믿어지지 않는다. 땀을 비오듯 흘리며 그 갤러리를 찾아 헤매는데 또 못찾겠고, 헤매는 와중 plaza에서 장이 섰길래 장도 구경.


SAM_0338.jpg 인도의 이발소


SAM_0345.jpg 입가심 향료들


너무나 더워서 할 수 없이 얼음 라임주스를 한잔 마셨다.

완전히 복불복이었다. 이거 마시면 나 죽는 걸까 그런데 목이 너무 말라서 죽을 것 같은데. 정말 위생적으로 더럽긴 하다. 물과 얼음이 못 믿음직스러운 것은 물론이요, 컵도 옆에 떠놓은 물로 손으로 대충 씻어서 준다.이렇게 쓰니 진짜 토나오긴 하는데 내가 어떻게 마셨는지 모르겠다. 인도에 왔으니까 그냥 인도스럽게 살겠다 생각하고 마신 것 같다. 다행스럽게 마시고 나서 배탈은 나지 않았다.


maxresdefault.jpg 과일을 쌓아놓고 바로 갈아주는 건 맞다 (구글 사진)



드디어 한 구역을 넘어 미술관에 도착했으나 체력은 완전히 바닥이 나고 말았다.

솔직히, 인간적으로, 너무 더웠고, 미술관의 에어컨 바람을 느끼니 그냥 바닥에 누워서 잠을 자고 싶었다.

대강 구경 하고 찬디가르에서 유명한 호수를 찾아가서 쉬자고 합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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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돈 아끼며 배낭여행자로 살아보자던 우리 둘은 두손두발 다 들고 버스고 뭐고 릭샤 타고 호수에 도착했다.

우선 호수 옆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 식당에서 처음으로 인도현지 탄두리 치킨을 먹었다.

인도에서 왔으니 채식을 한번 해보자고 다짐했었는데 이만한 채식이면 이제 됐다. 옆 테이블에서 탄두리 치킨 먹는 걸 보고 그만 눈이 돌아가고 말았다.

탄두리 치킨 시키고 맥주도 한잔 시켜서 치맥을 했는데 어찌나 맛있던진 진짜 눈물났다.

이렇게 나의 열흘간의 채식은 스탑 되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치맥 후 그래도 기분이 나아져서 호수를 구경하러 나왔는데, 내가 상상한 호수가 아니라 물이 갈색...인 인공 호수였다. 그리고 여기도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대체 왜 이 곳으로 놀러 나오는 거지.

나중에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강도 없고 해안가도 없는 완전한 내륙 지대인 찬디가르에서 유일하게 물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이 사람들은 왜 이 갈색 물에서 오리배를 타고 있는 거지. 갑자기 한강이 너무나 그리워졌다.

푸른 남해가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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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밭에서 좀 쉬려고 누웠는데 페니가 또 자기는 안피곤한지 나보고 카드치자고 졸라댔다.

너무 덥다고 잘수도 없다는 둥, 아니 나는 체력이 딸려 죽겠는데 얘는 강철 체력인가. 어려서 그런가.

이 인도의 지글지글한 해는 대체, 언제 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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